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11월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0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국정원 로고.
 지난해 11월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0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국정원 로고.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1. 공무원·교직원·민간인에 대한 '신원조사' 규정 및 그 내용

현재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 등 법률에는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없다.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를 규정한 것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과 대통령 훈령인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규칙')이며, 신원조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
ⓒ 엄기섭

관련사진보기

 
보안업무규정이 2020년 12월 개정되어 2021년 1월부터 제36조 제3항 제1호가 '공무원 임용예정자' 전체에서 '국가안전보장에 한정된 국가 기밀을 취급하는 직위에 임용될 예정인 사람'으로 변경되었으나,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은 2021년 2월 현재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여전히 모든 공무원 임용예정자가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 아래에서 보는 공정거래위원회훈령의 경우 2021년 1월 25일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모든 신규채용 예정자가 신원조사의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3급 이상의 공무원 임용예정자는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는데(규칙 제56조 1항 1호), 3급 이상 공무원 임용예정자는 주로 현재의 4급 공무원(거의 대부분 과장)이므로, 법무부, 경찰청, 국세청, 인사혁신처, 교육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4급 공무원(과장급)들은 국정원에 대한 관계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4급 공무원들은 아무리 업무를 열심히 하여 장관·차관·실장·국장 등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도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3급 이상 공무원으로 승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현재의 4급 공무원들이 국정원이 어떠한 요구를 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판사와 모든 검사는 신규 임용되기 위해 국정원의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규칙 제56조 1항 3호, 4호). 또한 국정원장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사람은 누구라도 신원조사를 받아야 하며(규칙 제56조 4항), 이는 국정원의 필요에 따라 민간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신원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원조사를 받기 위해서는 '신원진술서'를 첨부하여 공문으로 요청해야 하므로(규칙 제57조 2호), 반드시 신원진술서를 작성·제출해야 하고, 신원진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모두 기재해야 한다.

 
.
 .
ⓒ 엄기섭

관련사진보기

 
신원진술서를 작성·제출하는 시기는 필기·서류·면접 등에 합격한 이후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직전이다. 아래에서 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최종합격자 공고'의 최종합격자 제출서류 목록에 신원진술서가 포함되어 있다(공정위 공고 제2021-10호, 제2020-80호, 제2019-106호 등).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관련 내용은 1964년 3월 보안업무규정이 제정될 때부터 신설되었으며, 시기별로 대상에는 변동이 있었지만, 신원진술서를 작성·제출해야 하는 내용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보안업무규정이 제정될 당시에는 신원조사를 중앙정보부장이 하였는데, 1981년 10월 개정 시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1999년 3월 개정 시 국가정보원장으로 개정되었다.

보안업무규정 및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을 근거로 각 부처별 시행세칙이 훈령의 형태로 제정되어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신원조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를 보면 다음과 같다. 각 부처 훈령에는 국정원이 신원조사회보를 하기 이전에 공무원을 채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국무조정실훈령 제17조 2항, 공정위훈령 제14조 2항 등).  
.
 .
ⓒ 엄기섭

관련사진보기

   교육부훈령에 의하면 국·공립학교 교직원은 물론이고 사립학교 교직원도 모두 신원조사를 받아야 한다(제7조 2호).

 
.
 .
ⓒ 엄기섭

관련사진보기

 
비정규직원으로서 기관 내에 상주하거나 빈번히 출입하는 자(공정위훈령 제14조 1항 4호 등)에는, 민간인도 포함될 수 있고, 국정원이 누구든지 필요한 사람에 대해 신원조사를 할 수 있으므로(규칙 제56조 4항), 민간인에 대해서도 신원조사가 행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교직원·민간인에 대한 신원조사는 모두 위헌이며 위법인데, 공무원과 민간인으로 나누어 본다.

2.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는 위헌이며 위법이다.

가. 신원조사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등).

공직자선발에 관하여 능력주의에 바탕한 선발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 예컨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출신 지역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공직취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9. 12. 23. 98헌바33). 

헌법재판소는 국립대학교인 ○○대학교 총장후보자 선정과정에서 후보자에 지원하려는 사람에게 1,000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기탁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총장후보자에 지원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훈령)은 기탁금을 납입할 수 없거나 그 납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위 법리에 의할 때,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는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기준 삼는 것으로서 신원조사를 거부하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나. 신원조사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침해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행복추구권에는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 포함된다(헌재 2019. 12. 27. 2018헌바130).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된다(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등). 

헌법재판소는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특별법 시행령 별지 서식 가운데 4.16세월호참사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합니다.라는 부분, 즉 '이의제기금지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여 법률의 근거 없이 대통령령으로 청구인들에게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일체의 이의제기 금지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17. 6. 29. 2015헌마654).

위 법리에 의할 때, 신원조사를 규정한 보안업무규정은 신원조사를 받지 않을 자유를 가지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에게 신원조사를 받을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침해한다.

다. 신원조사는 헌법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대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법치주의는 법률유보원칙, 즉 행정작용에는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원칙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하여 국회가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한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으므로,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위 법리에 의할 때,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라.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시행령(대통령령) 조항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는 경우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처분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등).

위 법리에 의할 때,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에 기초한 신원조사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마. 국가정보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와의 비교

국가정보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법률인 국가정보원직원법에서 신원조사를 한다는 규정(제8조의2)을 두고, 구체적인 절차 등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에서 규정(제2조의5)하고 있어서,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
 .
ⓒ 엄기섭

관련사진보기

 
3. 민간인에 대한 신원조사도 위헌·위법이다.

첫째, 신원조사는 민간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헌법 제15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자유에는 선택한 직업에 종사하면서 그 활동의 내용·태양 등에 관하여도 원칙적으로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직업 활동의 자유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38560 판결 등).

따라서 관공서 내에 상주하거나 상시출입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자 하는 민간인으로 하여금 신원조사를 받도록 하고, 신원조사를 받지 않으면 상주 또는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직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

둘째, 신원조사는 민간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도 침해한다.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거주·이전의 자유란 국민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 주소나 거소를 설정하고, 또 그것을 이전할 자유를 말한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7두10846 판결). 따라서 관공서 내에 상주하거나 상시출입 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자 하는 민간인으로 하여금 신원조사를 받도록 하고 신원조사를 받지 않으면 상주 또는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도 침해한다.

공무원에 관해 본 바와 같이,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민간인에 대한 신원조사가 위법인 것도 위 공무원에 대한 것과 같다.

4. 신원조사는 위헌·위법이므로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자료사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자료사진)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국정원의 신원조사는 위헌·위법이므로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 신원조사를 폐지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위에서 본 신원조사 관련 규정을 모두 삭제하는 것이다. 청와대도 훈령 등의 형태로 신원조사가 행해지고 있을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삭제되어야 한다.

국정원 불법 사찰 논란과 관련하여, 박지원 국정원장은 최근 '국정원은 법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오직 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하였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신원조사는 국정원직원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하면 될 것이지만, 국정원 직원 이외의 공무원·교직원·민간인에 대한 신원조사는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하면 안 된다고 본다.

태그:#국정원, #신원조사, #보안업무규정, #국정원 개혁, #신원조사 위헌 위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원조사 폐지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