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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전 갑천을 현장 답사하던 와중에 대규모 경작지를 확인했다. 사람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 조성된 경작지였다. 하천 내 경작지는 불법이다. 필자는 현장을 확인하자마자 대전시 관계자와 통화해 조치를 요구했다.

대전시는 하천을 관리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으므로 당연히 현장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불법경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이 어디인지 인식시키는 것도 힘들 정도로 하천에 대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렵게 위치를 설명하면서 현장 확인을 요구했다. 그런데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지도에는 경작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황당한 답을 했다. 포털의 위성지도는 실시간이 아니라는 설명과 함께, 빠르게 파악해서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한 뒤 전화를 마쳤다. 
 
농경지로 의심되는 지역이 포털지도에 보인다
 농경지로 의심되는 지역이 포털지도에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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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털에 들어가보니 현장에 농사지은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장은 포털지도보다 더 많은 면적이었지만 흔적은 찾을 수 있는 정도였다. 경작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대전시 공무원의 말과는 달랐다.

하천에 농사짓는 건 공유지를 사유화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뿌리는 농약과 비료, 퇴비 등이 하천으로 직유입되기 때문에 빠르게 조치가 필요한 일이다. 수질오염으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 등의 생물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15일 다시 대전시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자는 다른 지역의 불법경작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후 갑천 전역을 차근차근하게 조사해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필자가 신고한 현장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대표 주소도 없이 신고한 곳이라며 주소라도 달라'고 말했다. 결국 포털에 위치를 검색해 2개의 필지 주소를 불러주어야 했다. 
 
불법경작지로 보이는 현장모습
 불법경작지로 보이는 현장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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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처리를 요구했지만, 대전시 측은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고 하다가 '상반기 안에 처리하겠다'는 등 오락가락했다. 필자는 '신고한 곳을 최소한 직접 둘러보고 불법경작지인지 여부를 확인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작지의 농작물이 심어지기 전에 빠르게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관리하는 지역이 많고 인력이 부족해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기일이라도 알려달라는 말에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하겠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빠른 시기가 세 달인지 올해 안인지 알 수 없게 말이다. 
 
하천 불법경작지로 추정되는 곳
 하천 불법경작지로 추정되는 곳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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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확인한 농경지는 1~2년에 걸쳐 조성된 지역이 아닌 듯했다. 담을 쌓고 농사를 지은 세월이 느껴진다. 대전시가 그동안 이곳에 농경지가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내고 있었던 것 자체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수년 동안 하천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시간과 인력 핑계를 대며 베짱을 부리는 지자체의 태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주소를 내놓으라거나 포털에는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봄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조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또한 정상적인 대응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태그:#불법경작, #대전시, #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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