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11 11:47최종 업데이트 21.02.11 11:47
  • 본문듣기
"좋은 경험했네. 4년 뒤에 또 나와. 그때는 뽑아줄게"

2018년 6월 14일, 제7회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날 비 오는 출근길에 창동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낙선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지역 주민분들이 보내주셨던 응원이었다. "네! 다음 지방선거에도 꼭 출마할게요. 그때는 김소희 구의원으로 꼭 뽑아주세요!" 씩씩하게 인사를 드렸다. 어제만 해도 선거 결과를 보고 다시 도전해야지 결심했지만 낙선 인사를 드릴수록  4년 뒤 재출마가 희망고문처럼 다가왔다.


2018년 지방선거에 도봉구 가선거구(창1·4·5동)에 기초의원으로 출마해서 8.22%(3463표) 득표를 받고 낙선했다. 원외정당 후보로 첫 출마였는데도 생각보다 높은 득표를 했다. 다음날 지하철역 앞에서 "3463표 주신 마음 잊지 않고 4년 뒤에 다시 도전하겠습니다"라는 희망찬 인사를 드렸지만 마음속에선 4년 동안 무엇을 하면서 정치를 계속해야 하나, 어떻게 선거비용을 마련하지, 4년 뒤 내 삶은 출마를 할 수 있는 삶일까. 스스로에게 이런 비관적인 질문들을 하고 있었다.

이 도전을 계속하려면 12년 동안 벗어난 적 없었던 정규직을 그만두고 정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해야 했고, 불안정한 경제 활동 속에서도 수 천만 원이 드는 선거비용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도전과 꿈도 나의 열정과 노오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도봉구 가선거구(창1,4,5동) 기초의원으로 출마해서 8.22%(3,463표)를 득표했다. ⓒ 김소희

 
"기호7번은 무슨 정당이에요?"

2017년 3월, 2030 청년들이 모여 우리 미래는 이제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청년정당 '우리미래'(현재 미래당)를 창당했다. 전국적으로 촛불이 넘실거렸던 2016년 겨울 광장에서, 길에서, 지하철역 앞에서 전국 5000명 당원을 모아 창당했다. 당원 가입서 한 장부터 중앙 당사 사무실까지 오롯이 우리의 피, 땀, 눈물로 만든 정당이었다. 1기 첫 대표단은 20대 남녀, 30대 남녀 총 4명이 공동대표를 했고 전국 시도당 대표들은 대부분 직장인으로 낮 시간에는 회사 생활을 저녁에는 정당 활동을 했다. 직업군도 다양했다. 대기업 직장인, 요리사, 요양보호사 등등. 당원들의 투표로 정한 우리미래 창당 4대 정책은 청년독립, 국민주권, 기본소득, 통일한국이었다.

대학 등록금, 취업, 결혼, 주거 등 우리 삶에 놓인 문제들을 기성 정치권에 맡기지 않고 우리가 직접 해결하겠다고 정당을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당으로 정치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대한민국 정당 정치였다. 공무원,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정당 가입을 꺼렸고, 당원 가입을 했더라도 직장, 주변 의견을 듣고 며칠 뒤에 탈당하겠다고 하는 일이 잦았다. 그만큼 청년들에게는 '정당'이라는 소속감만으로도 심리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정당 재정을 100% 당원들의 당비로만 운영해야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지금은 다시 만들어진 '중앙당 후원회'가 그때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고는 미래당을 후원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청약 통장이 있어도 집을 못 살테니 청약 적금을 깨고 당비로 내준 당직자, 결혼식 축의금으로 내주신 당원. 이런 십시일반의 돈으로 창당기금 1억을 모았다.

이렇게 만든 정당으로 치른 미래당 첫 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였다. 선거에서 기호는 국회의원 의석수로 정해지고 원외정당은 ㄱ,ㄴ,ㄷ 순으로 번호가 정해서 기호 7번으로 출마하게 됐다.
 

미래당(우리미래)는 2017년 3월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 미래당

 
왜 선거 때만 나타나냐고요?

"보이지도 않다가 왜 선거 기간에만 나와서 명함 주고 인사하는 거야."

