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지난 3월 3일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20년 초였다. 남성에서 여성이 된 변 전 하사는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지만, 군은 끝내 강제 전역시켰다. 주변 지인들이 그와 연락이 닿지 않기 시작한 날로 지목한 2월 28일은 변 전 하사의 복무 종료일이기도 했다. 과연 1년여 동안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3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편은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오해들을 추적하는 한편, 그의 지인들을 통해 그녀가 왜 그토록 군에 돌아가고 싶었는지 등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6일 해당 편을 취재한 조윤미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 

- 지난 13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편을 취재하셨잖아요. 시청자 반응은 어땠나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가 없어져서 반응을 잘 모르겠어요. 다만 < PD수첩 >의 경우 유튜브에 방송 전체를 무료로 다시 보기 할 수 있게 올라가고요. 그 유튜브 밑에는 댓글들이 달리니까 그 글들을 통해서 조금 가늠은 해 볼 수 있는데요. '이번 방송을 통해 변희수에 대해 오해했던 점을 해소했다', '그동안 나쁘게만 봤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런 반응이 감사했어요."

- 고 변희수 하사 이야기부터 차별금지법까지 다루셨잖아요. 이 아이템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우선 변희수 전 하사가 돌아가신 상황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변 하사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습니까? 공개적으로 트랜스젠더임을 밝히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자신 인생에 불리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결정을 한 거잖아요. 그만큼 군대로 돌아가겠단 열망이 강했던 거고 큰 용기를 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차가웠잖아요. 그걸 보면서 계속 안타까웠어요. 

사실 성전환 수술이라는 게 쉽게 결정하고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시 한 번 새롭게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진행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데 새로 시작하기 위해 받은 수술로 인해 본인이 직업을 잃게 되고, 계속 모멸적인 말들을 들어야 한다면, 누가 견뎌낼 수 있었을까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트랜스젠더는 정말 직업 군인이 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어요."

- 취재 전엔 변희수 하사 사건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변희수 전 하사는 굉장히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얼굴을 가린 채 목소리만 낼 수도 있었는데 얼굴을 드러내면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한편으론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에서 성전환 수술 후에도 남게 해달라고 하는 건 좀 무리한 요구는 아닐까란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취재를 해 보니까 변희수 하사가 정말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어떤 면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요. 
"변희수 하사에 대한 댓글들을 봤을 때 크게 4가지 지점에서 비난이 많았습니다. 첫 째 군인이 군법을 어겼다는 것, 둘째 여군들이 불편할 것이다라는 것, 셋째 다시 시험 봐서 들어오면 된다는 것, 넷째 여군으로 들어오기 힘드니까 남군으로 들어와서 성전환 수술을 했고 결국 여군 한 명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런 비난이 진짜 맞는지는 한 번 따져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 보니까 맞는 게 없었어요. "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편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편의 한 장면 ⓒ MBC

 
- 고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1월에 했던 인터뷰를 도입부에 배치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많은 분이 마지막 모습을 궁금해하시리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제일 처음에 배치했습니다. 말하는 내용은 슬픔으로 가득찼는데, 표정은 해맑아서 더 마음이 짠했어요. 저렇게 어리고 밝은데 이렇게 많은 비난과 풍파를 겪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요."

- 그 인터뷰는 누가 진행한 건가요?
"오일준 PD님이라고 독립영화 감독님께서 인터뷰하셨어요. 그날 감독님께선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었고, 어떤 행사가 있어서 세계인권선언문을 낭독해 달라고 요청하려 만나셨던 모양이더라고요. 카메라를 켜 둔 상태에서 근황을 물어보고 간단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더라고요. 그걸 감사하게 제공 받아서 저희가 방송에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 변희수 하사에 대한 오해라고 제목을 잡았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변희수 하사에 대한 비난은 사실 우리가 군대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긴 것 같았어요.  이런 비난이 나오게 된 데는 그동안 군대 현실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 언론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변희수 하사를) 비판하는 분들이 악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실 변 하사가 기자회견을 했을 때 '우리 군이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건전한 토론이 시작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린 거기까지 못 갔어요. 군은 사람만 잘랐을 뿐이지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았고, 여론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난이 난무했죠."

- 변희수 하사는 군인이 꿈이었고 성전환 수술 전 군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나 봅니다.
"전차 조종 대회 같은 게 있었나 보더라고요. 거기서 1등을 했었다고 얘기는 들었고요. 그리고 군대 내에서 여러 가지 배려를 해준 걸 봤을 때 인정받지 못했던 존재였다면 그렇게까지 해줬을까란 생각이 좀 들었어요.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을 때는 부대에서는 '우리 병과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의견서를 제출해주신 걸로 봐서 인정받던 존재였다는 생각은 듭니다."

