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4 07:59최종 업데이트 21.05.0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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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말]
(*지난 기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어린이와 노회찬 ①에서 이어집니다.)

"초등학교 완전 무상교육 실시"... '더 나은 세상' 향한 노회찬의 약속 

2007년 17대 대선 민주노동당 후보 경선에서 권영길, 심상정과 3파전을 벌이던 노회찬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어린이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노회찬은 "국가가 어린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질 높고 평등한 교육 서비스 제공"이라며 "초등학교 완전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과정에서도 공공연히 학부모가 부담해 온 학교급식비, 학습준비물비, 수행여행비, 현장학습비, 수련회비 등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면서 "초등학교 학생 1인당 연간 44만5000원 정도를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다. 이를 국가가 부담하기 위해 1조57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초등·중학교는 법적으로는 의무 무상교육이다. 그러나 수업료를 받지 않을 뿐"이라며 "의무교육은 단순히 수업료 면제뿐만이 아니라 학교와 관련된 모든 제반 부대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적극적 의미"라고 주장했다.

2008년 18대 총선. 노원 상계동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한 노회찬은 '호빵맨 노회찬' 이미지를 넣은 어린이용 명함을 제작해, 뒷면에 "아이들에게 희망찬 나라 믿을 수 있는 노회찬의 약속"이란 이름으로 ▲현재 10% 수준 공공보육시절 50%까지 확충, 아토피 전문 보육시설 설치 ▲6세 미만 어린이 어느 병원에서나 무료예방접종, 아동식품 안전평가기구 설치 ▲학교 운영지원비, 학교급식비, 수업료 등 무료화, '밤엔 자자' 학원영업 밤 10시까지로 제한 등을 밝혔다. 
  

노회찬과 어린이 당시 노회찬 의원이 사용했던 명함 ⓒ 노회찬재단

  

노회찬과 어린이 당시 노회찬 의원이 사용했던 명함 뒷면 ⓒ 노회찬재단

 
2010년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노회찬은 "서울에서 아이를 키우거나 또는 앞으로 가질 예정인 모든 부모의 걱정거리는 바로 아이 키우는 걱정입니다. 축복받아야 할 어린 생명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근심거리를 안고 나오는 것이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 오늘날 서울의 모습입니다."라며 "어린이의 눈으로 보육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면서 다섯 가지 제안을 던지며 해결을 약속했다. 물론 이것은 비단 서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 첫 번째 제안: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0세~3세 어린이의 의(醫), 식(食), 주(住)를 해결하겠습니다.
- 두 번째 제안: 서울시내 국공립어린이집을 두 배로 확충해, 대기자수를 절반으로 줄이겠습니다.
- 세 번째 제안: 서울에서 100% 무상보육을 실현하겠습니다.
- 네 번째 제안: 서울시의 틈새 없는 보육을 실현하겠습니다.
- 다섯 번째 제안: 부모참여 보육으로 보육의 질을 강화하겠습니다.

 

'노회찬의 약속' 공약집 모습 ⓒ 노회찬재단



2010년 6.2 지방선거를 맞아 진보신당(대표 노회찬)은 <'휴休 한국 사회', 행복한 복지혁명>이란 제목의 '지방선거 7대 비전'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그 가운데 두 번째 비전으로 '아이가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라는 제목 아래, (1)틈새 없는 보육: 안심하고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와 (2)어린이와 청소년이 행복한 9대 공약('닌텐도보다 더 좋은 공약으로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을 약속했다. 

'일과 쉼의 공존'을 기조로, 선거공약 개발을 주도한 진보신당 정책위원회(의장 조현연)는 '아이가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부모의 빈곤이 곧 아이의 빈곤이 되어 버리는 '빈곤의 대물림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 한 명에게 드는 양육비는 대학 졸업 시까지 무려 2억3200만원에 달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돈 없는 부모들은 아이를 낳는 것조차 죄가 됩니다. 합계출산율 세계 최하위는 부모들이 아이를 낳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보육, 교육, 안전, 건강, 문화생활 모두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한국은 이미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따라서 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18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 정부와 여당이 20여 년 전에 비준한 '아동권리협약'만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혹은 1988년 개정된 새 어린이헌장만이라도 제대로 실시했다면, 현재와 같이 아이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보신당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약을 마련했습니다. 부모가 가난한 것이 더 이상 죄가 되지 않고,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가 행복한 세상이 바로 엄마와 아빠 모두가 웃는 세상입니다."


노회찬의 약속은 정의당과 함께 19대 국회, 20대 국회에서 정치 의제화를 위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2016년 3월 11일 오전 정의당은 20대 총선 보건의료분야 공약으로 의료공공성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정한 보험료 체계 마련 등을 제시하면서, 어린이(15세 미만) 입원비 100% 보장을 제시했다. 같은 날 '내만복'(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 58개 단체가 모인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와 정의당은 국회에서 총선공약 협약식을 갖고 오는 20대 총선에서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이 왜 필요한지 널리 알려가기로 했다.