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은 14일이다. 선거 때마다 유세차 앞에서 캠프별 운동원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골목마다 현수막이 걸려 있는 풍경은 선거법상 딱 14일간 할 수 있는 선거운동들이다. 그 전에는 예비후보자의 자격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지지만 후보자와 등록된 소수 사람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외 기간에 나와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현직 의원이 아니라면 출마를 하고자하는 정치 신인들은 적극적으로 유권자를 만나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규정이 이렇다보니 선거기간에만 그렇게 열심히 인사를 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세차, 현수막, 선거운동원도 없는 예비후보자일 때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선거운동은 바로 '명함'이다. 도봉구 구의원으로 출마 당시 선거 운동 기간 동안 7만 장 가까운 명함을 사용했다. 어떤 날은 아침인사 3시간 동안 혼자서 1000장을 사용했다. '명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유권자 손에 들어가서 머무는 시간은 평균 3초도 안 될 것이다. '명함전단'이라는 명칭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러면 어차피 홍보용으로 볼 것이라면 전단 사이즈로 크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선거 기간에 사용하는 명함의 사이즈도 선거법상 정해진 사이즈다. 허용 가능한 최대 크기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접이식 명함으로 크게 만드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소통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쇼핑하는 시대에 법이 이렇다고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에 페이스북 유료 홍보를 했었다. 혹시나 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니 페이스북, 인스타 등 SNS의 스폰서 광고는 불법이었다. 딱 하루 광고료로 2만 원 정도 지출했다고 하니 선관위 직원분이 비용이 그것 밖에 안 나온 것이 맞냐고 재차 확인했다. 선거법에서 허용된 선거기간동안 인터넷 광고는 포털사이트를 통한 배너광고인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 지출되니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때 느꼈다. 선거운동조차 오랫동안 해오던 관성대로, 기존의 방식대로 계속 해오고 있으니 지역 의회가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들어가고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겠구나.

지방의회부터 시작하는 정치 
 

<미래당 전략후보> 입후보한 김소희 후보자. 2022년 도봉구 기초의원에 재도전하고자 한다. ⓒ 미래당

 
매년 반복적으로 터지는 지방의회 이슈와 논란으로 국민들은 지방의회 필요성에 대한 불신이 많다. 외유성 해외 연수, 일감 몰아주기, 성추문 사건들까지. 최근에는 코로나 시국에도 해외 연수 예산을 편성한 일부 지방의회들이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논란과 이슈는 지방의회의 존재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사람들이 지방의회를 만들어가냐의 문제다. 그래서 미래당은 2022년 지역정치부터 바꾸는 실험을 하려고 한다. 창당 5년동안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마주한 정치의 두껍고 높은 장벽을 '미래당'이라는 정당사다리로 넘어서 보고자 한다. 새로운 정치와 대안 세력으로서의 힘을 가지려면 공약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통해 시민들의 삶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회정치에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야심찬 각오로 '2022년 지방선거 미래당 전략후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선출된 전략후보 3인은 선거 1년 전부터 안정된 지역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정치기본소득을 미래당으로 지급받고 선거출마기금 또한 지원받는다. 전략후보를 당원들만 뽑는 것이 아니라 만 16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당 전략후보 시민선거인단 모집 공고. 선거인단은 대한민국 만 16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고 2월 14일까지 모집한다. ⓒ 미래당 페이스북

  
정치인이기 전 유권자였을 때 기호 3번 뒤에 있는 후보들을 보면서 "그냥 떨어질 텐데 왜 나오는 것일까? 소수정당들은 나눠서 있지 말고 한 후보로 나오지", 이런 단순한 생각들을 했었다. 원외소수정당 미래당 이름으로 기호 7번을 달고 후보자로 낙선하고 나니 이 자리에 내가 서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치 선배들의 도전이 있었을까, 그제서야 그 분들의 길이 보였다. 그래서 다시 도봉구 기초의원 출마를 준비한다. 앞선 정치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출마만으로도 무너뜨리고 바꿀 수 있는 정치 진입 장벽을 없앨 것이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이 된 사회는 4년 전의 세상과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 됐다. 세상의 변화로 생긴 균열과 공백을 채워주고 어떠한 삶이라도 건강하고 안정하게 지켜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백신'이 아니라 이 시대의 감수성을 담은 새로운 '정치'이다. 이것을 지역에서부터 일궈 나가려고 한다.

이런 정치 변화의 불씨를 당신의 삶에서도,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살려내고 싶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기초의원만이라도 청년 정치인, 새로운 인물,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 소수정당에게 투표하시는 것! 또 떨어질 것 아니냐고? 기초의원은 2등부터 많게는 4등까지 당선이 된다. 그래서 당신이 뽑아주시면 당선된다. 그 변화가 일어나는 날은 2022년 6월 1일 수요일이다.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