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23 19:37최종 업데이트 21.02.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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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결혼 적령기 여성 중 결혼하기보다는 혼자 살며 아이가 필요하면 정자은행에서 건강하고 머리 좋은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갖겠다는 이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실제 외국에서는 한 남자에게서 제공받은 정자로 여러 아이들이 태어나 근친상간의 문제가 대두되자 정자를 제공받은 엄마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례 2] 지난 설날 한 방송에서 종가의 맏며느리(종부)와 대담을 했다. 그 며느리는 어렵고 고된 종가의 생활을 말했는데 가장 힘든 점이 후손을 얻어야 하는 부담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기술로는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즉, 아들을 못 얻어 고민하는 종부 언니에게 동생이 자신의 자궁을 빌려주어 형부와 언니의 접합자를 착상해 아이를 낳는 것이다.

위와 같이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낳거나 자신의 자궁을 빌려주어 아이를 낳는 사람의 행위를 이해하는데 유전학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윈은 자연선택이 변이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윈 당시 사람들은 유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자식의 해부학·생물학적 특성을 "부모의 특성을 섞어 놓은 것(blending inheritance)"으로 여겼다. 그러나 유전은 섞임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멘델의 완두콩을 관찰한 결과로 알려지게 되었다.

1952년 왓슨과 클릭(Watson & Crick)이 핵산(생물의 증식을 비롯한 생명 활동 유지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물질, DNA와 RNA)의 구조를 규명했는데 이는 생물학에서 아주 중요한 발견이었다. 핵산의 기본구조인 뉴클레오티드는 사다리가 나선형으로 뒤틀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당(sugar)과 인산염(phospate) 그리고 염기(base)라는 세 개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과 침팬지의 핵산은 98.6%가 서로 같은 성질을 나타내며 1.6%만이 다를 뿐이다. 다른 생명체는 사람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사람은 30억 개의 염기쌍이 모여서 된 핵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을 똑바로 펴면 약 2.7m가 되며 세포마다 저장된 정보가 단지 염기에 따라 인쇄된다면 3년간 일간 신문에 기록된 양과 같다고 한다. 이런 핵산의 뭉치가 바로 사람의 기본 구조다.  사람은 이 구조에서 합성된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핵산의 뭉치가 바로 사람의 기본 구조다. 사람은 이 구조에서 합성된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 pixabay

 
사람은 한 유전자 자리에 2개의 대립형질이 있으며 표현형과 유전형으로 나타난다. 자식은 부모 양쪽으로부터 각각 50%의 유전형과 표현형의 유전인자를 물려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자식들에게서 유전형과 표현형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부모의 유전형질이 예측한 대로 자식에게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열성의 특성은 한 세대를 건너서 나타나는데 이 점이 유전질환의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또한 일부 특성은 유전의 기본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나, 어떤 특징은 한 개 이상의 유전방법으로 상속되며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핵산 코드에 변화를 주는 절대적인 유전적 변이는 돌연변이다. 돌연변이는 방사능이나 공해 또는 음식 등에 의해 DNA 염기서열에 변화가 생겼을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산업화에 따른 후유증은 성세포에 영향을 주어 우리 후손의 미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험실에서 초파리를 방사능에 노출시켜 돌연변이의 비율을 늘린 실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돌연변이는 핵산의 기본구조뿐 아니라 핵산의 마디와 염색체가 변해서 일어난다. 이렇게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유전자 코드가 바뀌고 이어 아미노산이 바뀌며, 단백질이 변하고 유전정보가 바뀐다. 이때 염색체가 지닌 유전정보도 염색체 마디나 전체에 의해 삭제되거나 복사된다.

위와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1972년에 처음으로 동물의 핵산을 분리해 다른 동물의 핵산과 결합하는 유전자 재결합 기술이 세상에 소개되었다. 이 기술은 의학과 농업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핵산 합성에 관한 일부 연구는 우리에게 과학적·윤리적·도덕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 복제·낙태·코로나19에서 보듯 핵산 합성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재앙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뿐만 아니라 유전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정보 공개도 우리가 논의할 점이다.

아마도 유전학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주제는 사람의 행위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조절되느냐는 점일 것이다. 이 논쟁은 학문보다는 사회적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문제는 유전학의 기본 개념을 잘못 이해하거나 진실과는 상관없이 사회적 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학으로 포장한다는 점이다.  
   
정자를 제공받아 임신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면 사람들과 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언니 대신 임신을 하는 행위에 대해 사람들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발달한 생명과학 기술에 대해 법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윤리적인 논쟁을 할 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판단은 개개인의 몫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어쨌든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니까.     
덧붙이는 글 박선주는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로 생물인류학 분야를 공부하고 대학에서 고인류학과 동물고고학 등을 30여 년간 가르쳤다.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을 비롯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태평양 전쟁 희생자 유해 발굴 등을 담당했다. 퇴임 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자원봉사자들과 같이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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