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하는 '사람'이 있는 일터에 사고,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살기 위해 출근하는 곳에서 죽기도 하고, 다치거나 아프기도 한다. 하지만 아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 노동, 심야노동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일터 괴롭힘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사회적으로 알려내며 바뀌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알려내기도 한다.

코로나 19 최전선에 있는 간호사부터 병원의 청소노동자, 10년 넘게 노조파괴와 동료의 죽음을 안고 견뎌 나가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 심리적 상흔을 입은 노동자들의 심리치유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까지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둘러싼 여러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기자말]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드러내고,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는 미비하며, 대형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미 내재된 유해요인들이 코로나 19 유행 상황을 만나 과중되고 있다.

현 상황을 듣고 과제를 모아보기 위해 공공운수노조 세브란스병원분회 조합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는 총 4명, 50~60대 여성 3명ㆍ남성 1명, 각각 응급실ㆍ중환자실ㆍ본관 수술실ㆍ쓰레기 운반을 담당하고 있다(순서대로 A, B, C, D로 기술).

이들은 모두 오전타임(오전 6시~오후 4시)이며, 용역업체 ㈜태가비엠을 통해 간접 고용되어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세브란스병원 청소 노동자들은 3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다.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병원이다 보니 병원 노동자들의 근무표도 그에 맞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오전 6시~오후 4시, 오후 1시~10시, 오후 10시~오전7시 근무이며, 교대 시간은 입사할 때 정해져 있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견뎌내고 있는 현실

병원의 청소 구역을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 노동 강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노동자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속도나 자세, 감염 등 유해요인에서의 노동자 보호는 후순위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을 세브란스 병원 청소 노동자들은 주요한 문제로 제기하고 했다. 1인당 주어진 청소 구역이 많다 보니 한 곳에 집중해서 업무를 하기에 버겁다. 그러다 보니 '다 내 땅이야'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야간도 우리 입장하고 똑같아요. 사람을 안 주니까. 선별(진료소) 가야지 I(구역) 해야지 하니깐 일이 제대로 되냐고. 우리가 가보면 쓰레기가 그냥 있어요. 이 상황이 왜 벌어지냐, 사람이 없으니까 못 하지 않냐. 오늘도 제가 I구역 일을 가서 하잖아요, I구역 갔다가 다른 데서 일 하니까. 그걸 본 선생님이 '아니 여사님은 어디까지 다니는 거예요?' 여기 다 내 땅이야."(A)

특히 응급실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감염에 유의하며 더 꼼꼼히 청소노동을 수행하도록 요구되고,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도 이전보다 더 많아져 수행해야 하는 업무양도 증가했다. 신경 쓰면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관리해야하는데도 그럴 겨를 없이 일 하기 바쁘다.

이렇게 책임은 막중해지는 데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평일에 비해 주말인 일요일의 경우 평소 인원의 절반만 해당 구역에서 근무 한다. 그러나 증가된 노동 강도에 비해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한 사람이 두, 세 사람 몫을 하고 있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한 사람이 두 사람 세 사람 몫을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이 보통 많은 게 아니에요. 큰 거 쓰레기를 빼가꼬 나오고 들어가잖아요. 또 찼어요, 한 타임에 10개씩 나와요. 그것만 하는 게 아니에요, 오줌, 똥, 토한 거, 피, 다 해."(A)

"일요일은 (응급실) 2명 줘요. 네 사람 했던 자리를 두 사람을 주는 거야. 미쳐요 미쳐. 표현을 미친개가 뛰어다닌다고 한다고 그래."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 노동자들은 스스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큰 부담과 스트레스,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 업체가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환자가 퇴원을 했어요, 실컷 청소하면 선생님이 '여사님 여기 가면 안 돼요' '왜요? 나 여기 청소하러 몇 번 왔다 갔다 했는데.' 확진자 옆에 있어도 몰라요. 코 3번이나 땄어요. 근데 사무실도 눈 하나 깜짝 안 해. 1년 동안 우리를 부려먹었으면 되었지, 한 사람이 두 사람 세 사람 몫을 하는데 해도 너무한다. (사무실에서) 막 떠들었어요. 너무 화딱지 나서 체면도 없어."(A)

"수술방도 마찬가지야, (인원을) 안 줘요. 이 사람이 갑자기 아파서 못 나오면 사람을 넣어줘야 하잖아, 안 넣어줘.(C)"


이들은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노동자 안전보건 사항 중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탈의실 개선과 함께 인력충원을 언급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병원이 수술이나 진료, 치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에 새벽 6시 보다 빨리 출근한다.

할당된 구역이 많고 노동 강도가 높다보니, 인력충원과 함께 편히 쉴 수 있는 적절한 휴게 공간 및 시간의 확보가 필수적 일 수밖에 없다. 이는 인력부족으로 받는 육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시급한 상황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유행은 1년 넘게 진행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신체/정신적 스트레스는 한계까지 내몰리고 있다.

병원에서 사라진 청소 노동자의 휴게 시간과 쉴 공간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많은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휴게공간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휴게실, 화장실은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간임에도 비용의 문제로, 여력의 문제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세브란스 병원만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여러 병원의 청소 노동자들이 휴게 공간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개선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비단 병원만이 아니다. 2019년 서울대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가 직원 휴게실에서 숨진 사고가 드러나면서 열악한 휴게 공간 문제가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공간 문제만이 아니다. 휴게 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 아침ㆍ점심시간 1시간을 꽉 채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술방 노동자들은 새벽 5시 40분에 출근해야 준비를 끝내 오전 7시에 아침을 먹을 수 있지만, 20분 만에 밥을 먹고 바로 일해야 한다.

