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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에서 <욕망의 서울이 아닌, 평등의 서울을 원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있다.
▲ 서울시장 선거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에서 <욕망의 서울이 아닌, 평등의 서울을 원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있다.
ⓒ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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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보낼 질의서를 만들면서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질의서를 공들여 만들어도 답변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물론 캠프 입장에서도 이런 질의서를 보내는 곳이 한둘일까. 선거운동 기간이 좀 짧은가. 그래도 우리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봐야겠다는 청년들의 의지를 담아서 질의서를 보냈다.

지난 2월, 여러 해에 걸쳐서 서울 지역에서 각종 정책 활동부터 청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여러 청년단체, 개인 그리고 여러 의제 활동을 하는 청년단체 및 활동가들이 모여서 '서울시장 선거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아래 청활넷)'를 꾸렸다.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참여연대,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등이 함께했다.

배경 : 궁금해서 보냈다

"욕망의 서울이 아닌 평등의 서울을 원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이번 선거에서 불평등, 성평등, 기후위기, 청년참여라는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청년유권자의 목소리를 모으고, 청년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고자 했다.

다양한 활동의 일환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보낼 질의서를 만들기 위해서 청년들 10여명이 모였다. 여러 차례 온라인 회의를 거쳐서, 질문을 압축하고 또 압축해 14개 질문으로 추렸다. 질문 하나하나가 답하기 결코 쉽지 않아보였지만, 꼭 필요한 대답을 듣고 싶은 질문들이었다.

완성된 질의서를 3월 19일에 원내정당 후보들에게 발송했다. 청년유니온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질의서를 공개적으로 올려놓고, 후보 측에서 의사를 밝혀온 경우엔 추가로 답변을 받았다. 오세훈 후보 측에도 발송 직후에 연락해 답변을 부탁했고, 답변 기한이었던 3월 26일까지도 답변이 오지 않아 다시 한 번 답변을 요청했다.

3월 29일 다시 오세훈 캠프에 연락을 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회신은 없었다. 청활넷은 오세훈 후보가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 답변을 보내 온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신지혜(기본소득당) 후보와 추가로 답변이 온 오태양(미래당), 송명숙(진보당), 신지예(무소속) 후보의 답변을 정리했다.

특이사항 : 오세훈, 답정너에게 답변은 거부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에서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 결과(4개 분야 중 성평등 분야)이다.
▲ 서울시장 후보 정책질의서 답변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에서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 결과(4개 분야 중 성평등 분야)이다.
ⓒ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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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권자들이 궁금할 법한 내용들로 채워진 질의서 답변 결과는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세훈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성평등 분야 질의만 콕 찝어서 "답정너에게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제발 시대착오적 페미니즘 강요하지 마십시오"라고 써놨다.

여성안전과 여성 자살자 급증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남녀 구분 프레임' '시대착오적 페미니즘'이라고 답한 게 오세훈 캠프의 공식 입장인가? 대화를 거부하는 오만함,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민주당 지지자로 해석하는 정파적 태도. 누가 편 가르기 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상 청년층의 지지율이 급등하는 것으로 보이자 오세훈 후보는 지금 20대는 똑똑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하면 똑똑한 것이고, 질문을 하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청년들인가. 입장을 묻고 토론하자는 말에 상대를 '답정너'로 몰아붙이는 것이 온당한 태도인가. 이런 태도는 오세훈 후보만의 것은 아니다. 부산에서도 부산청년유권자행동의 질의서에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만 답변하지 않고 있다.

하물며 여성과 관련해 물은 게 '시대착오적 페미니즘'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언은 이번 선거가 왜 치러지는지를 망각한 몰지각함을 보여준다. 이준석 본부장에게 성평등은 정치적 공격을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정리① : 오세훈 공약에 없던 '불평등' '기후위기'

답변을 주지 않으니 후보가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밖에 없겠다. 오세훈 후보는 우선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약도 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사이에 심각해지고 일상이 돼버린, 곧 생존의 문제가 될 기후위기에 대해서 유력 후보가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 유권자로서 확인할 길이 없다.

청년참여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로 보낸 답변을 보면 모두 폐기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년수당을 비롯해 이번에 오세훈 후보가 공약한 청년월세지원사업과 같은 정책들은 청년정책 거버넌스를 통해 만들어진 중요한 성과들이다. 불평등과 관련해서는 자산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계속해서 등장하는 노동법 사각지대의 취약 노동자에 대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리② : 박영선, 기본적 문제인식은 보이나 진정성 보여줘야

질의서의 답변을 후보별로 확인해보면, 박영선 후보는 불평등, 기후위기 등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문제인식은 공유하고 있다곤 보인다. 1인가구와 무주택자에 대한 정책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정책, 커지는 자산불평등에 대해서 제어해야 한다는 입장, 예술인·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 청년수당 확대와 직업훈련 지원 등을 관련된 답변으로 제시했다.

성평등 분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수준은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차별금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향후 전환적인 입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이고, 여성안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정책 의지는 알겠으나 질문의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공감능력 부재로 지적받았던 무인점포 논란과 AI와 관련 후보의 언행에서 보여준, 기술에 대한 맹신을 일부 답변에서 또다시 보여주기도 했다.

정리③ : 불평등, 성평등, 기후위기에 모두 입 모아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는 대체로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대책을 이야기했다. 토지세 기본소득과 공공임대주택 확대, 토지임대부 주택을 언급했다. 또한 성평등과 관련해서 근본적인 관점 전환을 중심으로 서울시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답변했다. 청년 참여에 대해선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로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한 참여를 말했다.

오태양 미래당 후보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강력한 조세정책과 정책 전반에서의 당사자 참여 보장을 얘기했다. 지난 총선에서 2020총선청년넷에서 제안한 불평등세 도입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불평등 축소를 위한 정책을 역설했다. 아울러 현재 발의돼 있는 서울시 혐오표현방지조례 통과와 같은 소수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강조했다.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집 사용권' 개념 도입으로 부동산에 대한 공공성의 획기적 강화를 이야기했고, 청년수당과 관련해서 장기적으로 고용보험으로 통합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 아래 '서울형 고용보험' '청년이직급여'를 제시했다. 기후위기에서도 도로를 줄이는 것을 강조하며 탈탄소 전환을 언급했다.

신지예 무소속(팀서울) 후보는 일자리보장제의 일환으로, '시민노동보상제'로 공공성을 지닌 다양한 시민노동을 공공지원 일자리화 하는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자치구당 임대주택 비율 상향, 다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와 과세, 임대료 공시로 투기 억제를 내놨다. 청년참여에 대해서도 전문가 중심 거버넌스 구조 타파, 자율예산제의 확대를 말했다.

답답한 선거, 청년의 삶을 위한 한 표

투표일이 며칠 안 남았다. 답답한 선거다. 정권심판이라는 구호와 과거론 돌아갈 수 없지 않냐는 질문 사이에서 청년들의 한 표는 길을 잃고 있다. 비록 1년 임기의 시장을 뽑는 선거이지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이 결코 작지 않다.

청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정치가 역할을 할 것인지, 불평등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보다 큰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이번 선거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함께 답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서울시장 선거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에서 사전투표를 앞둔 4월 1일, 불평등 해소, 성평등 실현, 기후위기 대응 등을 위해서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서울시장 선거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기자회견 서울시장 선거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에서 사전투표를 앞둔 4월 1일, 불평등 해소, 성평등 실현, 기후위기 대응 등을 위해서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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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영민씨는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으로 '청활넷'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자세한 답변은 http://bit.ly/s21vote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그:#청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영선,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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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더 나은 삶과 노동을 위해서,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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