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결국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깨부상으로 퇴출된 벤 라이블리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빅리그 6년 경력의 마이크 몽고메리와 총액 60만 달러(계약금 10만+연봉45만+인센티브5만)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1989년생으로 만31세의 좌완투수 몽고메리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6년 간 활약하며 183경기(선발 70경기)에 등판해 23승34패3세이브 평균자책점3.84를 기록했다.

삼성의 현지 코디네이터인 조시 필즈는 몽고메리에 대해 "훈련태도가 좋은 선수이며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집중력 및 투쟁심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몽고메리를 선발투수로 활용하려 하는 삼성은 하루 빨리 몽고메리의 입국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몽고메리는 국내 입국시 2주 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보내야 하고 이에 따른 실전공백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몽고메리의 KBO리그 데뷔는 빨라야 6월말이나 7월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을 완료했다. 종전에 알려진 대로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뛰었던 좌완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32)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새 외국인 투수 영입을 완료했다. 종전에 알려진 대로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뛰었던 좌완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32)다. ⓒ 삼성 라이온즈 제공

 
화려한 빅리그 경력, KBO리그 성공 보장하진 않는다

흔히 트리플A 정도의 레벨이라고 평가 받는 KBO리그에는 메이저리그에 정착하지 못했지만 AAA에서는 유의미한 성적을 올린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땅을 밟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은 "이 투수가 왜 한국에 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네임벨류 높은 투수가 한국 구단과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높은 이름값이 언제나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07년 KIA는 빅리그 11년 경력의 강속구 투수 펠릭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전성기를 보낸 로드리게스는 2001년 9승, 2002년, 2003년에는 나란히 8승을 기록하며 마무리 롭 넨 앞에서 8회를 책임지는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격이 다른 강속구를 선보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로드리게스는 2007년 30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1세이브10홀드 3.13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KIA의 '깜짝쇼'는 이듬해인 2008년에도 이어졌다. 199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21승을 기록하며 마이크 햄튼과 함께 '20승 듀오'로 활약한 빅리그 스타 고 호세 리마를 영입한 것이다. 리마는 뛰어난 쇼맨십과 동료들과의 끈끈한 친화력, 그리고 훌륭한 팬서비스로 빅리그 대투수의 위용을 보였지만 정작 3승6패1홀드4.89로 만족스런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 리마는 2010년 5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015년 KIA에서 활약했다가 석 달 만에 방출을 당한 필립 험버는 빅리그에서의 화려한 성적보다 단 한 경기의 임팩트로 유명해진 투수다. 바로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이던 지난 2012년 4월 21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역대 23번째 퍼펙트 게임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험버는 8년 동안 통산 16승을 기록한 채 초라하게 빅리그 생활을 마쳤고 KIA에서도 3승3패6.75의 성적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017년 무려 180만 달러를 투자해 2011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13승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던 또 한 명의 거물급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를 데려 왔다. 올 시즌 한화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라이언 카펜터(50만 달러)의 3배가 훌쩍 넘는 몸값이었다. 오간도는 잦은 부상에도 19경기에 등판해 간신히 두 자리 승수를 채웠지만 끝내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끌진 못했다.

선발-불펜 오가던 몽고메리, 붙박이 선발 가능할까

라이블리의 대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몽고메리는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선수다. 특히 시카고 컵스가 1908년 이후 무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 몽고메리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몽고메리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 연장 10회 2사 후에 등판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컵스의 우승순간을 만들어낸 투수로 유명세를 떨쳤다.

2017년과 2018년 선발과 불펜을 겸하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각각 7승과 5승, 그리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몽고메리는 2019년 캔자스시티 로얄스로 이적해 13경기를 모두 선발투수로 활약했다(2승7패4.64). 하지만 몽고메리는 미니시즌으로 열린 작년 3경기에서 승패 없이 5.06으로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올해는 뉴욕 메츠와 양키스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빅리그에는 한 번도 콜업되지 못했다.

6월이 되면서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옵트아웃'을 행사하며 FA가 된 몽고메리는 2일 삼성과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45만 달러, 인센티브 5만 달러를 햡쳐 총액 60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했다. 작년 키움 히어로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빅리그 올스타 출신 내야수 에디슨 러셀의 몸값이 53만 달러였음을 고려하면 삼성은 대체 외국인 투수인 몽고메리에게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한 셈이다.

삼성이 몽고메리에게 바라는 보직은 당연히 선발이다. 라이블리가 빠지면서 이승민, 구준범 등으로 힘들게 로테이션을 버티고 있는 삼성에서 고작 불펜투수로 쓰기 위해 빅리그 6년 경력의 거물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몽고메리가 2015년을 끝으로 풀타임 선발 경험은 없다는 점, 입국과 자가격리, 실전감각 회복까지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선발투수 몽고메리'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삼성은 2019년 덱 맥과이어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들어와 9경기에서 4승을 올린 라이블리에게 95만 달러를 안기며 재계약했고 작년에도 6승에 그쳤던 라이블리를 또 한 번 재신임했다. 그만큼 삼성 구단과 코칭스태프에서 라이블리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그런 라이블리를 대신하는 몽고메리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과연 몽고메리는 올 시즌 '결과'가 필요한 삼성 선발진의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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