중환자실 역시 독립적인 공간이 없기에, 계단에서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제대로 쉴 시간ㆍ공간이 없기에, 노동자들은 무리한 몸을 제때 풀어주지 못해 육체적 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계단에서 밥을 먹고 계단 아래서 쉬어야 하는 것, 그것이 청소노동자들이 여전히 '유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 없다고 봐야 해. 아침에는 앉아있지도 못하고 바로 일 해야 해. 점심에 1시 반에서 2시 반 밥 먹는 사람은 식당 청소를 해주고 와야 해. 우리는 앉아보지 못하고 그냥 일을 해야 하는 거지. 그리고 저희는 누워있거나 쉴 공간이 없어요. 먹고 그냥 계단 밑에 그 뭐야 라꾸라꾸 같은 의자 하나 놓고 거기서 쉬는 거예요."(C)

"나도 오늘 00 언니하고 계단에서 먹었어. 우리는 다 계단이야." (B)

   
수술실 계단 옆 공간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청소노동자들
 수술실 계단 옆 공간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청소노동자들
ⓒ 세브란스병원분회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와 노동자의 휴게권,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야 

코로나 19를 이유로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모여 있지 말라며, 탈의실 전기를 차단하고 정수기 수도를 중단하기도 했다. 감염병 예방 조치가 인원 제한을 두는 식으로 이뤄지고, 병원이란 공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있어서 다른 방식의 조치가 필요했음에도 노동자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노동조합과 논의를 하는 것은 없었다.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고, 이후에도 이와 같은 감염병 상황을 고려했을 때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닌 전향적인 운영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작년 겨울부터 올 초까지 사용이 차단됐던 탈의실의 전기와 수도 시설
 작년 겨울부터 올 초까지 사용이 차단됐던 탈의실의 전기와 수도 시설
ⓒ 세브란스병원분회

관련사진보기

 
"지금 2층 탈의실은 보일러실이고 뭐고 다 잘라놨잖아요. 전기만 겨우 들어오게끔,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이 추운 날에 탈의실에 보일러를 안 떼요. 겨울에 하나도 안 해줬어요."(C)
 

청소 노동자들이 더욱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용역업체의 관리자들의 쉴 공간은 가만히 두고 본인들의 공간만 없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무조건 탄압만 하는 거예요. 반장들은 쉴 곳이 있어요, 전기 들어오고 생수통 있고 다 있어요. 근데 진짜 일하는 사람들은 계단에 앉아서 주먹밥 먹고 있고. 그게 뭐에요. 다들 개 돼지라고 그래요."(B)

"교육을 가잖아요, 방에 앉지를 못 하겠어 추워서. 이거 인간이냐 짐승이냐. 우리를 인간적으로 안 봐준다니까. 지금도 사람들 못 쉬어요, 추워서 옷 갈아입고 후다닥 기어 나와서 일터로. 너무 힘들어"(C)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강력히 항의했고, 다행히 지난달부터 이용 인원수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수도ㆍ전기가 복구되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이 지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보건 교육과 적절한 방호장비 제공, 적정 인력 충원이지 추운 날씨에 보일러나 정수기를 중단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우리 사회가 함께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청소노동자들이 쉴 공간이 없도록, 쉬지 못하도록 내몰렸던 이번 겨울의 시간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병원에서 '어떤'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직장내괴롭힘 상황

만연한 인력 부족과 쉴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역시 심각하다. 2019년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용역업체 현장 소장을 통한 부당노동행위ㆍ노조탈퇴 종용ㆍ근무지 차별 배치ㆍ시말서 강요 등이 가해졌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알려졌다.

2018년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 보고서'에 노조 무력화 및 부당개입 관련 사례로 포함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여전히 이러한 문제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데 있다.

당시 노동부가 파악한 체불임금은 식대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4년간 임금체불을 해왔고, 체불임금 규모만 8억 원 가량으로 추정됐다. 코로나 19로 모여 있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지시는 계속해서 내리지만, 제대로 밥을 먹고 휴게를 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업체의 지침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모든 문제는 개인이 감당하는 식이다.

"식대도 한 끼만 주지. 근데 다 사먹으라 그러고. 코로나 때문에 모여 있지도 말아라, 먹지도 말아라, 어디 가서 쉴 데가 없어요."(B)

이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 폭언을 한 정황도 노동조합이 포착해 대응을 하려고 하지만 녹음과 신고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무엇보다 사용자에게 신고를 하게끔 되어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내가 녹음을 들어갔어야 했는데 깜빡했어요."(A)

간단하고 또 절실한 요구 : 노동자 관점에서 노동조건 바라보기

맡은 구역의 특징에 따라 병원 청소노동의 특징과 형태는 다르며, 이는 자체로 중요하면서도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술 없어도 할 수 있는 일',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의 일' 등 여전히 청소노동에 대한 인식은 차별적이다. 청소노동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부족한 사회적 맥락과, 열악한 인원ㆍ부족한 휴게공간ㆍ직장 내 괴롭힘 등의 유해요인은 연관이 깊다.

병원에서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한다는 명목 하에 얻은 이윤은, 병원에 있는 '어떤 사람'들의 건강권을 지키는데 투자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을 손상에 이르게 하는 리스크가 기업의 리스크가 되지 않으며, 노동자 안전이 기업의 이윤으로 직결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청소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력 충원, 탈의실과 보일러 및 수도 복구, 차별적 인사 배치에 대한 제제, 가해자와 피해 노동자의 즉각적인 공간 분리와 재발 방지 등이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곱씹게 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함께 겪으며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를 작성한 조건희씨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며, 보건의료학생단체 매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태그:#청소노동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산업재해, #노동자건강권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