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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월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15일까지 701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363건)의 2배를 넘어섰다.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린 주택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의 모습.
 지난 1월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15일까지 701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363건)의 2배를 넘어섰다.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린 주택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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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 임대를 지원받아 가까스로 서울에 '14평 올수리 다세대주택' 신혼집을 구했다. 옆집과 구구단이 가능할 정도의 방음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만족은 겨우 1년, 우리 부부는 주거 불안과 주거 불편을 느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이전이어서, 1년 뒤에 집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야 할 텐데, 어디로 가야 하나. 또 옆집과의 방음은 참기 힘든 수준이 되어가고 소나기가 심하게 내린 날 천장에서 물이 새기도 했다.

대학원생과 1년 차 직장인 부부에겐 공공의 도움 없이 주거 불안과 불편을 해소할 길이 없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뒤져보니 새로 건축한 공공 아파트 장기전세가 있었다. 꾸준히 넣어온 청약통장, 낮은 소득, 신혼부부 가산점이면 가능할 것 같았다. 예비 3번을 받아 결국 당첨이 되었다.

당첨되었다고 좋았던 것도 잠시, 전세보증금은 무슨 수로 마련할지 막막했다. 목돈이 적은 무주택 주거약자(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가 당첨되었지만, 정작 보증금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마련하지 못하면 기회를 박탈당한다. 뭔가 아이러니하다. SH가 전세보증금을 떼먹을 리도 없고, 이자를 낼 여력도 있는데 대출받기가 참 어려웠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서울시 신혼부부 전세보증금 이자지원 사업' 등은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목돈이 적은 부부에겐 무의미했다. 대출을 많이 받아야만 보증금을 낼 수 있는데 은행에선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 또 공공임대 아파트에는 다른 주거금융지원이 배제되기도 했다. 몇 주간 열심히 알아본 결과, 서울보증보험과 연계된 전세자금대출을 간신히 받았다. 시중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출이었다.

그리고 그 '2억 원' 대출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시기에 '네가 가라 공공임대!'라고 힐난한 정치인의 기사를 접했다. 그런데 그분의 따님은 할아버지의 용돈으로 '2억 원'을 모아두셨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주거 약자에게 공공임대가 '하늘의 별 따기', '되어도 못 가는 곳'임을 모르는 것 같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이 박사장에게 느꼈던 모욕감이 정확히 이해되었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서민주거안정'이라면

'서울주거포털', '서울청년포털', '서울일자리포털' 등에는 어려운 청년과 신혼부부를 지원하기 위한 갖가지 제도가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제도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리기는 쉽지 않다. 제도들은 흩어져 있고 수많은 '자격 증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더 디테일하게 현실에 적합한 제도를 연계해 놓는다면, 가릴 것 없이 폭넓게 혜택을 준다면 좋을 것이다. 옆 동네 경기도의 정치효능감 높은 정책들('기본 시리즈')처럼 말이다.

주요하게 다뤄지는 정치 기사들을 보면 시민의 삶과 그다지 관계없는 내용이 가득하다. 어느 검사가 어느 자리에 갔다거나 검찰 인사안이 민정수석을 패싱했는지가 문제란다. 도대체 살면서 검사 한 번 볼 일도 없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그렇게나 중요한 일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의 공약도 그렇다. 누구는 1년 만에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직정원'을 만드는데 심취한 듯하다. 누구는 시민의 삶보다는 정권심판 자체가 목적이고 철도를 모두 지하화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는 '책임지고 확실하게 재산세를 감면하겠다'고 한다. 누구는 서울시장에는 관심이 없고 대선에 나가겠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또 선거에 나왔다.

과오를 떠나 고 박원순 시장은 첫 3선 시장으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공공자전거 따릉이', '메르스 대처', '제로페이' 등이 떠오른다. 모두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다.

'이런 시장을 원한다!'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오마이뉴스>의 부탁을 받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는 말처럼, 구체적으로 겪은 일 속에서 어떤 시장이 필요할지 고민했다. 부동산 정책이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라고 한다. 후보들은 기존의 정책부터 잘 검토하고 보완하길 바란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서민주거안정'이라면 살만한 공공임대 늘리고, 정책을 내실 있게 집행해야 한다. 우리 부부가 떠날 '14평 올수리 다세대주택'에는 갓난아기까지 있는 신혼부부가 입주할 예정이다. 사실 그분들이 우리보다 더 혜택이 필요한 대상 같은데 말이다.

태그:#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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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공익전담변호사. 경기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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