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한혜성 원장에게서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위엄보다는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돕는 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신의 멘탈이 약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정신과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고백하고, 실제 자신이 겪었던 공황증상에 대해 책에서 자세하게 언급하는 것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사랑하는 내 딸, 애썼다>의 저자이자 한혜성 조이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혜성 원장과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한 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혜성 원장과 줌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한혜성 원장과 줌으로 인터뷰하는 모습
ⓒ 유영수

관련사진보기

 
-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을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안녕한 역동적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가장 취약성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면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저는 정신과의사라서 그중에 특히 생물학적인 부분을 더 많이 보는 거고, 심리상담사는 정신적인 부분, 사회복지사는 사회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과를 찾으시는 분들은 생물학적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오시긴 하지만, 다른 세 부분도 면밀히 살펴드려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요즘 주변에서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요. 원장님도 공황증상이 발현된 경험을 책에 쓰셨잖아요.
"공황반응은 공황 그 자체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몸 반응'으로 이해하시는 게 더 좋아요.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가끔 가슴이 뛰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 문화 자체가 우울이나 불안을 표현하기보다 참고 있다가 몸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나라 고유의 '홧병'도 그래서 생기는 거고요.

공황도 스트레스를 삭혀 놓아서 생기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심지어 정신과 의사인 저조차도 공황반응에 대해 스스로 알아차리고 돌봐주지 못했거든요. 내 몸이 힘들 때는 '내가 지금 많이 힘들구나'라고 생각하시고 역으로 내 마음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통해 내 상태를 점검하는 게 필요하겠죠."

- 본인에 대해 '쿠크다스 멘탈(잘 부서진다는 의미)'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신과 의사로서 쉽지 않으셨을 거 같지만, 한편 책을 읽는 저로서는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사실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정신과 의사인 제가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쉽진 않았죠. 그런데 진료실에서 만난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제 이야기를 오픈했을 때, 그분들이 '나는 정신이 약한 사람에게 치료를 받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를 이해해 주시니 더 위로가 된다'고 하시면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긴 했지만 아직도 어색하고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자책하는 것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책에 보면 마음돌봄 실전연습 파트에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기'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구요.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상 내 마음을 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자기를 볼 때 남을 보는 것처럼 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자기를 바라볼 때는 그다지 안쓰럽지 않은데, 사랑하는 친구나 후배를 떠올리고 그 사람이 자기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거든요. 환자들에게도 그렇게 권유해 드리는데 본인이라고 생각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다른 사람으로 대입해서 생각하면 눈물도 흘리고 그러시더라고요."

-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우울증 회복의 방법을 몸 돌보기, 마음과 환경 돌보기, 영성 돌보기로 나누셨는데요. 우울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불면증을 가지고 있잖아요.
"먼저 불면증의 원인이 우울감 혹은 불안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잠이 안 오는 건지를 전문가를 통해 체크하시는 게 필요하고요. 몸 돌보기는 인터넷에서 '수면위생'을 검색해 보시면 잘 나와 있지만 실제로 지키기는 어려워요. 생활습관만으로 지킬 수 없는 정도까지 이르셨다면 약물을 복용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흔히 알려진 졸피뎀 말고도 수면유도제로 쓰이는 순한 보조제들이 많이 있거든요."

- 에드워드 비브링의 말을 인용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우울의 요인이라고 책에 쓰셨잖아요.
"우울의 요인은 많이 있겠지만, 특히 요즘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경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그 친구들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들이 생각하는 이상은 중간 과정이 생략돼 있는 경우를 많이 보거든요. 한 분야의 전문가 혹은 성공한 CEO를 꿈꾸지만 거기에 이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를 고려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걸 조장하는 게 sns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sns에 사원증만 찍어서 올린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에 대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잖아요.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이 어느 날 짠하고 잘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거죠."

- 많은 사람들이 낮은 자존감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데요. 자존감을 자기가치감과 자기효능감으로 구분 지었을 때, 어떻게 이 부분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시죠.
"저는 환자들에게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겠냐'고 물어요. 그러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지는 못할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썼기도 하고요. 혹시 내 모습이 초라해도 지금까지 애쓰며 살아온 자신을 스스로 사랑해 주면 좋겠어요. 자아효능감 부분은 일상에서 작은 성취를 많이 하시는 게 중요해요. 운동을 위해 휘트니스센터에 등록하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한 주 동안 10분 이상 동네 산책하는 것을 세 번 정도 하시라고 권유하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 '애쓰며 살아온 당신'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저도 주변에서 너무 애쓰며 산다는 말을 종종 듣는 사람으로서, 원장님의 자기 고백이 남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저도 그랬지만 애쓰면서 사는 사람에게 애쓰지 말라고 하면 당사자는 정말 억울하거든요. 저는 애쓰면서 사는 거 말고는 어떻게 잘 사는지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지나치게 애쓰시는 분들에게는 본인의 기준에서 조금 설렁설렁 하셔도 객관적으로는 막 사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애초에 본인의 기준이 높았기 때문이죠."

- 학부에서는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의사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정신과로 진료과목을 정한 결정적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사람을 참 좋아하는데 사람을 돕기에 가장 좋은 직업이 의사라고 생각했고요. 제가 그토록 정신과 쪽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저 스스로도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 무의식적으로 제가 심리에 대해 공부하게 된 것 같아요. 저의 약함이 제가 이 길로 가게 된 동기로 작용한 거죠."

덧붙이는 글 | 기사의 내용은 제 개인 홈페이지인 더행복한가정연구소(https://happier.tistory.com/)에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사랑하는 내 딸, 애썼다 - 마음이 아픈 이들을 다시 세우시는 하나님 음성

한혜성 (지은이), 규장(규장문화사)(2021)


태그:#한혜성원장, #사랑하는내딸애썼다, #오마이뉴스연재기사, #책마주, ##책을통해저자의인생을마주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