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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1일 오후 7시 8분]

"오세훈 후보는 용산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다시 한 번 헤집어놓은 망언에 대해 즉각 사죄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장 후보를 향해 "후보직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이번에는 내곡동 셀프특혜 의혹 때문이 아니었다. 오세훈 후보의 '용산참사' 관련 발언 탓이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소상공인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동주 의원은 31일 오후 논평을 내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과거 자신의 시장 재임 기간에 일어난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이 본질'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세훈 후보의 반성 없는 오만한 행태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라며 "용산참사는, 서민의 삶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개발만을 밀어붙였던 국가 폭력이 빚어낸 대참사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이들을 투사로 만든 것이 과연 누구인가? 이들의 저항과 투쟁을 누가 불러일으켰나"라며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세 상인인 상가 세입자들의 생존권은 외면한 채, 뉴타운 등 각종 개발 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용산참사는 용산4구역 뉴타운 재개발 추진과정 중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참사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빚어진 국가폭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 12월, 용산참사범대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사망한 남편의 영정사진을 껴안고 있는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
 용산참사는 용산4구역 뉴타운 재개발 추진과정 중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참사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빚어진 국가폭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 12월, 용산참사범대위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사망한 남편의 영정사진을 껴안고 있는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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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오세훈 후보는 여전히 당선이 되면 남은 임기 1년 안에 속도전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라며 "용산참사를 불러온 그 야만의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오 후보를 보며, 대체 그날의 참극에서 무슨 교훈을 얻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오세훈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진압하기 위해 경찰 투입"
 

오 후보는 이날 오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용산참사와 관련된 입장을 질문받았다. 그는 "그 지역 임차인이 중심이 돼서 시민단체 전국철거민연합이 가세해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라며 "쇠구슬인가 돌멩이인가를 쏘면서 건물을 점거하고 저항했다.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긴 참사"라고 답했다. "이 사고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투입으로 생겼다"라며 "그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용산참사의 본질적 원인을 당시 철거민들의 과격한 저항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었다. 오 후보는 "제가 조문도 갔고 당사자들도 만났다"라며 "김영걸 당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이 다른 일을 전폐하고 이 일의 해결을 위해 뛰어다녔다. 유가족들을 달래고 보상을 협의했다"라며 당시 시장이던 자신이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4.7 재보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4.7 재보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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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장이 큰 책임감을 느낄 사례"라며 "재개발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그 과정에서 임차인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돼야 바람직한 행정인데, 극한투쟁·갈등의 모습은 시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낄 대목이고 여러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조연설에서는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 용산을 대한민국의 라데팡스로 만들겠다"라며 용산지역 재개발 의지를 밝혔다.

오 후보가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 발 떨어진 채 유감을 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고 KBS와 MBC가 30일 방송한 2021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그는 박영선 후보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용산참사는 가슴 아픈 사건"이라며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가 일어난 데 대해서는 당시 시장으로 매우 송구하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뉴타운이나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현장에서 매우 큰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라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당시 박영선 후보는 "거기까지 하라"라며 오 후보의 답변을 끊었다.

진상규명위 "서울시, 다시 10년 전 '삽질의 시대'로 회귀"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참사였다. 용산4구역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철거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고, 경찰이 농성 타워에 무리하게 강제로 진입하던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참사에서 생존한 철거민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으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권력의 과잉진압을 인정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오세훈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지난 4일 "오세훈은 용산참사 당시 막개발을 추진한 서울시장으로, 용산참사의 주범 중 하나였다"라며 "오세훈의 대규모 용산개발 프로젝트는 용산 지역의 집값·땅값을 올리고 빠른 개발·빠른 철거를 부추겨, 세입자와 원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쫓아냈다. 결국 용산4구역에서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용산참사 12년이 지나, 다시 서울시장에 출마한 오세훈은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공약과 '재개발·재건축의 각종 규제 완화로 활성화 시키겠다'고 하고 있다"라며 "서울시가 다시 10년 전 '삽질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만 같다. 치가 떨린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참사에 무한책임 느끼고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정의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영세한 상가 세입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공권력의 남용과 폭력을 자행했던 행정 책임자로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해서는 안 될 발언으로 다시 한번 상처를 주고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도 당시 검경의 무리한 진압과 편파 수사, 여론 조작 시도 등을 지적하며 철거민과 유족 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한 바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끼고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참사의 원인을 철거민들에게 돌리고, 사람의 생명에 대해 이토록 비정한 정치인이 서울시장이라는 공적 책임을 맡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공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받기보다는 오히려 위협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태그:#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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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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