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미 프로농구(NBA) 명문 중 하나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리그에서 경쟁하며 많은 역사를 남겼다. 전통의 팀답게 디트로이트하면 여러 스타일의 농구가 떠오르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색이 진한 것은 단연 '배드보이즈'다.

특정 스타급 플레이어에 의지하기보다 탄탄한 조직력을 내세웠던 것이 특징인데 그 과정에서 거친 수비와 몸싸움도 불사하며 상대 팀과 트러블도 자주 일으켰고 그로 인해 배드보이즈라는 악명까지 얻게 됐다.

원조 배드보이즈 1기는 래리 버드의 보스턴 셀틱스, 매직 존슨의 LA 레이커스는 물론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시카고 불스마저 힘겹게 했던 말 그대로 최고로 거친 녀석들이었다.

엄청난 승부 근성으로 유명한 레전드 가드 아이제이아 토마스를 필두로 빌 레임비어, 조 듀마스, 데니스 로드맨 등이 맹활약했다. 이들의 기세가 한창 좋았던 몇 시즌 동안의 위력은 그야말로 엄청났는데 리그 2연패(1989년, 1990년)를 비롯해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올렸다.

물론 몸싸움 등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하던 당시 기준으로도 거칠다 못해 더티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그들인지라 사방에 적도 많았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팬들에게 그들은 자랑스러운 연고 팀의 선수단이었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배드보이즈 이후 우승이 없었던 디트로이트는 2004년 천시 빌럽스, 리차드 해밀턴, 테이션 프린스, 라시드 왈라스, 벤 왈라스 등 2기 멤버들을 통해 다시 한번 NBA를 제패한다. 1기에 비하면 임팩트는 조금 떨어졌지만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시즌 연속 NBA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오르는 등 탄탄한 조직농구의 진수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NBA 배드보이즈처럼 KBL 무대에서도 지금까지 회자 되는 색깔 짙은 농구 스타일이 있으니 다름아닌 2000~2001시즌에 LG 세이커스가 보여준 '닥공(닥치고 공격)' 농구가 바로 그것이다.
 
 조성원 감독은 선수시절에 이어 감독으로도 창원 LG의 '닥공'농구를 이끌게된다.

조성원 감독은 선수시절에 이어 감독으로도 창원 LG의 '닥공'농구를 이끌게된다. ⓒ 창원 LG

 
큰 임팩트 남긴 '닥공' 농구
 
그간 LG는 창원 팬들의 폭발적 성원을 등에 업고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시즌이 시작되면 체육관은 만원 관중으로 가득차기 일쑤고, 팬클럽이나 매니아 층도 잘 구축되어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원 팬들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긴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도 많았고 우승에 도전할 만큼 전력이 탄탄한 시즌도 여러 차례였지만 결과적으로 우승 반지는 멀기만 했다. 그로 인해 정상에 대한 목마름은 그 어떤 팀보다도 절실한 편이다.

LG는 그간 많은 변화와 노력을 기울이며 우승에 도전했다. 이충희 초대 감독 시절 버나드 블런트라는 득점 기술자를 선봉에 세우고 나머지 토종 선수들이 강력한 압박수비를 펼쳐 보이며 모두의 예상을 깬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을 냈다. 신생팀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미래도 밝아 보였다. 당시만 해도 LG가 이렇게 오랫동안 우승을 못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이후 LG는 주기별로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했다. 아마무대 명장출신 김태환 감독과 함께 '닥공'농구를 펼친 것은 물론 2013~14시즌을 앞두고는 '탱킹(Tanking)'의혹까지 감수하며 김시래, 김종규 등 젊은 특급 선수들을 품에 안았다.

거기에 FA를 통해 최고 혼혈 선수 문태종을 데려왔으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선 러시아 리그 득점왕 출신 데이본 제퍼슨까지 합류시켰다. 양과 질적으로 우승하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의 전력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당 시즌에도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멀기만 했다.

