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8 09:25최종 업데이트 21.05.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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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흘렀다. 그의 3주기에 즈음하여 노회찬 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4월 16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우리시대 '6411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의 정치실천: 기록으로 기억하다] 기록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말]
노회찬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취임사(2012.10.21.)와 당대표 퇴임 고별사(2013.7.21.)에서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며 투명인간분들을 구체적으로 호명한다. 이번 글에서는 '노인'과 관련한 노회찬의 이야기와 그들의 '지금·여기' 삶의 현주소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 기자말 

"노회찬 의원 덕분에 우리 사회가 한 뼘쯤은 더 살기 좋아졌습니다"
 

2018년 7월24일,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그가 27일 지친 몸을 누인다. 전태일, 김근태, 박종철 등 수많은 민주 영령이 약자를 대변하며 진보적 가치 확산을 위해 헌신한 그와 함께할 것이다. 홀로 자책하며 괴로워했을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부디 그곳에선 늘 웃음 짓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빈소엔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찾았다. 휠체어를 타고 먼 길을 달려온 장애인, 굽은 몸을 이끌고 찾아온 노인들, 비정규직 노동자… 이들 모두는 노회찬 의원 덕분에 우리 사회가 한 뼘쯤은 더 살기 좋아졌다고 말한다." - '[사설] 노회찬이 우리에게 남긴 것', 한겨레(2018.7.27.)

"초등학생부터 구순 어르신까지, 막 일을 마치고 땀자국이 선연한 티셔츠를 입고 온 일용직 노동자부터 검은 정장을 정중히 입은 기업 대표까지,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오셔서 원내대표님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했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분들이 저의 손을 잡고 울먹이시며 하는 말씀이 모두 같습니다.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꼭 필요한 사람, 이보다 노회찬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 노회찬이 우리 정치에 없었다면 간절한 외침을 전할 길 없었던 약자들이 노회찬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하고 있습니다. 노회찬의 정치 이력은 이들을 대변하고 삶을 바꾸는 여정이었습니다." - 2018년 7월 27일 영결식장, 이정미(정의당 대표) 조사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 노회찬. 그를 기리고 기억하는 사람들에는 "굽은 몸을 이끌고 찾아온 노인들" "구순 어르신" 등 노인 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8년 7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령사회'로의 진입과 노인빈곤율 OECD 1위: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해당 국가를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로 분류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다시 20% 이상까지 올라가면 해당 국가를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 또는 '초고령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7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65세 이상 비중이 7.3%로 집계돼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이었다. 

2020년 9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2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했다. 고령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25년엔 전체 인구의 20.3%(1051만1000명), 2060년에는 43.9%(1881만5000명)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노인이나 정년을 둘러싼 잣대는 분야별로 제각각이지만 대표적인 노인 기준은 65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생산가능인구를 15~64세로 보고 있고, 대법원도 최근 육체노동자 가동 연한을 65세라고 봤다.

이같은 65세 기준이 본격화된 계기는 이른바 독일의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 때다. 1889년 사상 최초로 연금보험 제도를 마련하면서 연금 지급 대상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잡았다. 프로이센(독일 제국의 전신)과 프랑스 간 보불전쟁(1870~1871)을 거쳐 독일 통일을 완성한 비스마르크가 전쟁에 공을 세운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인들을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되 연금으로 당근을 준 게 배경이다. 

1950년 유엔은 고령지표를 내면서 노인 기준을 65세로 잡았다. 이 역시 비스마르크판 연금보험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산업화 진전과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 수명이 80대(2017년 한국 기준 82.7세)로 늘어나면서 65세라는 기준은 도전에 직면했다. (매일경제, 2019.2.27.)

