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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쿠데타 시위대를 향한 미얀마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한국 부산에 살고 있는 미얀마 이주노동자이자 '부산경남 황금빛살 미얀마공동체' 고문인 또뚜야씨가 관련 글을 보내왔습니다.[편집자말]
요즘은 내 마음이 미얀마에 가 있습니다. 양곤에 있는 가족은 밤에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지냅니다. 서로 소식을 자주 확인합니다.

군부 쿠데타가 시작됐을 때 미얀마로 돌아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거리시위에 참여하면서 동영상을 찍어 제게 보냅니다. 잘하라고,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미얀마 여러 지역에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거리시위에 참가하는 그들은 제게 가족 같은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 때문에 많이 걱정이 됩니다. 군부가 시위 참가자를 집에서 체포해 다음날 시신으로 보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마음이 아픕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픕니다. 나와 친한 사람이라면 더 마음이 무겁고 아픕니다. 미얀마에 있는 이들과 전화할 때면 '항상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동네마다 스파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3월 31일 미얀마 양곤의 한 도로에 무장 병력이 배치돼 있다.
 3월 31일 미얀마 양곤의 한 도로에 무장 병력이 배치돼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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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까지 미얀마 쿠데타 군부의 총칼에 희생된 사망자는 560명이고, 구속자는 약 2천~3천 명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군부가 너무 잔인하게 진압하고 있기 때문에 시위 규모가 이전보다 줄었습니다.

군부는 낮엔 거리시위 참가자를 공격하고 밤엔 시위대 대표로 의심하는 사람을 잡아갑니다. 동네마다 스파이가 있습니다. 군부가 돈을 주고 동네사람들 중에서 스파이를 키웠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사람들이 동네마다 한두 명씩 생겨났습니다.

정보를 받은 그들은 스파이가 어느 집인지 안내해주면 밤에 급습해 체포합니다. 그냥 체포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체포되면 다음날 시신으로 돌려보냅니다. 이런 소식을 들은 거리시위 참가자들이 겁을 먹고 저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힘을 약하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군부는 국민적 저항이 점점 약해지고 없어지면 언제든지 국제사회에서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지난 1988년 '8888 혁명' 때도 군부는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때 미얀마 내부의 여러 해외 대사관도 문을 닫고 자기나라로 돌아갔습니다. 해외에서 연락도 안 하는 상태였습니다. 지금처럼 UN도 쿠데타 학살에 반대한다고 말만 계속 했습니다.

1년 정도 후 대사들은 미얀마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안타깝게도 군부가 국제사회와 연결돼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는 군부는 국민을 학살해도 저항이 약해지고 조용해지면, 언제든 다시 중국, 러시아, 미국, 유럽, UN과 외교관계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미얀마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한 싸움을 사람마다,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전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대(40대, X세대)는 1988년과 2007년 샤프란 혁명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용기에 영향을 주어 2021년 혁명을 승리하자고 다짐하면서도 그게 되겠나, 과연 승리할까, 라는 두려움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젊은이들인 Z세대입니다. Z세대는 군사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되찾겠다는 믿음이 강합니다. 이 세대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노동자, 고등학생, 대학생들입니다. 이 중에 20대 노동자와 학생은 Y세대로 불립니다. YZ세대는 군부가 차단한 인터넷을 뚫는 기술적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SNS로 미얀마 투쟁 상황과 소식을 널리 전파합니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겁이 납니다. 내가 죽으면 무엇이 변할까, 변화가 일어날까, 하고 가끔 생각합니다. 스스로 핑계를 찾습니다. 용기가 약해서입니다. 그런데 Z세대는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 세대의 노래, 시, 글을 보면서 나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서로의 연대가 대단한 것도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는 여러 가지 중 하나입니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이긴다는 믿음으로

이번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어떻게 될지 상황이 잘 예상되지 않습니다. 군부도 쿠데타가 익숙해졌습니다. 지금 군사령관 자리에 와 있는 사람은 1988년 전에 군인이 됐습니다. 그도 이미 쿠데타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잘 알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민주주의 혁명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이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운이 좋은 것은, 진실과 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서 싸운다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깁니다. 우리의 믿음, 자신감, 자긍심을 갖고 끝까지 싸우면 이길 것입니다.
 
4일 부활절을 맞아 미얀마 시민들이 양곤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저항의 뜻으로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부활절 장식 달걀 들고 있다.
 4일 부활절을 맞아 미얀마 시민들이 양곤에서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저항의 뜻으로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부활절 장식 달걀 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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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2만 5천 명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와 유학생을 합하면 총 2만 7천~8천여 명 정도 됩니다.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시작됐을 때부터 한국의 많은 지역에서 나름대로 활동을 했습니다. 서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회의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쿠데타가 무너질 때까지 한국 정부와 한국 시민이 미얀마 쿠데타 세력을 인정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쿠데타 세력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다 차단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만의 힘으로 안 되니까, 한국 단체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후원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입니다. 지금 시민불복종운동 참가자도 거리시위 참가자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화재 문제도 매우 심각합니다. 군부가 집과 가구 등 몇 백 개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카렌민족연합(KNU) 반군이 있는 파푼 지역에서 군부가 전투기를 보내 마을을 공격했습니다. 여러 명이 죽고 1만여 명이 태국 국경으로 피난했습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위해 후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에는 국경이 없어야 합니다.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시행되고 운영돼야 합니다. 국가마다 민주주의에 차이가 있거나 누군가의 민주주의가 공격당할 때, 이미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들이 더 신경 써서 내가 싸우는 것처럼 생각하며 함께해야 합니다.

노동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나라 노동권이 낮으면 내가 당하는 것처럼 생각하며 교육하고 단결해서 낮은 나라 노동권을 높이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노동권과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과 노동자들이 노력하고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소식지 <산재없는 그날까지>에 실린 원고에 이야기를 더해 썼습니다.


태그:#미얀마 반쿠데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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