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올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서울시장 역시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지자체장으로서 누구보다도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극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3월 30일과 31일 두 차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토론회에 나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백신 접종을 비롯한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선 낮은 식견을 드러냈다. 두 후보가 토론에서 백신 접종을 언급한 시간 자체가 짧았음은 물론, 그 내용조차 알맹이가 부족했다.

오 후보는 백신을 또다시 '정부 비판'에 이용했고, 인용한 통계 또한 일부 부정확했다. 박 후보의 반박 내용 또한 허술해서 일부 내용은 언론사에 의해 '팩트체크'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OECD 꼴찌?... 오세훈의 거짓말 공격
 
"실제로 블룸버그나 옥스퍼드대 연구소 등 유수 기관 발표에 의하면 현재 대한민국 백신 접종률은 1.6%.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에서 105등을 기록하고 있다. OECD 가입 국가 중에선 명백하게 37개국 중에 꼴찌입니다. (...) 선진국들 중에서 벌써 상반기에 백신 집단면역이 가능한 백신 접종률이 가능해서 '백신 여권' 이야기가 나오는 정도다. 앞으로 백신 경쟁에서 뒤질게 분명해보이는데..."

30일 2차 TV 토론에서 오세훈 후보는 "정부의 무능 때문에 백신 확보가 매우 늦어졌다"라며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OECD 국가 중 명백하게 꼴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운영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데이터 인 월드'에따르면, 한국은 뉴질랜드와 일본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다. 또한 백신 접종횟수는 OECD 국가 중 28위다. 이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백신 접종을 가장 늦게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순위다.
    
OECD 국가의 백신 접종률 순위
 OECD 국가의 백신 접종률 순위
ⓒ 아워월드인데이터

관련사진보기

 
OECD 국가의 백신 접종횟수 순위
 OECD 국가의 백신 접종횟수 순위
ⓒ 아워월드인데이터

관련사진보기

 
또한 '상반기 백신 집단면역'이 가능한 국가는 국민 절반 이상이 2차접종까지 완료한 이스라엘뿐이다. 하지만 인구가 한국의 1/6 정도 되는 이스라엘에서는 여전히 하루에 311명(30일 기준)의 확진자가 나온다.

이밖에 대표적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는 국가인 미국과 영국 역시 상반기 내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0일 미국은 60540명, 영국 407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참고로 한국의 코로나19 확진률은 1.9%로, 이 역시 OECD 국가 37개국중 35위다.

통계도 미리 준비하며 공격했지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오세훈 후보(오): "지금 현재 도입 물량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박영선 후보(박):"예정대로 다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얼마나 확보했습니까? 몇 명한테 놓을 수 있는 정도로..."
: "제가 수치는 정확하게 기억 못하고 있습니다만은, 제가 얼마전까지 50만 도즈 정도 확보된것으로 들었는데, 아마 다음주에 또 들어올 겁니다"
: "현재 3월 말까지 실제 공급된 물량 109만명분이고요. 계약물량 대비 1.38% 수준입니다. 대한민국 (인구 대비) 2.1% 수준에 불과합니다."

오세훈 후보는 '백신 물량 확보' 문제로 공세를 펼치려는 듯, 미리 자료까지 준비해왔다. 실제 30일까지 확보된 물량은 오 후보가 말한대로 109.5만명분이 맞다. 하지만 오 후보 말대로 "3월 말까지" 기준이라면, 31일 화이자 백신 25만명분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므로 정확히 134.5만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박영선 후보의 답변은 전부 다 부정확했다. 현재 백신 물량은 예정대로 다 들어오지 않고 있다. 3월에 들어오기로 예정됐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코백스 퍼실리티 공급) 34.5만명 분은 4월 셋째주에, 그것도 21만 6000명분으로 물량이 줄어든 상태로 공급된다.

"얼마 전까지 50만 도즈를 확보했다"는 발언은 지난 24일에 들어온 화이자 50만도즈(25만명 분)를 근거로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아마 다음주에 들어온다'는 물량 역시 화이자 25만 명분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1차 TV 토론회에서도 오 후보가 박 후보에게 "정부의 백신 확보 물량 충분합니까?"라고 물어봤고, 이에 대해 박 후보가 "네"라고 답변하고 넘어갔다. 오 후보가 전날 박 후보가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었음에도, 다음날에도 준비를 안 해온 것이다.

박영선의 철저하지 못한 방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인구 대비 (접종 속도) 4위로 올라섰습니다. 그 4위로 올라선 데는 K백신 주사기가 효과 발휘하고 있는데 그 K백신 주사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제가 중기부에서 그 일을 했었기 때문에 일본보다 늦게 접종했지만...."

박 후보는 1차 토론회에서 '백신 접종'이 늦었다는 오 후보의 지적에 위의 발언으로 반박했다. 해당 발언의 근거는 <오마이뉴스>의 지난 12일자 기사 <[백신 접종 보름] 0.97... 한국 초기 속도, 영국만큼 빠르다>를 통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의 기사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접종 시작 13일 기준 영국과 비슷하다며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서는 영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유럽 주요 국가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과 13일 기준 접종률을 비교한 표가 등장한다. 여기서 한국은 네 번째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 표는 '세계 4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접종 13일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국가가 많이 빠져있다. 중국 시노팜 백신 등을 사용해 속도전을 펼친 일부 중동 국가들의 데이터도 빠져있다. 접종 속도를 가늠해 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세계 순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박 후보는 30일 2차 토론회에서는 "오늘 일본 언론이 이스라엘 총리한테 질문했다. 이스라엘이 백신 집단면역 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 질문했더니 이스라엘 총리가 한국에서 배웠다 이렇게 답변했다"라며 "아마 이 답변으로 오세훈 후보가 질문한 모든 것을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3월 NHK가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한 보도를 '오늘자' 보도처럼 잘못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 내용 또한 네탸냐후 총리가 '백신'에 관해서가 아닌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 방식 및 방역 시스템을 배웠다는 발언을 전한 것이었다. 박 후보 측 역시 "(후보가) 착각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전문가 시각] 시장이 되려는 사람이 고민해야 하는 일

박영선·오세훈 두 후보의 '백신 공방'에 대해 정기석 한림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치가 과학을 누르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백신은 중앙정부에 맡겨두는 게 맞고, 시장이 되는 분은 '감염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지'에 대한 방역적 고민을 하시는 게 맞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시장이 백신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하지만 역학 조사 능력을 키우는 것은 얼마든지 서울시의 의지로 가능한 부분이고, 이 부분에 집중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금 서울 시장 후보들이 백신에 대해서 논의할 것은 '백신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자체장으로서 '백신 휴가'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말하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정치적 논란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 위원장은 두 후보를 모두 비판하며 "사회안전망이나 감염 관리 등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서울시가 나서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선거 국면에선 전혀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공공병원 도입, 공공병상 확보,  역학조사관 등 방역을 위한 인력 충원 등의 이야기는 어디 갔냐"라고 지적했다.

태그:#오세훈, #박영선, #백신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