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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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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 인천계양을)에게는 1991년생 딸과 1995년생 아들이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차갑게 등을 보여줬던 2030세대다.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 아들딸 얘기도 했지만, 2030세대한테 '넌 뭘 모른다'고 윽박지르면 '다시는 아빠랑 대화 안 해' 하고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가버린다. 그러면 대화가 끊어진다. 지금 (민주당과 2030세대의 관계가) 그렇게 됐다."

21일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최근 젊은 세대와 화상회의를 하며 "(박원순 시장 사건 피해자를 두고)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건 뭐냐"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하루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사과했던 것을 두고는 "잘했다"며 "만시지탄(晩時之歎, 때늦은 탄식)이다. 우리가 그랬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2030세대를 넘어서 국민 다수가 점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송 의원은 '유능한 개혁'이란 해법을 꼽고 있다. "계급장 떼고, 누구와도 격의 없이 논쟁"할 수 있는 민주적 정당을 추구한다. 또 '50대 집권여당 대표'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최근 불거진 '강성 지지자의 문자폭탄' 문제에는 단호했다. 그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해버리면 당이 경직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유리된다"며 "소통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삼수생'으로 나선 이유 "대통령·이름 빼고 다 바꾸자"

- 당 대표 선거 '삼수생'이다. 2016년과 2018년 그리고 2021년 민주당 대표의 역할이 조금씩 다를 텐데, 이번 당 대표의 과제는 무엇일까. 왜 그것을 송영길이 할 수 있을까.

"지난 두 번의 도전은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살다보면 성취로 배우는 것과 실패로 축적되는 자산이 있다. 당시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마음껏 소통할 수 있었고, 또 배울 수 있었다. 이제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변화의 시간을 만들겠다. 위기의 당을 구하고 민주정부 4기라는 지상과제를 반드시 이루겠다. 

(우리의) 내로남불과 위선적인 태도를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는 게 지금의 민심이다. 대통령과 '민주'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꾸자. 성찰하고 구체적인 민생 정책 대안을 내놔야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또 송영길은 변화의 시작이다. 저는 50대고, 우원식·홍영표 두 분은 60대다. 이들 모두 원내대표도 했는데, 당 대표까지 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지 않겠나."

- 출마선언에서도 현재 민주당의 위기 원인을 '무능한 개혁과 위선'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뼈아팠던 사례를 꼽는다면.

"말할 것도 없다. 부동산이다. 24번이나 (대책 발표를) 했는데 올 2.4 대책에서야 제대로 된 공급대책이 나왔다. 또 당 내부와 공직자의 부동산 비위문제가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 그 해법으로 '유능한 개혁'을 말하며 부동산 대책 중 하나로 '무주택자 90%' 대출'을 제안했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는데.

"지난 40년 동안 900만 호 주택을 공급했는데, 무주택자 비율이 49%에서 44%로 5%p밖에 안 줄었다. 아무리 집을 지어봤자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계속 그렇게 갈 것인가. 저는 실수요자와 생애 첫 구입자에게는 대출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꼭 (대출상한선을 집값의) 90%로 고집하지 않더라도, 80%라도. 

그러면 집값이 오르니까 안 된다? 임금 인상하면 물가 오르니까 올리지 말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니 임금 인상은 해야하고, 물가는 다른 정책 수단으로 통제하는 거다. 집값 오르는 것도 공급 확대 등으로 조정하면 된다. 또 '누구나 집 프로젝트(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 조합원은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임대료로 내며 거주하다가 10년 후 최초 분양가로 주택 구입 가능)'까지 결합시키면 투기 수요를 확 줄여 집값 폭발을 진정시킬 수 있다."

- 최근 당에선 종부세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동시에 민주당 스스로 부동산 정책의 원칙을 흔든다는 비판이 있다.

