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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주장 관련 논란을 보도하는 <하버드 크림슨> 갈무리.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주장 관련 논란을 보도하는 <하버드 크림슨> 갈무리.
ⓒ 하버드 크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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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며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학계가 비판을 퍼붓고 나섰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7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 모집에 의한 것이라는 마크 램지어 교수의 주장한 국제적인 논란에 휘말렸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우익 성향의 일간지 <산케이신문>이 소개한 이 논문이 한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국민적 분노에 직면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한국,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저명한 학자들이 위안부의 성 노예 역사를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라며 "오늘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여전히 정의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성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당시 일본군 위안부는 공인된 매춘부였고, 일본에 납치돼 매춘을 강요당한 '성노예'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내무성은 위안부 모집업자에게 매춘부 여성만 고용할 것을 요구했으며, 관할 경찰도 위안부 여성이 스스로 나선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충격받았다... 근거 부족한 얼빠진 생산품"

그러나 이 신문은 한국과 미국의 많은 법률학자와 역사학자들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가진 결함을 지적하며 논문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티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woefully) 정도의 결함이 있다"라며 앤드루 고든 역사학과 교수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0년대 시카고 대학에서 램지어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는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도 "해당 논문의 초고를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라며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fatuous) 학술적 생산품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는 앞뒤 사정이나 당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잘못된 논문"이라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지난 2019년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에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양국 역사에 편파적으로 개입한 미국 때문"이라며 미국의 책임론을 주장한 바 있는 인물이다.  

위안부 계약 이론을 연구한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계약을 '짐 크로우 법'(흑인분리정책)에 비유한 것을 들어 "오히려 행위자와 기관 사이의 막대한 권력 불일치를 활용한 따른 강제 계약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캐서린 문 웰즐리 칼리지 아시아 정치학 교수는 "14~16세 여성들이 계약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라며 위안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논란 당사자 램지어 "더는 위안부 연구 안 한다"

하버드대 학생들도 나섰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냈고, 800여 명의 학생이 서명에 동참했다.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KISA)도 대학 측에 램지어 교수의 사과와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는 한 한인 학생은 "한인 사회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는 하버드대에서 로스쿨 교수가 이런 논문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참담하다"라며 "하버드대의 명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램지어 교수는 이런 반발에 대해 "로스쿨 학생들의 책무"라면서 "논문에 관해 학생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더 이상 연구를 할 계획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년 시절을 일본으로 보냈고,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에 대한 논란에는 "그런 것들이 논문에 전혀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또한 한국 자료를 인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국어를 읽지 못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는 로스쿨 홈페이지에 자신이 '미쓰비시 일본 법학부 교수'로 소개된 것에 대해 "미쓰비시그룹이 1970년대 하버드대에 약 15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만들어진 직함으로 알고 있다"라며 "나는 미쓰비시그룹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은 바 없다"라고 밝혔다. 

하버드대 측과 로스쿨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크림슨>은 전했다. 

태그:#일본군 위안부, #하버드, #마크 램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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