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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농막을 둘러 보고 있는 농촌 청년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농막을 둘러 보고 있는 농촌 청년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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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 것인가'의 문제는 도시 청년뿐 아니라 시골 청년에게도 고민거리이다.

최근 도시의 삶에 회의를 느낀 일부 젊은층이 농촌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도시살이의 대안으로 농촌을 선택한 청년에게도 집 문제는 난제 중 하나다. '청년을 위한 빈집'은 시골에서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의 청년들이 집 문제의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그 때문이다. 22일 귀농·귀촌 마을인 홍성군 홍동면 청년들은 '작은 집'을 주제로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동네에 있는 작은 규모의 농촌형 주택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산림살림에너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산림살림조합)에서 주관했다.

"농촌 청년에게도 주거 복지 중요한데... 언론에선 도시 청년만 다뤄"

장정우 산림살림에너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농촌 청년들에게도 주거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도시 청년들의 주거 문제만 거론되고 있다. 농촌의 청년 주거 기사는 거의 없다. 언론에서도 언급이 잘 안 된다"며 "(수도관이 터지거나 세서) 갑자기 수도요금 폭탄을 맞거나, 겨울에 추울 때, 갑자기 집에서 쥐가 나올 때 문제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들은 이날 다양한 고민을 쏟아냈다. 홍동면에 거주하는 청년 A씨는 "소박하고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농촌으로 왔다. 하지만 집을 구하기도, 새로 짓기도 어렵다"며 "돈이 없어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친환경적이고 관리비가 적게 드는 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에게는 10평 남짓의 작은 규모의 농촌형 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은 평수의 조립식 주택, 농막, 소형 페시브하우스나 등이 농촌 청년들의 주거지로 거론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도시에서 살던 전셋집을 정리하고 내려온 청년들의 경우, 여유자금으로 농촌에 비교적 넓고 쾌적한 집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지나치게 넓은 집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청년 B씨는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홍성으로 왔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층집인데 집이 크다 보니까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공간이 많다. 큰집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며 "작은 집에서도 공간 재배치만 잘 하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도시 청년들나 농촌 청년이나 집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비슷하다. 도시와 농어촌을 구분할 것 없이 청년들은 삶의 질을 높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도 집은 인생의 계획이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단순한 공간 이상의 개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청년 C씨는 "주거 환경에 따라서 운동량이 달라지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계획도 달라진다. 어떤 집에 사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방향이나 계획도 잘 짤 수 있다"며 "집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나에게 맞는 집을 직접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촌형 에너지 자립마을이 궁극의 목표"  

그렇다면 농촌형 청년 주거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정우 이사는 "농촌에 사람이 없고,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농촌으로 오고 싶어도 살집이 없다. 공급과 수요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농사지을 땅을 빌리더라도 정작 살집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를 언론에서도 관심 갖고 다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청년들을 위한 농막을 지어 주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욕구나 바람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며 "어차피 농막을 지을 것이라며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설계 과정에서부터 청년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홍성의 농촌 청년들로 구성된 산림살림에너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9월 정식으로 인가를 받았다. ▲ 재생에너지 개발과 발전 사업 ▲ 기후위기에 맞는 에너지 교육과 건설팅 ▲ 축산 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로 열공급을 하는 재생에너지 활용사업 ▲ 바이오매스 교육과 홍보 체험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농촌형 청년 주택을 공급하는 일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농촌형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청년들은 10평 미만의 작은 주택에 대한 설계 작업을 시작으로, 작은 집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농촌형 에너지 자립마을의 첫단추를 끼웠다.

태그:#농촌형 자립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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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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