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의 뉴스공장 ⓒ tbs 교통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제가 질문을 하나 해도 됩니까? 간단합니다. 내가 이 방송에 나오면서 많은 사실 음으로 양으로 고통도 받는데. 저는 내 양심껏 나오고 있는 거고. 우리 김어준 뉴스공장 지금 어떻습니까? 잘 나갈 때 그만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에 출연한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의 질문이다. 프로그램 고정 출연자이자 야당 중진인 홍 의원은 "여론과 많은 데이터들이 (뉴스공장이) 지금 공정성을 잃었다(라고 한다), 그것이 지배적(의견)"이라며 진행자인 방송인 김어준씨의 하차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함께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조중동을 비롯해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반한 방송 너무 많다"고 응수했고, 홍 의원은 "저는 그 방송에 나가면 (공정성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자당이 퇴출과 폐지를 요구하는 방송에 나온 중진 의원 입에서 나온 꽤나 직설적인 돌직구가 아닐 수 없었다. 실제 방송 분위기가 어색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는 진짜 개인적으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조금도 내가 불만을 가진 게 없어요. 여기 와야 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기 때문에."

일종의 돌발발언이었다. 국민의힘은 그간 <뉴스공장>의 출연자 비중이 여당에 편파적으로 기울어져왔다고 주장해왔고, TBS측은 보수야당 측 인사들을 섭외해도 출연을 거부하기 일쑤고 일부 의원들은 고정 출연을 해왔다고 반박해 왔다. 그런 와중에 국민의힘 의원이 생방송 중에 대놓고 "잘 나갈 때 그만두라"는 요구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날 <미디어오늘>은 <홍문표 "그만둬" 돌발 발언에 김어준 "그럴 생각이…"> 기사에서 홍 의원의 발언을 두고 "현직 야당 국회의원이 자당에 불리한 방송을 하는 진행자의 하차를 공개적으로 권고한 것이어서 공개적인 외압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공개 요구의 배경으로 "여론과 많은 데이터들"을 꼽았다. 그런 여론 중 하나가 바로 지난 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32만이 넘게 동의한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란 청원일 것이다.

이 외에도 4.7 보궐선거를 전후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과 후보들이 연일 공세를 퍼붓고 이를 기사화한 언론 보도들이 '많은 데이터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제1야당 의원이 생방송에 출연, 진행자의 하차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상황 자체가 해당 방송의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정말 홍 의원의 주장처럼 그런 여론이 다수일까.

외압

"방송법 제4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누구든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TBS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겠다는 TBS 구성원들의 결의를 적극 지지하며 심심한 격려를 보낸다."

지난 26일 한국PD연합회가 "TBS의 모든 임직원들은 거센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꿋꿋이, 의연하게 더 좋은 방송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보답해 주시기 바란다"며 내놓은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란 제목의 성명서 중 일부다.

한국PD연합회는 4.7 보궐선거를 전후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이 지속해 온 TBS 및 <뉴스공장>에 대한 공세를 "지역 공영방송 TBS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정치 공세"이자 "궁극적으로 TBS를 다시 장악하려는 이들의 불순한 공작"으로 규정한 뒤, 특히 지난 19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TBS는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밝힌 감사원의 공개 답변서와 직후 이뤄진 감사원 직원의 TBS 방문을 문제 삼았다.

"그동안 언론개혁에 매번 딴죽을 걸어 온 박대출 의원이 TBS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건 가관이다. 특정 진행자를 퇴출시키기 위해 국회까지 활용하는 그의 행태가 과연 온당한 일인가? 국회의원의 한 마디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언제라도 침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식이라면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도 얼마든지 같은 방식으로 유린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한국PD연합회 성명서 중)

앞서 감사원은 박대출 의원의 공개 질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 20일 감사원은 "김어준씨 출연료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며 공문도 없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다음날 감사원 직원이 TBS 감사실을 방문,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감사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2일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TBS에 대한 감사원의 이번 행태는 끔찍했던 이명박 정권 시기 감사원을 떠올리게 한다. KBS 사장의 해임 근거를 '가공'했던 기관이 바로 감사원"이라며 "공공기관에 대한 회계 감사와 직무감찰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감사관들이 보인 행태는 국민감사 청구에 따른 것인가, 공익감사청구에 따른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의 TBS 감사가 정상적인 절차였다면 서울시 출연 기관인 TBS보다 서울시의 공공감사가 선행됐어야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밖에도 보수야당은 TBS 및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관련한 갖가지 의혹 및 공세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김씨의 출연료 및 서울시의 TBS 지원, TBS 미디어 재단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 중심엔 물론 '편향성'이 자리한다. 정부여당에 편향적인 방송 자체를 폐지하거나 김씨를 하차시키는 한편 TBS를 해체시키거나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난무한다.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

퇴행

언론단체의 지적대로, 지난 2008년 'KBS 정연주 사장 해임' 사건의 중심에 감사원이 있었다. 이명박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배임 혐의로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하는데 일조한 것이 바로 감사원의 감사였다.

여기에 정치검찰이 정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정 전 사장에겐 일종의 주홍글씨가 새겨졌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그런 낙인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 감사원이 TBS와 김씨의 하차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며 강도높게 비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국민의힘의 경우, 지난해 KBS <출사표>나 JTBC <언더커버>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입맛에 맞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의 드라마라면 방송사를 불문하고 방영도 하기 전인 드라마의 폐지를 요구했던 것이다. 정치권이 압박하면 프로그램 폐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권위주의 정권 하의 방송관을 고스란히 드러낸 일례가 아닐 수 없었다. 

이와 비교하자면, TBS 및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경우는 현 정부들어 국민의힘이 사활을 건 언론 및 방송 관련 최초, 최대의 사인일 것이다. 편향성은 지적할 수 있다. 나름의 여론전도 정치적 행위의 일환일 수 있다. 허나 (자의든 타의든) 감사원이 나서서 보수야당의 주장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언론 및 방송단체의 주장처럼 외압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행위라 할 만하다. 

종편 출범이후 정치적 편파 방송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언론 및 방송 단체가 외압이라 반발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어려운 걸 지금 국민의힘이 매일 매일 해내는 중이다. 언론 및 방송과 표현의 자유의 시계를 한참이나 역행시키면서. K-컬쳐가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치는 2021년, 한국의 방송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라 믿어지시는가.
뉴스공장 TBS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