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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는 금강을 끼고 발달한 도시이다. 강을 중심으로 인류의 문명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금강변에 가보면 실감하게 된다. 도도하게 흐르는 금강과 금강이 만든 들에는 지평선을 덮을 만큼 많은 시설 하우스들이 들어서 있다.

부여군 세도면은 오랜 세월동안 금강이 범람을 반복하면서 비옥한 토양이 만들어진 곳이다. 일조량까지 풍부해 무엇을 심어도 잘되는 곳이라 전국 방울토마토 생산량이 1위인 곳이고, 애플망고, 귤, 레드향 등의 아열대 작물의 재배도 확대되고 있다.

사과만한 크기로 귀엽게 열리는 수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여군 세도면을 찾았다.

이것은 비치볼인가? 수박인가?
 
애플 수박은 공중에 조롱조롱 매달려 자란다
▲ 비치볼이 매달린 줄 착각했던 애플 수박 애플 수박은 공중에 조롱조롱 매달려 자란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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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수박이 보였다. 처음엔 수박 재배 하우스라는 것을 잊고 여름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는 비치볼을 띄워놓은 줄 알았다. 땅 위에서 보물을 찾듯 이파리들 속에서 큼직한 수박을 따는 상식을 뒤집고 수박이 하우스 철재에 매달려 자라고 있었다.

'애플 수박'이라는 이름이 붙은 최대 1.2~ 2Kg 크기의 수박이 자라고 있는 하우스였다. 밧줄처럼 튼실한 수박 줄기를 타고 앙증맞은 수박들이 영글어 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부여군 세도면에 사는 임희윤(49세)님은 애플 수박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농부이다. 1년에 두 번 22동의 하우스에 애플 수박을 재배해서 출하한다. 한 때 경쟁적으로 수박 크기를 키우고, 크기가 클수록 값어치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먹거리는 소포장화되고 대형 과일보다는 작은 과일들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대형 과일인 수박도 이런 흐름을 타고 미니 수박이 여름 과일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철 대형 마트의 앞자리를 차지하던 큰 수박을 밀어내고 작지만 속이 알찬 애플 수박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1세기 농업은 장비발이다. 첨단 장비의 장착을 통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 임희윤 농부가 비파괴 당도 측정기로 애플수박의 당도를 측정하고 있다. 21세기 농업은 장비발이다. 첨단 장비의 장착을 통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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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흐름을 진작에 감지한 그는 애플 수박 재배에 남들보다 먼저 뛰어들었다. 애플 수박은 미니 수박으로 개발한 종자이며 껍질이 얇고 씨가 작거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시설 자본과 연료비, 인건비 등이 적게 들어가는 품목이기도 해서 임희윤 농부도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던 시설을 애플 수박으로 전환해서 남들보다 일찍 재배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미 한여름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는 하우스 안에서는 하우스 골조를 타고 올라가는 수박 줄기를 유인해서 묶어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21세기 농업은 곳곳에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큰 것은 작게, 불편한 것을 개선해 기능적으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21세기의 농업이다. 애플 수박은 일반 수박에 비해서 수확 기간이 길고 수확량도 많다고 한다.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에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애플 수확은 한 마디로 과육은 알차고 크기는 슬림한 수박이다. 보통 4Kg 정도에서 수확하는 일반 수박을 둘로 나누어 놓은 정도의 애플 수박은 1개를 쪼개서 남김이 없이 먹을 만한 크기다. 식구들이 모이지 않으면 먹기 힘들었던 수박을 사과처럼 혼자서도 먹을 수 있도록 재배했다. 냉장고 안의 공간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 올라가고 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배부르게 먹고 껍질을 한가득 내놓던 수박에 대한 상식의 틈을 비집고 나온 애플 수박은 당도도 높고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도 뛰어났다. 취재를 하면서 한 조각 먹어본 애플 수박은 과즙도 풍부하고 입 안에 오래 남는 단맛이 일반 수박에 비해 뛰어난 것 같았다. 애플 수박은 과일 쥬스 전문점에서 더 인기라고 했다. 수박 스무디와 수박 쥬스로 만들었을 때 맛과 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21세기 농업 현장은 첨단 시설과 장비가 한몫을 한다. 애플 수박 하우스에도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수박 껍질에 비파괴 당도 측정기를 대고 측정을 하면 당도가 수치로 디지털 액정에 표시가 되죠. 액정의 수치는 껍질의 당도가 나오는 것이라 속살의 당도는 약 2 브릭스 정도 더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박을 두드려서 잘 익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수박 재배 농민들 사이에서는 구시대의 유산이 된 지 오래이다. 임희윤 농부는 비파괴 당도 측정기를 갖추고 애플 수박의 당도를 일일이 측정해서 수확을 한다. 수박의 당도를 측정해서 일정한 당도에 이르지 않으면 수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재배하는 수박은 믿고 구입해도 된다.
 
애플 수박은 여름 과일의 강자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맞춤형 크기가 경쟁력이다.
▲ 애플 수박 스무디와 애플 수박 애플 수박은 여름 과일의 강자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맞춤형 크기가 경쟁력이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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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더위에 수박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수확량이 많지 않다고 한다. 앞으로 일조량이 좋은 날이 많아서 수확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한 알의 씨앗이 한 그루의 나무를 만들고 그 나무에서 수없이 많은 열매가 열려서 수확의 기쁨을 함께 누리게 만드는 농업만큼 신성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어느 구도자가 농부만큼 하늘을 살피고 기원하는 구도 행위를 할까?

예기치 않은 기후 변화의 역습과 경기의 흐름의 직격탄을 가장 빨리 맞는 것이 농산물이다. 그 와중에도 농업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가는 농부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태그:#애플수박, #미니수박, #부여군 세도면, #1인가구, #여름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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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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