"종부세의 경우 지금 과세기준이 9억 원인데, 시세로 따지면 13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집값 상승으로) 과세 대상이 전체의 1%에서 3.8%로 늘어났다더라. 그래도 전체 96%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시가 13억 원 넘는 집을 가진 이들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얘기가 나머지 96%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종부세는 고령자와 장기보유 공제가 각각 있어서 최대 80%까지 감면 받을 수 있다. 다만 장기보유는 5년이 기준이라 거주기간이 5년 이하인 고령자 부분은 (공제 체계가) 잘 안 돼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도 방향은 맞는데 너무 급격히 하면 문제다. 이런 것들은 검토해볼 수 있다. 최근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부동산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특위를 좀 더 보강해서 (부동산 문제를) 풀어나가겠다."

- 또 다른 현안 중 하나가 코로나 백신이다. 미국에 가서 확보해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는데.

"백신이 민생이다. 우선 아스트라제네카(AZ)뿐 아니라 안정성이 확인된 모든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도 포함해서. 제가 가진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민주당의 '백신 리더십'을 구현하겠다. 지난달에는 제가 밥 메넨데즈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제한된 노바벡스 생산원료 물질 해외 반출을 허용해달라'고 부탁했고, '잘 살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외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다르면 틀리다? 국민들이 우리한테 관심 꺼버린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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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030 의원들을 격려하며 '이 정도 말도 안 나오면 죽은 당'이라고 했다. 왜 지난 1년간 민주당에선 '이 정도 말'도 안 나왔을까. 

"당내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었다.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하면 터부시됐다.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계급장 떼고, 누구와도 격의 없이 논쟁하는 당내 민주주의부터 복원해나가겠다. 다름을 인정해주자. 안 그러면 국민들이 우리한테 관심도 꺼버린다. '저기는 말을 못하게 만드는 곳이구나.' 그 결과가 2030세대 표심이 됐다.

또 (청년들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유세차에 올라가고, 거기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친 게 국민의힘이 조작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 분노의 외침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묵살해버리면 2030세대들은 '민주당은 희망이 없는 당이구나' 한다. 최근에 계속 2030 세대랑 화상회의를 하는데, 다들 '내로남불 도대체 뭐냐', '(박원순 시장 사건 피해자를 두고)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는 건 뭐냐', '자신들이 잘못해놓고서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사과도 안하고, 무능하기까지 하다'더라."

- 2030세대들이 민주당에게 분노한 이유 중 하나가 조국 사태에서 불거진 교육·입시의 불평등 문제인데.

"정말 같이 고민해야 된다. 불법 그런 게 아니라 '운동권 니들도 다 좋은 대학 나온 기득권층 아니냐, 너희끼리 아빠 찬스로 서로 자식들 스펙 쌓아준 것 아니냐'라는. 이 관행은 우리가 돌이켜봐야 한다. 그렇지 않겠나."

- 2030 의원들이 그런 맥락까지 담아서 조국사태를 언급했는데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나온 입장문들도 그렇고, 당이 또다시 이런 이야기를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초선의원 모임에선 그 다섯 명의 의견도 존중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당원들의 충정과 열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욕설을 하고, '네 말은 틀렸다'며 몰려다니는 것은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말할 권리가 있으면 다른 사람도 있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해버리면 우리 당이 경직되고, 결과적으로 당이 국민과 유리된다. 

소통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 저는 욕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그냥 차단시켜버린다. 제가 욕하는 사람과 대화할 이유가 있나. 그것도 같은 당에서... 일베들이 저한테 '송영길 중국 간첩, 빨갱이' 등 엄청난 (문자)폭탄을 보내는데 우리 당에서까지 그러면 제가 스트레스 받아서 살 수 있겠나. 그냥 '죄송하다' 하면서 다 차단해야지. 하지만 예의를 갖춰 의견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답변한다."

- 당 안팎에선 검찰개혁에도 여전히 관심이 많다. 지난 지도부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올 상반기에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이 목표는 그대로 유지할 생각인가.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지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조직 구성조차 마무리 못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첫발로 공수처가 내실 있는 진용을 갖추고 수사에 들어가는 것부터 당이 적극 뒷받침하고, 그 이후는 여론을 수렴하며 계획해나가야 한다. 또 이 문제는 (법사위원장이자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쭉 담당해왔으니 제가 대표가 되면 긴밀히 상의해보겠다." 

