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경북 의성 컬링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청소년 선수들이 '컬링 꿈나무'로서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번 대회는 1년 3개월만의 학생 선수 대상 공식 컬링대회였던 만큼 많은 선수들이 참가했다. 

오래간만의 컬링 대회이다보니 생애 처음으로 컬링 대회에 참가한 선수 등 이번 대회를 특별하게 여길 만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참전한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컬링 2년차, 처음으로 대회 나왔어요"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의성초등학교 선수들의 모습.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의성초등학교 선수들의 모습. ⓒ 박장식

 
여자 초등부에 참전한 의성초등학교 선수들은 열세 살 동갑내기 친구들로 구성됐다. 학교에 컬링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부터 함께 컬링을 시작해 이제 2년차가 되었다는 의성초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처음 나서면서 본격적인 '컬링 선수'로서의 데뷔전을 치렀다. 

첫 대회에 나선 선수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다해 선수는 "대회를 처음 해보니까 떨리고 긴장이 되었는데, 그래도 경기를 하다보니까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되어서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안정은 선수도 "승부욕을 느끼게 되고, 이겼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며 첫 대회에 나선 '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연습도 많이 못 했고 대회 출전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선수들은 집에서 가까운 의성컬링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마냥 좋다. 이다해 선수는 "다른 선수들은 다른 곳에서 경기장으로 오는데, 우리는 집에서 경기장으로 바로 갈 수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성초등학교 '대선배'인 김은정 선수를 닮고 싶다는 선수들의 목표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결승에서 아쉽게도 의정부컬링스포츠클럽 선수들에게 석패하며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생애 첫 메달을 '우리 동네에서 열린 대회'에서 따내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꿈은 크게, 앞으로 세계 1등 할래요"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의정부시G스포츠클럽 선수들의 모습.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의정부시G스포츠클럽 선수들의 모습. ⓒ 박장식

 
남자 중등부에 출전한 의정부시G-스포츠클럽 선수단 중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지난 2019-2020 코리아컬링리그 믹스더블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박정화 선수가 3년째 선수들의 코치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코치는 "의정부 4개 중학교에서 모여 한 팀이 꾸려졌다"며 팀을 소개했다.

지난 2020 전국동계체전 이후 오랜만에 대회에 나선 선수들은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김예찬 선수는 "3년 동안 컬링을 했는데, 1년 3개월 만에 대회에 나가게 되어 새로운 기분이 든다"면서도, "의성에서 처음 경기를 해보는데 되게 좋고 괜찮다"라며 웃었다.

정승하 선수도 "오랜만의 대회 출전이 긴장된다기보다는 재미있고 기대가 된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재미있게 컬링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의정부클럽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다른 중등부 팀을 꺾고 우승하는 성과를 냈다. 그런 선수들의 향후 목표는 어떻게 될까. 김예찬 선수의 답은 "앞으로 세계 1등을 목표로 하고 싶다"는, 중학생다운 '통큰 각오'를 내놨다. 

"지역에 컬링장 생긴 덕분에 좋은 성적 낸 것 같아요"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봉명고등학교 여자 선수들의 모습.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봉명고등학교 여자 선수들의 모습. ⓒ 박장식

 
송유진(전북도청)과 성유진(강원도청) 등 유명 선수들을 배출한 청주 봉명고등학교.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에서 3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봉명고등학교 남녀 4인조 선수들이 함께 회장배 대회에서 입상한 것은 2016년 대회 이후 5년 만이다.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일까. 선수들은 지역에 컬링경기장이 생긴 덕분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올해 청주빙상경기장이 문을 열면서 2개 시트 규모의 컬링장이 새로 생겼다. 덕분에 봉명고 선수들은 의정부나 의성까지 가지 않고도 '동네'에서 컬링 훈련과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자부 김수빈 세컨드는 "청주에 컬링장이 생기기 전에는 의성이나 의정부로 차를 타고 세 시간씩 오갔다"며 "컬링장으로 이동하는 시간 때문에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한 일도 많았고, 주말에도 이동에 시간을 쏟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15분이면 컬링장에 도착하니 편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여자부 이성린 리드도 "컬링장이 생기면서 연습량도 많이 늘었다. 우리 팀 동료들이 다들 잘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팀워크도 더욱 좋아졌다"라며 "지역에 새로 컬링장이 생겨난 덕분에 결선 라운드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한국선수권에서도 더욱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것이 선수들의 목표다. 여자부 김민서 스킵은 "예선 라운드로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결선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실업팀 선배들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싶다"라고 각오했다.

"우리 동네 경기, '집 같은 분위기' 좋네요"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의성고등학교 선수들의 모습.

2021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 출전한 의성고등학교 선수들의 모습. ⓒ 박장식

 
의성고등학교 남자 선수들은 지난해 한국선수권대회에서 경북체육회, 강원도청 등 기존 실업팀을 잇달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활약하던 선수들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전력 유출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2학년과 3학년으로 구성된 A팀이 예선 라운드에서 패배 없이 결승까지 진출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선수들도 있지만, 의성에서 공식 경기를 치르는 것이 처음이라는 선수들. 늘 훈련만 하던 컬링장에서 경기를 한 기분은 어떨까. 최원영 스킵은 "의성에서 처음 경기를 갖다보니 설렜다"라며 "'물론 다른 경기장과 다른 부분은 많지 않지만, 위치가 '우리 동네'이다보니 특히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준화 세컨드는 "우리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도, 그 비결에 대해 "분위기가 좋은 것이 우리 팀의 강점 같다. 서로 친하고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최원영 스킵도 "윤영준 선생님이나 이동건 코치님이 즐기면서도 체계적으로 컬링을 가르쳐주신 덕분"이라며 웃었다.

경일대로 진학한 선배들도 이제는 대회 때 맞붙게 될 '경쟁자'이면서도, 같은 의성 컬링장에서 함께 훈련하는 동료가 되었다. 최원영 스킵은 "선배들이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 때 우리가 너희 자리를 노리겠다"고 장난치면서도, 막상 시합 때는 서로 칭찬해주는 좋은 선배"라며 웃었다.

올해 한국선수권에서도 선수들은 '파란'을 준비한다. 지난해처럼 4강 안에 들어서 고교 팀의 저력을 보여주겠단 것이 목표다. 김효준 서드는 "예선을 통과해 준결승까지는 꼭 진출해서, 작년처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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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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