20대 국회에 들어와 2016년 9월 8일 노회찬은 국회에서 열린 '2016 정기국회 입법과제 설명회'에서 "정의당이 이번 국회에서 처한 상황이 바로 이렇습니다"라며 자료를 띄운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에는 올림픽 시상대 사진이 담겨 있었다. 

"3등까지만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처럼 지금 국회에서도 여야 3당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내 3당일 땐 거대 양당 사이에서 나름 이목을 끌었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016 정기국회 입법과제 설명회'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2016 정기국회 입법과제 설명회'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정의당이 준비한 이날 설명회는 가을 정기국회를 비롯해 20대 국회 전반에 걸친 정책과 입법과제를 알리는 자리였지만, 취재진은 달랑 3명에 그쳤다. 설명회장에 준비한 음료수 40여 병과 설명자료 수십 장도 그대로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노회찬은 청중 숫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유의 유머를 섞어가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렇다고 우리 정의당이 있으나마나한 정당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재벌 경영권 세습을 비판했습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회 대표도 공평분배를 강조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격차해소가 시대정신이라고 했습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을 얘기합니다. 모두 정의당이 앞서서 얘기한 것들입니다."

정의당이 20대 국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책은 70여 가지에 이르고, 그 가운데 4가지 중점과제를 뽑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15살 이하 어린이·청소년 입원진료비 전액 지원'하겠다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도 '국민이 만든 10대 공약'의 하나로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15세까지 아동청소년 입원진료비 전액 지원')을 채택했다. 

'홍준표 방지법'으로 의무적인 무상급식 확대 시행

2016년 7월 7일 노회찬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무상급식 확대 시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법 개정안, 일명 '홍준표 방지법'을 발의했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급식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만 포함하고 있으며, 무상급식을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로 정하진 않고 있었다.
 

노회찬 당시 정의당 국회의원(창원성산)이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노동자, 학부모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 윤성효

 
노회찬은 "이제 아이들의 건강 증진을 유일한 정책 목표로 삼고 무상급식을 추진해내야 한다.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의 하나로 학교급식을 규정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자는 취지로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면서 "이제 학교급식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보편복지냐 선별복지냐 하는 논쟁을 끝내자"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노회찬이 20대 총선 때 창원 성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홍준표를 겨냥해 내놓은 공약이었다. 경남은 2014년부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2007년 거창군을 시작으로 경남도는 전국 처음으로 무상급식을 시작하는 등 전국 무상급식의 모범도시로 부상했지만 홍 지사 취임 이후 무상급식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경남도 학부모라는 이유로 연간 42만∼62만 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고,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유일한 광역단체로 전락했다."


"창원에서 야당 의원 나와야"... '무상급식' 호소한 노회찬 

※ 2016년 3월 31일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재래시장인 반송시장. 노란 점퍼를 입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연단에 올랐다. "반송 약국 약사님"과 "수성횟집 사장님", "대영 부동산 소장님"에게 인사를 건넨 노회찬 후보는 익숙한 솜씨로 마이크를 잡았다.

"왜 홍준표 도지사가 도민 반대에도 무상 급식을 중단시켰습니까? 일당 독재이기 때문입니다. 창원시 국회의원 다섯 명 중에 다섯 명이 다 새누리당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 급식 중단할 때 안 된다고 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습니까? 창원에서 야당 의원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상 급식' 이야기가 나오자 시장에서 장을 보던 몇몇 여성 유권자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노회찬 후보는 자신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의 '야권 단일 후보'임을 강조하며 "새누리를 이기고 민생을 살리겠다"고 홍보했다. 법안 1호로는 '정리 해고 제한법'을, 법안 2호로는 '홍준표 방지법', 무상 급식 법제화를 내건 그였다. (김윤나영 기자, <'노회찬 등장'에 새누리도 좌클릭…"무상급식">, <프레시안>, 2016.4.1.) 


개정안은 학교급식 대상을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까지 확대해 관리감독 범위를 넓히고, 기타 급식시설도 학교급식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급식운영비 일부는 국가와 지자체가 분담하고, 식품비는 국가가 50% 이상 부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과 광역자치단체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전자변형 농수산물과 식품을 급식에 사용할 수 없게 한 조항도 담겼다.

노회찬은 "현재 국회에선 시민단체들과 함께 여야를 뛰어 넘어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무상급식과 친환경급식을 진전시키자는 논의가 시작됐다"며 "개정안이 그러한 논의의 일차적 결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노회찬의 '홍준표 방지법'은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어린이와 노회찬 ③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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