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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은 달이 휘영청 떠서 세상을 훤히 밝힌다는 대보름이다. 코로나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시기라 힘든 해를 보내는 마음으로 오곡밥과 나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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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에 담가둔 찹쌀, 차조, 기장, 검정콩에 이른 아침 삶은 팥을 섞어 밤, 대추, 곶감도 넣어 간이 배도록 설탕과 소금으로 간한 물을 3~4번 뿌려가며 쪘다. 오곡밥이 어느 정도 익었다 싶었을 때 남겨 놓은 팥을 고루 섞고 다시 한번 뜸을 들이니 고슬고슬한 밥이 됐다. 요즘은 밥솥에 잡곡밥 취사 과정이 있어 찌지 않고 바로 오곡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오곡밥은 차진 곡물이 많이 들어가므로 물을 적게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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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날 삶아 다듬어 놓은 고사리, 호박고지, 취나물, 쑥부쟁이, 토란대, 고구마대 등 고지나물도 육수에 들깻가루와 참기름 넣어 감칠맛 나게 자작자작 볶고 숙주는 아삭하게 데쳐 무쳤다.

어릴 적 어머니는 정월대보름이면 오곡밥을 김에 둥그렇게 싸서 주곤 했는데 입에 착착 안기는 맛이 기가 막혀 지금도 오곡밥을 김에 싸 먹는다. 이처럼 김이나 취나물에 오곡밥을 싸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한다. 밤에 집집마다 장독대에 오곡밥을 올려놓아 그 밥을 조금씩 먹곤 하였는데 이상하리만치 집마다 맛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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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점도 있었지만 오곡 외에 감, 밤 말린 것을 넣거나 팥 외에 돈부콩이나 늙은 호박고지 등을 넣어 그 맛을 더한 까닭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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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보름에는 한여름 더위와 부스럼을 물리치라는 의미로 밤과 호두, 잣, 땅콩 등의 부럼을 깨고, 바늘에 잣을 끼워 불을 붙여서 그해의 운을 점치기도 하는데 이번 보름엔 껍질 땅콩만 사와 깨물고 대신 오곡밥에 밤과 대추 곶감을 넣는 것으로 부럼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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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에 나물을 먹는 이유는 여름내 더위 먹지 않고 건강하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그래서 잘 말려두었던 나물을 사용했는데 토란대, 호박고지, 고구마줄기, 취나물은 텃밭에서 직접 길러 말려 둔 것들이라 더 감칠맛이 났다.

둥그런 보름달 보며 소원을 빌고 싶은데 날이 맑지 않고 옅게 구름이 깔려 해가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었다. 보름달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에 둥그런 보름달 띄워놓고 소원을 빌어야 하나 했는데 저녁 늦게 흐리지만 둥그런 달이 내려다보고 있어 반가웠다. 얼른 마당으로 나가 두 손 모으고 가족의 건강과 복을 기원했다. 
 
흐릿하지만 둥그런 달이 내려보고 있어 반가웠다
▲ 대보름달 흐릿하지만 둥그런 달이 내려보고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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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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