특히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2000~2001시즌 닥공농구는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언급될 만큼 강렬한 센세이션이 돋보였다. '캥거루 슈터' 조성원과 '육각 슈터' 조우현의 '국가대표급 쌍포'에 외국인 선수로서는 드물게 3점슛 타이틀까지 차지한 바 있는 에릭 이버츠가 함께하며 무서운 3점슛 군단이 완성됐다.

이정래 등 뛰어난 슈터들 또한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지라 포지션 불문 언제 어디서든 외곽슛이 터질 수 있는 라인업이었다. 이적생 조성원은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등극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한 기세를 몰아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으나 우승에는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닥공농구 '시즌2' 새 시즌 부활할까?
 
조성원 감독이 사령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LG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닥공농구의 중심에서 맹활약했던 조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빠른 농구, 외곽 농구에 특화된 플레이어였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 빅맨이었던 김종규(30·207㎝)가 떠난 상태서 LG는 색깔을 잃었고 '신풍(新風)'이 절실했다.

팀컬러를 바꾸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선수단 구성은 필수다. 아무리 명장이라고해도 기존 틀이 짜여져 있는 팀에 와서 갑자기 본인의 색을 내기는 힘들다. LG는 지난 시즌 그리고 최근 에어컨리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감독을 밀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트레이드, FA 등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선수를 끌어당기고 있다.

그 결과 이번 FA 시장에서 강력한 앞선 듀오를 만드는 데 무려 13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이관희(33·190㎝)와 계약 기간 4년, 보수 총액 6억원(연봉 4.2억, 인센티브 1.8억)에 재계약을 체결하고, KGC 인삼공사 주전 1번으로 활약했던 이재도(30·180㎝)를 계약 기간 3년, 보수 총액 7억원(연봉 4.9억, 인센티브 2.1억)에 영입했다.

남자프로농구 샐러리캡 한도가 총 25억원(연봉 20억원+인센티브 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절반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이다. 조 감독이 원하는 빠르고 다이나믹한 앞선을 제대로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LG 닥공농구를 이끌어갈 토종 원투펀치인 이재도, 이관희는 예전 '시즌1'때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당시 조성원, 조우현, 이버츠 등은 다른 옵션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빼어난 외곽슛이었다. 반면 이재도, 이관희는 슈터보다는 돌파, 외곽슛 등 내외곽을 고르게 오가는 전천후 득점원에 가깝다. 활동량, 수비력도 동포지션에서 상위급이다.

두 선수는 개인적 기량도 절정에 올라있다. 이관희는 LG 이적 후 평균 17.7점 6.2어시스트 4.8리바운드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바 있으며 이재도 또한 지난 시즌 평균 12.7점 5.6어시스트 3.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단순히 수치로 모든 것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양 선수가 시너지를 일으킬 경우 LG 앞선의 에너지는 어떤 팀 부럽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도, 이관희와 더불어 센터 김준일(29·202㎝)도 빼놓을 수 없다. LG는 2월 4일 삼성에 김시래와 테리코 화이트를 내주고 이관희, 케네디 믹스를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바 있다. 당시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후속 트레이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루머가 많았고 이는 현실로 드러났다. LG는 센터 김동량(34·198㎝)을 보내는 대신 삼성에서 센터 김준일(29·202㎝)을 데려오기로 했다.

양 팀은 선수단의 연봉협상이 시작되는 6월, 이같은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준일 역시 공격에 장점이 있는 빅맨인 만큼 LG 닥공농구의 한축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이재도, 이관희, 김준일 이적생 트리오에 기존 서민수, 정희재, 강병현까지, 현재 LG 전력은 충분히 대권을 욕심낼만 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과거 닥공 시즌1 시절 그랬듯 현재 시즌2 멤버들도 약점은 있다. 이재도, 이관희는 공수 에너지레벨은 높지만 경기를 풀어나가는 시야와 패싱능력은 상위클래스라고 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김준일 또한 공격력에 비해 리바운드, 몸싸움 등 궂은일에서는 점수가 높지 않다. 차후 외국인선수 선발시 이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뽑는 것도 선수단 밸런스 강화에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 어떤 팀보다도 적극적인 에어컨리그를 보내고 있는 LG가 이번에야말로 꿈에 그리던 대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비상을 꿈꾸는 송골매군단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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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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