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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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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6일 "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공개 촉구했다. 여당의 대선경선 연기론은 4.7 재보선 이후 친문이나 정세균 전 총리 쪽 등 '반이재명' 진영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실명을 내건 입장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당내 대선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쪽에선 "어떤 이유를 붙이든 경선 연기는 '이재명 죽이기'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민주당 재선 의원), "대선경선 연기는 곧 대선패배"(민주당 중진 의원)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이다.

첫 공개 입장문… 전재수 "대선 경선 연기, 진지하게 검토해야"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현행대로면)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입장, 특정 계파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피곤한 논쟁이 아니라 중단 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 전략 측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당헌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시간표상 늦어도 6월 중순부터는 경선 일정을 시작해 오는 9월 10일 전에는 후보를 확정해야 하는데, 대선 120일 전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돼 있는 국민의힘에 비해 후보 선출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선거에서 경쟁하는 상대의 상황을 살피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최근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이 후보선출 과정에서 이미 민주당을 압도했다"고 했다.

전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을 대선경선 연기론의 또 다른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1년 이상 치르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적어도 우리 국민 30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여권이 '11월 집단면역'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전 의원 주장은 사실상 대선 경선을 두 달 미루자는 얘기다.

친문·정세균계 '반이재명' 진영 한목소리 "이 지사가 터주시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관에서 열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상장회사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관에서 열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상장회사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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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경선 연기론이 전 의원 개인만의 주장은 아니다. 4.7 재보선 참패 후 당지도부 교체를 위한 임시 전당대회까지 마무리되면서 친문 진영 전반에선 최근 대선경선 연기론을 재점화하는 상황이었다. 5.2 당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이 선거 전 "대선후보들의 이해관계들이 다른데 전원이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룰을 함부로 고치는 것은 있을 수 없다"(4월 27일, YTN 라디오)고 선을 그었던 것과는 기류가 바뀐 것이다. 약화되긴 했지만 친문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쪽 역시 경선연기론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친문 쪽에선 최근 이재명 지사가 경선연기론을 두고 "당이 정하면 우리야 따라야 한다"(4월 28일, 경기도 주최 행사 직후)고 발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 지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친문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 지사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선제적으로 얘기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1위인 이 지사가 먼저 길을 터주면 당이 결정하기가 더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칙적인 답변을 한 것일 뿐,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경선연기론에 힘을 싣는 것은 친문 뿐 아니라 후발주자로 대권 레이스에 돌입한 정세균 전 총리 쪽도 마찬가지다. 정 전 총리 쪽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지시가 합의만 해주면 못할 게 없다"라며 "흥행 요소가 많은 국민의힘 경선이 11월에 끝나는데 우리는 9월에 코로나 비대면 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경선 연기는 필수"라고 했다. 전 의원 주장과 대동소이한 것이다. 정세균계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때도 경선 일정을 뒤로 미루기 위한 당헌 개정을 요구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연기 = 대선 패배" 이재명 측은 강력 반발… 당지도부 해결할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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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재명 지사 쪽은 대선 본선에서 악영향을 줄 뿐이라며 경선연기론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지사 쪽 핵심 관계자는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잘못으로 생긴 4.7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우리 당이 무공천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가 처참하게 패한 지 불과 며칠이나 지났나"라며 "시스템 정당을 강조해온 민주당이 무슨 명분으로 당헌 개정 얘길 꺼낼 수 있는지 답답하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실제 당 대선 경선을 두 달 미룬다고 이 지사가 크게 불리해지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사실상 계파 문제로 또 경선을 미루자고 하면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신뢰하겠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친문 후보가 1위였다면 이런 얘기가 나왔겠나"라면서 "코로나 상황과 국민의힘 경선 흥행을 대선 경선연기론의 이유로 들어봤자 국민들에겐 '이재명 흠집내기'로 인식된다. 당장의 당내 경선이 아니라 내년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려면 대선 경선을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견이 극명한 상황에서, 결국 공은 당 지도부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송영길 민주당 신임 당대표는 지난 3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아직 제대로 보고를 듣지 못했다. 당무 보고를 들어보고 당헌·당규 문제를 체크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복수의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대선경선 연기론에 대한 공식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태그:#대선경선연기, #전재수, #친문, #이재명,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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