- 변희수 하사는 상부의 허락 하에 성전환수술을 받았다고 했어요. 과정이 어땠나요.
"군에서는 국외여행허가서이기 때문에 성전환수술을 허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 국외여행허가서가 떨어지는 과정이 좀 특이했어요. 보통 해외여행 허가는 여단장 승인이면 되거든요. 그런데 여단장 승인에서 끝난 게 아니라 육군본부까지 올라갔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여단장도 (변희수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자기 마음대로 보내도 되나라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고, 때문에 육군본부까지 문의했다는 말이 나와요. 아마 당시 육군 본부가 '성전환 수술을 하고 오면 전역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당사자한테 전달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 같아요. 그런데 당사자에게 어떠한 고지도 없이 갑자기 전역을 시키는 건 당사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황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편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편의 한 장면 ⓒ MBC

 
- 군에선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을 결정한 이유로 '음경 상실과 고환 결손'을 들었어요.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요. 
"맞아요. 다 떠나서 이 규정만 봐도 이상해요. 다쳐서 고환이나 음경을 상실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전역을 시켜야 되는 건가요? 방송에서도 얘기했지만 15년 전에 피우진 중령을 전역시켰던 것도 유방이 없다는 이유였거든요. 심신장애 판정 규정이 있는 건 이해하는데, 저 규정이 있다고 해서 모두 전역 사유가 되느냐 이거는 별개의 문제거든요. 당시에 피우진 중령도 '유방은 상실했지만, 그것이 복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전역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어요. 마찬가지죠. 고환이나 음경을 상실할 수도 있고 이게 심신장애에 해당 할 수도 있는데, 그럼 이런 상실이 있으면 군인을 못 하는 건가? 그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누가 봐도 이상한 규정을 들이댄 거죠. 이런 이상한 규정을 들이댄 이유가 중요해요.

직업군인의 경우 '군인사법'이라고 적용받는 법이 다르거든요. 거기엔 성전환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요. 변희수 하사가 군법을 위반한 게 아니에요. 뭔가 보고를 해야 되는데 보고도 안 하고 갔다든가, 비밀을 누설했다든가, 항명했다든가 등등 군에 해를 끼치는 위중한 행동을 했을 때는 당연히 군대에서 전역 처리시킬 수 있다고 보는데, 아무리 봐도 군대에서는 이 친구를 내보낼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거예요. 트랜스젠더니까 나가야 된다는 조항이 없으니까 들고 왔던 조항이 심신장애 조항인 거예요."

- 변희수 하사 말고도 피해자가 더 있나요.
"방송에도 소개된 분인데, 파일럿이 되기 위해 항공운항과에 입학해서 비행 훈련도 몇 년을 했는데 결국은 파일럿을 포기하셨거든요. 그분도 8년이라는 시간을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고, 경쟁에서도 이겨왔지만, 성전환 수술을 하면서 모든 게 무너졌죠. 내가 군인으로서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에 걸맞은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왜 성별 정체성 때문에 이 직업을 못 가져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 국가 인권위에서 전역 처분 취소하라고 권고했지만, 군은 받아들이지 않았죠. 이로인해 구속력을 갖지 못한 인권위 권고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와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종인 호랑이 됐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인권위가 권고하고 난 다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지금 이 나라에서는 그래도 되는 거죠. 그게 화나요. 솔직히 인권위가 종이호랑이 될 동안 국가는 뭐 했나 싶어요. 솔직히 인권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어요."

- 지난 3월 국회 국방위에서 '국방부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성전환 수술 비용 지원 등과 관련해 연구를 한 사실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아직 없지만 이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어요. 변희수 하사 기자회견이 1년 전에 있었는데, 그동안 관련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죠. 그게 이번 사건에 대한 (군의) 태도를 드러내는 가장 상징적인 지점 같아요. 군은 이런 돌발적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배타적 태도로만 일관하는구나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군인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

- 여군들이 불편할거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어요.
"변희수 하사는 간부입니다. 다른 여군들과 내무반 생활을 하지 않아요. 6시에 퇴근을 하면 본인의 숙소로 돌아가 개인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여군들과 같이 목욕을 하는 일은 없고 만약 합숙 훈련에 돌입한다 해도 순번을 정해 목욕을 한다고 합니다. 같이 잠을 자고, 같이 씻는다는 오해가 변희수 하사를 절대 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변희수 하사는 전차 조종수거든요. 지금도 여군들이 남군들과 같이 훈련받으며 전차를 몰고 있습니다. 변희수 하사가 이런 여군들처럼 전차 조종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WHO에서는 2018년도에 트랜스젠더를 장애로 표기하던 것을 삭제, 정상적인 삶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는다고 해서 군의 단결력을 해치거나 비용을 상승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우리는 변희수 하사를 매몰차게 전역시킨 이후에도 아무 고민을 안했다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번 아이템을 하면서 댓글을 많이 봤어요. 저는 성 소수자가 아닌데도 댓글들을 보면서 너무 상처를 받더라고요. 근데 당사자들은 살면서 계속 그런 걸 보잖아요. 인생 자체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자신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라는 거 한 번쯤은 생각하고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성 소수자 분들은 정말 힘든 삶을 살아내고 계시거든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성전환자를 싫어하는 마음이 있고, 그들을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어요. 트랜스젠더를 별로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런 이유로 그들의 일자리는 뺏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그들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요."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편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송된 < PD수첩 > '변희수, 그녀에 대한 오해' 편의 한 장면 ⓒ MBC

조윤미 PD수첩 변희수 트랜스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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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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