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급격한 변혁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그 변화의 물결 가운데 적응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도 꽤 많이 있다. 이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물으니, 박예진 가톨릭상담대학원 외래 교수는 '당연하다'고 대답한다.

그는 변화에 적응하는 개인차가 분명히 있다고 하면서, '그래도 우리 모두가 오늘을 살아내고 있잖아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말이 기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 박예진 교수는 올라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그 진정성 있는 태도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자기수용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코로나 블루로 인해 많은 면에서 망가져 있는 지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느끼면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나에게>의 저자이자 아들러 심리상담 전문가인 박예진 교수에게 이 총체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어떻게 자기를 수용할 수 있는지 들어본다. 다음은 박 교수와 지난 24일 줌으로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저자와 줌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저자와 줌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 유영수

관련사진보기

 
- 완벽주의자가 위험한 이유는 실수나 실패를 했을 때 실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좌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이런 사람들이 자녀를 양육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어떤 걸까요?
"내가 완벽하면 타인의 부족함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의 높은 기준을 요구하게 됩니다. 30년 혹은 40년 동안 살면서 형성된 높은 기준을 어린 자녀에게 요구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은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여기면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 책 내용에 자존감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자기수용과 자존감, 이 두 가지는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자존감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또한 나의 정체성과도 깊이 연관돼 있어요. 자존감과 자기수용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거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과정을 중시하고, 결과가 안 좋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자기수용이 상대적으로 쉬워요."

-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느라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맞벌이를 하다보니 정말 바빠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도 있는데요. 후자인 경우에는 어떤 방법을 쓰면 좋을까요?
"일하는 엄마는 집에 돌아오면 아이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짧은 시간에 체크를 하게 되죠. 거기에 엄마로서 그 자리에 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도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과잉보호하게 됩니다.

아이는 작은 것이라도 성취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하는 엄마 때문에 그런 기회를 박탈당하는 거예요. 또 부모가 못 이룬 것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아이들은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기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과잉보호를 가장 좋지 않은 양육방식으로 봅니다."

- 자기수용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는 무엇이고,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자기수용은 추상적인 개념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매일 한 번씩 자기를 성찰하고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돌아보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 잘한 것을 찾아보고, 불안해서 어려움을 겪은 순간도 느껴보는 거예요. 자기수용은 단기간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아셔야 해요."

-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일기를 매일 쓰는 방법이 좋을 것 같네요.
"일기를 꾸준히 쓴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잠깐이라도 일을 멈추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고, 저는 걷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면서 멀리서 나를 보는 거에요. 객관적인 관점에서 내가 나를 보면 좋습니다. 모든 심리학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변화의 단초는 나를 돌아보는 것이에요."

- '자기수용을 위해서는 나를 통합된 나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책에 쓰셨는데, 여기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
"자신이 보기에 부족한 부분이나 각자 속상한 것들이 있을테고, 한편 지식이나 사회적 훈련으로 발달된 면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통합된 자기'로 드러나는 것이 바람직한데, 학계의 연구 결과를 보면 보통 50세 전후에 자기에 대해 생각해 보고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부족한 점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잘하는 것도 있는데, 늘 못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산다면 너무 힘들겠죠. 이런 것들을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격려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 책에 나오는 문장 중에서 '내 마음의 주치의는 나다'라는 표현이 참 멋진데요. 이 말의 의미는 자기수용과 일맥상통하는 거겠죠?
"못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게 또 자기 탓만은 아니잖아요. 어릴 때 환경이 좋은 양분도 됐지만,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했단 말이에요. 나의 아픔, 나에게 채워졌으면 하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는 거죠. 무엇이 이슈인지는 알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주변 사람들, 특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합니다."

- '자기수용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필요한데, 거창해서 실천하기 어려운 거 말고 소소한 것들을 선물하는 게 좋다'고 책에 나오는데요. 예를 들어 영화 볼 때 프리미엄관 이용하기, 자신에게 존댓말 쓰기, 혼자만의 시간 갖기 등이 좋다고 소개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은 평소에 자기수용을 위한 선물로 어떤 방법을 활용하시는지요.
"저는 실시간으로 즐거운 것을 찾아요. 시각적으로 발달된 사람이라서 꽃을 사무실에 놓는 방법도 있고, 커피 마실 때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곤 합니다. 그리고 '박여사 오늘 수고했어'라고 말해주기도 해요."

- 교수님은 원래 전공이 경영학이셨고 기업대상으로 하는 교육회사에 다닌 이력도 있으신데, 어떻게 아들러 심리학과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제 인생의 커다란 위기의 순간에 아들러 심리학을 만났어요. 기업교육을 하는 회사에 근무하다가 선배로부터 자기 회사의 CEO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갔는데, 회사는 거의 망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거든요. 제 친구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한국에 아들러 심리학이 도입되지 않았는데 한국에 정말 잘 맞는 이론이다"라는 말을 듣고, 미국에 건너가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관련 책도 번역하고 아들러코리아도 설립하게 된 거죠."

-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3대 과제를 일, 우정, 사랑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쉽게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청소년들과 특히 청년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있어요. 살아갈 날들이 산 날보다 훨씬 많다는 것에 주목하면 어떨까요. 저도 대학 다닐 때 힘들어서 한 학기를 아예 쉰 적도 있거든요. 청년들이 물류 쪽 말고는 일할 곳이 별로 없는 현실이 참 씁쓸하지만, 인생을 좀 길게 보고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 말해주고 싶어요.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자기 자신을 격려해 주세요."

- 마지막으로 코로나 블루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못해서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팁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스로에게 '네가 잘 못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걸 잘하잖아'라고 셀프 토크를 하면서 격려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에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해요. 집에 식물을 키우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좋고, 온라인에서라도 사람들과 연결되고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실린 내용은 제 개인 홈페이지인 더행복한가정연구소(https://happier.tistory.com/)에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태그:##나를인정하지않는나에게, ##책마주, ##오마이뉴스연재기사, ##책을통해저자의인생을마주하다, ##아들러심리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