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가을야구가 좌절된 삼성 라이온즈의 지난 시즌 최대 수확은 '1선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의 호투였다. 그는 무려 15승이나 기록하면서 삼성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어낸 주인공이 됐다.

왕조 시절을 함께했던 밴덴헐크가 떠나고, 2015년 피가로를 끝으로 삼성에는 긴 시간 동안 에이스 노릇을 해줄 외국인 투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시즌 도중에 방출 통보를 받은 투수도 있었다. 그 사이 팀은 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다.

물론 팀 성적 부진을 외국인 투수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순 없다. 그러나 선발진의 필수 조건인 강력한 원투펀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삼성으로선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절실했다. 
 
 1998년 베이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구단 역사상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만들었다.

1998년 베이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구단 역사상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만들었다. ⓒ 삼성 라이온즈


기복 점점 줄인 뷰캐넌, 결국 15승 수확까지 성공

뷰캐넌은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개막 3연전 등판을 비롯해 5월 한 달 동안 기복 있는 투구를 이어갔다. 5월 19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10실점이나 허용했다. 그래도 5경기 32이닝 3승 2패 ERA 4.50으로, 경기당 6이닝 이상을 소화한 점이 고무적이었다.

6월까지 어려움을 겪던 뷰캐넌이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는 7월이었다. 7월 5경기 35이닝 3승 2패 ERA 2.06을 기록, 완투도 한 차례 있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7월 뷰캐넌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륭)는 1.03에 불과했다.

8월 들어 잠시 흔들리기도 했던 뷰캐넌은 승수를 꾸준히 쌓으면서 10승을 달성했다. 9월에는 반등에 성공하며 5경기 34이닝 3승 ERA 2.65를 기록, 10월 들어 1승을 더 챙기면서 15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클래식 스탯, 그 중에서도 다승의 가치가 이전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외국인 투수의 활약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삼성에선 나름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1998년 베이커(15승) 이후 22년 만의 단일 시즌 외국인 투수 15승이자, 구단 역사상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이었다.

타자들의 도움만큼이나 본인의 호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록이었다. 27경기 동안 뷰캐넌은 174.2이닝을 던졌는데, 2010년대 이후 삼성에서 이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발 투수는 윤성환(2015년 194이닝, 2016년 180이닝) 단 한 명뿐이었다.

진기록도 있었다. 지난해 뷰캐넌이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에 루상에 출루한 주자들이 단 한 번도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는데, 이는 KBO리그 역사상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로선 처음이었다. 뷰캐넌은 출루를 허용해도 기동력을 이용한 추가 진루를 최대한 억제했다.
 
 마운드에선 누구보다도 진중한 뷰캐넌이지만, 덕아웃에서는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올해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마운드에선 누구보다도 진중한 뷰캐넌이지만, 덕아웃에서는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올해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 삼성 라이온즈


'PS 진출 도전' 삼성, 그 중심엔 뷰캐넌이 있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뷰캐넌이 다음 시즌에도 삼성에서 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는 한 번 더 삼성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양 측은 12월 9일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 인센티브 5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삼성은 올해도 뷰캐넌을 믿고 있다. 원태인과 최채흥, 여러 명의 5선발 후보까지 국내 선발진 사정도 나쁘지 않은 만큼 뷰캐넌이 지난해 만큼만 해줘도 만족할 만한 팀 성적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뷰캐넌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6.6km로, 리그 선발 투수 가운데 여섯 번째로 빨랐다. 또한 커터, 투심,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면서 타자들이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베테랑 포수 강민호와의 호흡까지 잘 맞는 만큼 올해 뷰캐넌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뷰캐넌은 지난 19일 <엠스플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삼성에서 활약하면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고 싶다. 팀이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리그 적응도 끝났고,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지난해보다 기복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꾸준함으로 무장한 뷰캐넌이 올해도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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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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