참고로 2015년 유엔이 미성년자(Underage 0세 ~ 17세), 청년(Youth 18세 ~ 65세), 중년(Middle 66세 ~ 79세), 노년(Old 80세 ~ 99세), 장수노인(Longlived elderly 100세 이후~ )로 평생 연령기준을 새롭게 재정립했다는 언론 기사 및 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팩트체크를 통해 출처를 유엔 관련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유엔은 아직도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016년 7월 4일 오전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에 앞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어느 나라건 불가피하겠으나, 문제는 노인층의 가난이다. 
20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2016.7.4.)에서 노회찬(20대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은 "저와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강력히 지지합니다"며 이렇게 발언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지런하다고 합니다. 실제 OECD 평균보다 1년 동안 300시간 더 일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1년에 37일을 더 일하는 셈입니다. 정년퇴직 후에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합니다. 한국남성들의 유효은퇴연령은 72.9세이며 심지어 75세 이상 인구의 고용율은 세계 최고입니다.

그런데도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부지런해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힘든 노동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서울 서초구의 고소득층 수명이 평균 86세인데 강원 화천군 저소득층의 수명은 71세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소득양극화가 건강양극화를 거쳐 수명양극화로 이어지고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이란 책에서 김승식 저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라고 일컬어진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경제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 도대체 왜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의 다수 국민의 삶이 고단하고 불행한 것인가?'"

"… 현실인식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해법의 차이가 난 것은 '원인에 대한 진단'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의가 실종된 것이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근본원인이라고 판단합니다. … 저와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정의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대신 지키는 '진박정당'이 되겠습니다."

 

2017년 3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에서 한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밀고 있다. 그 옆으로 트럭이 위태롭게 지나간다. ⓒ 박동우

 
노회찬이 지적한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라는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통계청의 '2020 고령자 통계'를 보면 2017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소득이 50%도 되지 않는 노인들의 빈곤율)은 44%로 OECD 가입국가 중 가장 높다. 프랑스(3.6%), 노르웨이(4.3%), 독일(10.2%), 캐나다(12.2%) 등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65~69세 고용률(45.5%)은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이며, 70~74세 고용률은 33.1%로 가장 높다(OECD 회원국 평균은 15.2%). 

이처럼 고령자가 일을 많이 하는 건 노년층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일하는 노인은 많지만 전반적으로 가난하다는 것은 노인 일자리의 상당수가 임시직·일용직 같은 '질 낮은 일자리'여서 일을 해도 빈곤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2018년 5월 기준 55∼79세 취업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군은 단순노무직(24.4%)이었다.

"노인빈곤율 압도적 1위인 한국, 노인자살률 OECD 1위로도..."
 

좋은 일자리 확대에 대한 구상과 비전, 정책과제 추진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단체 '미래산업과 좋은 일자리 포럼' 2016년 9월 창립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노회찬 당시 원내대표. ⓒ 노회찬의공감로그

 
2018년 3월 29일 '국회 미래산업과 좋은일자리 포럼'(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주최한 '고령사회 고용·복지 단절 극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노회찬은 인사말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 어르신들의 삶은 문제는 상당히 암담합니다. 2017년 11월 OECD가 발표한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로 비교 대상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년층의 빈곤한 현실은 자연스럽게 OECD 노인 자살률 1위로 연결되었습니다."

"이러한 노인 빈곤문제는 단순히 노인 고용률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번 토론회 발제에서 다루겠지만, 현재 노동시장 정책의 핵심 대상에서 제외되는 60~64세의 고용률(60.6%)은 전체 인구 고용률(60.8%)과 유사한 수준이며, 700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도 30.6%로 OECD 2위 수준입니다."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인 고용률 뒤에 감춰진 일자리의 질(質) 및 일자리 제도의 문제와, 일자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복지 대책이 함께 다뤄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회에서는 고용과 복지 두 가지 문제를 함께 다루며, 노인 빈곤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실에서 노인 빈곤문제는 더 이상 한 세대 혹은 몇몇 전문가에게만 맡겨놓을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노인과 노회찬 ②로 이어집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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