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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 사람들의 꽃밭으로 사랑받는 내 집 앞 화단 ⓒ 유동현
 
전위 예술품, 변기 꽃밭 ⓒ 유동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 꽃피는 봄을 맞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소풍, 나들이 등 야외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1년 넘게 '집콕' 생활을 하다 보니 코로나블루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류에게는 '녹색갈증'이 있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치면서 생태적 공간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지니게 됐다. 그 최적의 생태공간이 바로 녹색공간, 즉 숲이다.
 
숲은 멀다. 멀리 못 가는 대신 사람들은 주변의 '정원'을 다시 보게 됐다. 정원을 가꾸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고 마음을 치유한다.
 
어린 자매가 가꾸는 작은 꽃밭 ⓒ 유동현
  
한옥 마당의 꽃밭 ⓒ 유동현
 
홈가드닝(home-gardening) 열풍이 불고 있다. 창고에 처박혀 있던 도구들을 다시 찾게 됐다.
 
얼마 전 한국의 호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가드닝하기에 훌륭한 도구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아마존에서 약 20여 개 제품이 검색됐다. 품귀 현상까지 빚을 정도였다.

가드닝은 이미 코로나 이전에 동네 골목에서는 일상이었다. 텃밭이나 꽃밭은 오래전부터 동네에 자리잡고 있었다. 농경민의 DNA 때문인지 어르신들은 빈땅을 보면 호미부터 찾는다.
 
봄이 오면 골목의 다양한 가드닝 현장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손바닥만 한 땅만 있어도 그냥 놀리지 않았다. 철마다 개간을 해서 씨앗을 뿌렸다. 딸린 땅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땅을 만들었다.
 
옥상 정원 ⓒ 유동현
  
어머니의 봄꽃 정원 ⓒ 유동현
 
대파 밭이 된 대문 위 텃밭 ⓒ 유동현

옥상에 텃밭 상자를 옮겨놓거나 아예 흙을 퍼 날라 너른 땅을 만들었다.
 
간혹 장독대나 지붕 귀퉁이에 땅을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대문 위에 흙을 올려놓은 곳도 있다.
 
최근에 눈에 띄는 것은 빈집 터를 이용한 공간이다. 빈집이 오래되다 보면 결국 무너진다. 구청에서 그 집을 철거하면 집 옆에 빈 땅이 생긴다. 이곳을 텃밭으로 개간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기찻길 옆 동네의 정원 규모는 크기부터 다르다. 매일 기차가 다니던 기찻길이 어느 날부터 폐선이 되면 기찻길 옆은 커다란 텃밭이 된다.
 
옛 수인선이나 축항선 철길 옆은 정원의 수준이 아니다. 동네 사람들끼리 땅을 나눠서 밭농사처럼 경작한다.
  
옛 수인선 철길 ⓒ 유동현
  
폐선이 된 축항선 철길 옆 텃밭 ⓒ 유동현
 
골목을 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정원'과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예전에는 주로 사과박스나 스티로폼 박스에 흙을 담아 식물이나 꽃을 키웠다.
 
요즘은 버려진 욕조나 냉장고 심지어 변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용기에 담긴 식물은 마치 전위 예술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텃밭이 된 욕조 ⓒ 유동현
  
텃밭으로 환생한 냉장고 ⓒ 유동현
 
녹색을 보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꽃을 보면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텃밭이나 정원이 없다 할지라도 베란다나 창틀에 화분 하나 올려놓았거나 사무실 책상 위에 어떤 식물이라도 자라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가드너이다.
 
낡은 창살 아래 꽃밭 ⓒ 유동현
   
꽃샘추위 대비 작은 온상 ⓒ 유동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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