"박원순의 업적도 당연히 있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 또 하나 당내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안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이다. 어제(20일) 오세훈 시장이 피해자에게 사과했고, 피해자도 '진정한 사과가 나왔다'고 반응했는데.

"당연히 (오세훈 시장이) 잘한 거다. 만시지탄이다. 우리가 그랬어야 했다."

- 그런데 왜 못했을까.

"'운동권 온정주의'(때문) 아닌가. 끼리끼리 봐주고, 서로 '이해한다, 그럴 수 있지' 이런 게 일반 국민들 기준으로는 '너네끼리 짬짜미로 서로 봐주네, 기득권이 됐네'였던 거다. 박원순 시장이 했던 훌륭한 일들이 당연히 있다. 그것과 별도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해야 한다."

- 성평등은 사회적으로 큰 화두인데, 정치권은 여전히 남성중심적 문화가 팽배하다.

"성평등은 당헌당규에 명시된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선 첫째, 중장기적으로 당에서 인재를 키워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데, 전문성은 있을지 모르나 조직을 운용하고 장악하는 능력, 즉 정치적 실력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당의 여러 부문에서 활동하고 능력을 인정받는 과정, 또 차별 없이 공정하게 경쟁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외부 인재 영입 때 가급적 성별 균형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비례순번은 남녀 동수 구성인데, 지역구로 가면 그 균형이 급격히 무너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천 가산점 등 제도를 각 정당이 채택하고 있지만, 좀더 실질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저는 이 논의를 확대할 생각이다. 내년 대선 뒤에 있을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 청년을 대표할 최고위원도 있어야할까.

"당연히 임명할 거다. 보통 우리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노동과 청년(쪽 대표인물)을 (선정)해왔기에 잘 검토하겠다."

"송영길이 불안하다? 노무현한테도 그랬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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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이 1년 정도 남았다. 2012년엔 경제민주화, 2017년에는 적폐청산이 시대정신이었는데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코로나19에 빼앗긴 일상의 회복, 민생경제의 회복, 공정과 정의의 회복이다. 국민이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든 회초리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책과 변화로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답하겠다. 유능한 개혁을 하겠다. 언행이 일치되는 정당을 만들겠다. 민주당을 2030세대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다시 희망을 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겠다."

- 선거 패배 후 '국민의힘보다 두 달 먼저 끝나는 대선 경선 일정을 연기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 모든 분들이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무튼 제가 보증할 수 있는 것은 '송영길은 특정후보한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지 않겠다.' 그건 어떤 후보도 인정한다. 제가 지금까지 특정 계파 이익을 앞세우며 정치를 한 적 없다. 어느 쪽에선 '송영길은 혼자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 저를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한 것 아닌가."

- 하지만 '송영길은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해서 차기 대선 관리형 지도부에 맞지 않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우원식·홍영표 의원 쪽에서 맨날 저한테 '불안하다'고 공격하는데... 기득권 세력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핵심 메시지가 '불안하다'였다. (새로운 인물의 부상이) 기득권에게는 불안할지 몰라도, 변화를 바라는 사람한테는 희망이다. 또 그렇게 불안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왜 저를 가장 중요한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을까?

저는 총괄선대본부장으로도 잘했다. 추미애-임종석 갈등 때도 제가 수습했고, 선거 중간에 일부 보수적인 선대위원장들이 사드 배치 찬성하자고 했을 때도 제가 '안철수와 차별성이 없어진다'며 끝까지 반대했다. 문재인 후보가 미국 <타임> 표지 인물 됐을 때도, 제가 당시 함께 일하던 이지수 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을 독려해서 한 달여 설득 끝에 성사시켰다. '문재인이 되면 한미동맹 불안하다'는 보수언론을 놀라게 만든 결정타였다. 

이렇게 완벽하게 대선을 마무리한 사람이, 이제는 선대위원장으로서 정권 재창출하고 승리하겠다. 좀 설득력 있지 않은가(웃음)."

태그:#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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