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처음으로 모내기를 체험하는 초등학생들
ⓒ 최육상

관련영상보기

   
태어나 처음으로 모내기를 체험하는 복흥초등학교 학생들
 태어나 처음으로 모내기를 체험하는 흥초등학교 학생들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간격을 맞춰 모내기 줄에 따라 모를 심는 초등학생들
 간격을 맞춰 모내기 줄에 따라 모를 심는 초등학생들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논에) 발이 빠지는 느낌이 아주 재미있어요."(최민수·5학년)

모내기를 처음 체험하는 초등학생의 반응이다. 5월 31일 오전 10시, 전북 순창군 복흥면 금월리 대각마을에서 '복흥면 금월지구 친환경단지 벼 모내기 및 우렁이 농법 체험 행사'가 열렸다. 복흥초등학교 5학년 학생 19명과 박붕서 교장을 포함해 설추호 면장, 이종윤 이장 등 마을 주민들이 참석했다.

모내기 광경을 지켜보는 마을 주민은 모두들 흐뭇한 표정이었다. 한 주민은 "초등학생들이 모내기하는 걸 처음 본 나도 신기한데 학생들은 기분이 어떻겠느냐"면서 "미래의 농부들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정말 좋다"고 활짝 웃었다.

학생들은 스타킹과 양말을 신은 채 논으로 들어갔다. 하얀 양말은 순식간에 흙으로 물들었다. 학생들은 장난을 치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모를 잡고 심는 방법을 진지하게 들었다.

"여기(모)에서 쌀이 생긴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학생들은 농촌에서 황금 들녘을 바라보며 자랐음에도 모내기를 직접 체험하는 것은 처음인 탓에 이구동성으로 "신기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종윤 이장은 "우리는 초등학생 때 학교에 안 가고 모를 심었다"면서 "학교 가는 게 모 심는 것보다 좋았지만 그 땐 아부지가 무서워서 쫓겨날까봐 모 심으러 갔다"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바탕 웃었다. 대화는 자연스레 과거 이야기로 흘러갔다.

"1960년대 말, 1970년 초에는 봄하고 가을에 농번기가 있어서 삼사 일간 학교 안 가고 모를 심었어요. 선생님이 '부모님 도와주고 와라' 그러셨죠. 그래서 방학이 좀 짧았어요. 우리는 수학여행 간다고 학교에서 보리 베기 해서 돈을 모으기도 했어요."(이종윤 이장)
"그때는 다 큰 게. 나락도 베고 그랬어요."(주민)

"다 컸다는 거는 우리 생각이고, 우리도 초등학생 땐 쬐깐 했지. 우리가 이만하게 큰 줄 알았던 거고."(이종윤 이장)
"아, 근가. 난 또 우리가 큰 줄 알았지. 하하하."(주민)
"그땐 부모가 '오늘은 학교 가지 말고 일 좀 하거라' 그러면 참 짜증났거든요. 그래도 어쩌것어,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하기 싫어도 논 일을 했죠. 하하하."(또 다른 주민)

"그때는 결석해도 선생님들이 이해를 하셨어요. 하도 학생 숫자가 많으니까 (학교에) 안 오면 안 온갑다 해부렀어요."(이종윤 이장)

 
스타킹 위에 신은 하얀 양말은 흙으로 물들었다.
 스타킹 위에 신은 하얀 양말은 흙으로 물들었다.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학생들이 벗어놓은 하얀 실내화
 학생들이 벗어놓은 하얀 실내화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모내기를 체험한 논의 주인인 변경섭(54)씨는 "복흥면의 친환경농업 시범지구로 선정돼 행사를 여니까 어깨가 많이 무겁다"면서 "친환경 농사를 부지런히 잘 지어 우리 학생들과 주민, 국민들에게 질 좋은 친환경 쌀을 보급해서 많은 농가가 참여하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모내기 체험과 우렁이 방류를 마친 학생들은 마을 주민들과 새참으로 노동의 고단함을 달랬다. 학생들은 과자와 음료수로, 주민들은 돼지 머릿고기와 막걸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자리에서 박붕서 교장은 갑작스러운 제안을 했다.

"이 논에서 나온 친환경 쌀을 구매해 모내기 한 학생들과 함께 떡메도 치고 떡을 만들어서 함께 나눠 먹겠습니다. 그 날 또 뵙시다."

초등학생들과 만남 약속은 자연스레 이뤄졌다. 떡메 치는 날이다.
 
지하수로 씻고 씻어도 흙빛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하수로 씻고 씻어도 흙빛은 지워지지 않는다.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첫 모내기 체험을 마치고 화이팅을 외치는 초등학생들
 첫 모내기 체험을 마치고 화이팅을 외치는 초등학생들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태그:#복흥초등학교, #전북 순창, #순창, #모내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