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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절의 고장인 아산이 언제부터 친일인사를 기리는 곳으로 변질했습니까?"

충남 아산 설화예술제가 때아닌 친일행적 논란에 휩싸이며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예총 아산시지부(지부장 이만우)는 오는 22일부터 3일간 아산 일원에서 제18회 아산 설화예술제를 개최한다. 그러나 상당한 비중을 두고 올해 처음 추진 중인 예술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제1회 조명암 가요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월북작가로 알려진 조명암(趙鳴岩·1913년 11월 10일∼1993년 5월8일·아산 영인면 출생·본명 조영출)의 친일행적이 드러나며 물의를 빚고 있는 것.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들은 "친일 행위가 분명한 대표적 친일인사를 기념하는 가요제가 열리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며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 김아무개(44·아산 권곡동)씨는 "아산의 대표적인 축제인 설화예술제를 추진하며 이런 미흡함을 드러낸 것 자체부터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며 안일하고 무성의한 주최 측의 행사 준비를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조명암은 지난해 8월 29일 발표된 제1차 친일인사명단 공연 예술인 부문에 포함됐으며, '아들의 혈서', '지원병의 어머니', '결사대의 처', '2500만의 감격' 등 청년들에게 지원병으로 나설 것을 독려하는 가사를 많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문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최종 친일 인사 명단은 내년쯤 발표될 예정이지만 조명암의 친일 행적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배제될 순 없을 것 같다"며 "친일 인사를 기념하기 위한 가요제가 열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는 박시춘 가요제, 백년설 가요제 등이 친일 논란에 휩싸이고 있으며, 진주시의 남인수 가요제 등도 친일 행적으로 중단되는 상황"이라며 "아산시나 예총에서 조명암의 행적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일부 지역 예술계 인사 및 설화예술제 관계자는 "정치적 접근을 배제하고 순수 예술인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친일 인사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반박했다.

이어 그 관계자는 "순수 예술인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이념적·정치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선생의 예술적인 측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만우 지부장도 "가요제 개최 얘기가 나올 때 친일 행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친일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부장은 "친일 부분이 있다면 감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하지만 문화예술계의 업적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예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견해를 밝혔다.

▲ 친일인사로 알려진 월북작가 조명암.
한편 조명암은 지난 1941년 일본 와세다 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193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동방의 태양'으로 등단했다.

8·15광복 후에는 조선연극동맹 부위원장으로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 <독립군>, <논개>, <위대한 사랑> 등의 희곡을 발표하고 1948년 월북하였다. 일찍이 <낙화유수>, <바다의 교향시>, <꿈꾸는 백마강> 등 대중가요 33곡을 작사했던 그는 월북 후 <조국 보위의 노래>, <어머니 우리 당이 바란다면>을 비롯한 가사작품들과 민족가극 <금강산 8선녀>, <춘향전>, <밝은 태양 아래> 등의 작품을 남겼다. 북한에서 교육문화성 부상(副相), 평양가무단 단장,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조명암이 작사한 친일가요는 ▲낙화삼천 (김해송 작곡, 김정구 노래) ▲그대와 나 (김해송 작곡, 남인수와 장세정 노래) ▲아들의 혈서 (박시춘 작곡, 백년설 노래) ▲목단강 편지 (박시춘 작곡, 이화자 노래) ▲결사대의 안해 (박시춘 작곡, 이화자 노래) ▲혈서지원 (박시춘 작곡, 백년설 노래) ▲2500만의 감격 (박시춘 작곡, 남인수와 이난영 노래) ▲지원병의 어머니 (고하정남 작곡, 장세정 노래) ▲아들의 혈서 (박시춘 작곡, 노래 미상-태평음반사) 등 총 9곡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박성규 기자는 아산투데이신문사 소속으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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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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