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 미제라블> 관련 이미지.

영화 <레 미제라블>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소설과 뮤지컬,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지며 민중의 처절한 현실과 저항 의지의 상징처럼 남은 <레 미제라블>은 그저 예술 작품에 갇힌 종료된 사건일 뿐인가. 신인 감독 레쥬 리가 선보인 이 영화는 여전히 국가와 공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당한 민중들이 존재한다고 날카롭게 찌르는 작품이었다.

제 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후 심사위원상을 받고 오스카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레 미제라블>은 우리가 아는 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다. 빈민가가 몰려 있는 프랑스 몽페르메유를 배경으로 폭압적인 경찰과 그들에게 저항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에서 클래식 반열에 오른 <레 미제라블>과의 연결지점은 곧 시대정신 내지는 권력을 향한 민중의 분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처 사이에서 난 아들을 좀 더 자주 보기 위해 몽페르메유 지역으로 전근을 신청한 스테판 경감(다미엔 보나드)은 동료 경찰들이 필요 이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폭력적이고 고압적인 모습을 목격한다. 무슬림 이민자, 빈민 계층이 한 데 섞여 온갖 범죄의 온상처럼 자리 잡은 동네기에 경찰들은 강하게 나가야 한다며 스테판을 독려하지만 현실은 경찰과 결탁한 지역 청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와 노약자들만 존재할 뿐이다.

영화의 주요 사건은 앳된 소년 아사가 한 집시 서커스단의 아기 사자를 훔치며 시작된다. 이미 닭과 각종 물품을 훔친 일로 동네 문제아로 낙인 찍인 아사의 이 행동은 서커스단의 테러 위협으로 이어진다. 아기 사자를 대신 찾으려던 경찰 중 한 명이 아사에게 고무탄을 발사하게 되고, 이 사건으로 청소년들과 아이들 사이에 잠재된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연출자인 레쥬 리 감독은 2005년 파리 소요 사태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한 다큐멘터리스트기도 하다. 빈민 계층과 권력층 간 갈등 관계에 집중해 온 이 감독은 17세 때부터 카메라를 들었고 쿠르드라즈메라는 창작 집단에서 활동하며 프랑스 사회의 모순을 지적해 왔다. <레 미제라블>은 그의 첫 장편 극영화 연출작이기도 하다.
 
 영화 <레 미제라블> 관련 이미지.

영화 <레 미제라블>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영화 <레 미제라블> 관련 이미지.

영화 <레 미제라블>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국기 안에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성이 담긴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민족주의 성향이 덜하고, 상대적으로 다민족 다문화에 열려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레쥬 리 감독이 고발한 영상엔 피부색과 종교, 인종에 따라 경제 계급이 나뉜 극한 보수의 나라였다.

영화 초반 시민들이 프랑스 축구 대표님 유니폼을 입고 프랑스 국기를 들며 응원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몽페르메유 소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 축구를 즐기는 이들은 프랑스의 시민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공권력과 기득권에 희생당하는 약한 존재일 뿐 자신의 권리를 누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시종일관 헨즈헬드 앵글로 등장 캐릭터의 불안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연출법, 드론 영상을 적절히 섞어 경찰과 지역 주민을 마치 관찰하는 듯한 거리감은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업적을 쌓아 온 감독의 개성일 것이다. 칸 영화제 상영 당시 "폭발적인 영화"라는 평을 받은 만큼 영화 안에 농축된 에너지의 크기가 상당하다.

이는 비단 프랑스만의 현실은 아닐 것이다. 개발과 성장중심 사회에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는 인간다움, 사람답게 살 권리는 영화 속 소년들의 오랜 바람이었을지 모른다.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다. 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라는 말을 남긴 <레 미제라블> 작가 빅토르 위고의 말이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강하게 맴돌 것이다.

한줄평: 프랑스의 가장 아픈 부분을 꼬집으면서 전 세계를 고발하다
평점: ★★★★(4/5)

 
영화 <레 미제라블> 관련 정보

감독: 레쥬 리
출연: 다미엔 보나드, 알렉시스 마넨티, 지브릴 종가, 이사 페리카 등
수입 및 배급: ㈜영화사진진
상영시간: 102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4월 15일
 



 
레 미제라블 프랑스 빅토르 위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