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04 07:30최종 업데이트 21.06.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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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파리 아코르 아레나 공연장에서 개최된 록그룹 앵도쉰의 콘서트-실험 ⓒ 프랑스24 유튜브 캡처

 
지난 토요일(5월 29일) 파리의 대형 실내공연장인 아코르 아레나 공연장에서는 프랑스의 록그룹 앵도쉰(Indochine)의 콘서트가 5천 명의 청중이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2018년 BTS의 파리공연이 성사되기도 했던 이곳은 2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공연장이지만, 실험을 위한 이 콘서트는 수용가능 인원의 25%만 받아 진행됐다. 이 행사는 6개월 전부터 대형 공연 재개를 위한 과학적 프로토콜 정립을 위해 프랑스 문화부가 보건부, 파리시, 파리공공병원연합과 함께 준비해왔다. 

공연이기에 앞서 무엇보다 과학적 실험이었던 이번 콘서트의 참가자는 18-45세, 비만자 제외, 기저질환 없는 건강한 사람들로 제한되었다.


지원자들은 총 3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공연 1주일 전 PCR 테스트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7500명 가운데, 추첨으로 뽑은 5000명은 공연에 참석(실험집단)하고, 2500명(대조집단)은 각자 집에서 머문다. 5000명은 공연 당일 2차 테스트(타액 검사)를 받고 공연장에 입장했고, 집에 머무는 이들은 대신 2022년 5월로 예정된 앵도쉰의 40주년 공연 티켓을 선물로 받았다.

1주일 뒤 양쪽 집단은 한 번 더 타액 검사를 받는다. 파리공공병원연합은 이 검사 자료들을 종합해 6월 말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옆 사람과 거리를 두지 않고 촘촘히 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방방 뛰며, 1년여 만에 재개된 실내 콘서트를 만끽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그들은 마스크를 내내 착용해야만 했다. 제법 더운 날씨였지만 실내엔 에어컨이 가동됐고,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끝까지 착용하는 규칙을 지켰다.

참석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감시하려고 마련된 수십 대의 카메라가 공연 내내 이들을 촬영했다. 매점 문을 열지 않았기에 모든 참석자들을 위해 재활용 가능한 물병이 하나씩 제공됐다. 파리시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서는 콘서트장이든 어디든 1회 용기 사용을 없애 생태 전환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그런 지침을 마련해 가려는 의미에서 재활용 물병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라고 설명했다.      

이 콘서트는 6월 9일부터 프랑스 정부가 1천 명 이상 모이는 대형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할 보건 패스(Pass Sanitaire)의 첫 시험장이기도 하다. 이날 콘서트에 입장한 사람들이 제시한 음성 테스트 결과와 신분증이 보건 패스를 구성한다. 관객들은 입장하며 손소독제로 손을 닦고, 쓰고 온 마스크를 버리고, 주최 측이 제공한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날 실험 결과에 따라 과학자들은 향후 또 다른 팬데믹 상황에서도 문화와 스포츠 행사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절차와 규정을 마련하게 된다.    

공연장에는 안 이달고 파리 시장과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의회 의장(한국의 경기도지사에 해당),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과 로즐린 바슐로 문화부 장관 등이 참석하여 이 실험에 담긴 국가적 의미를 실감케 했다. 기자들과 행사 관계자, 관료들은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모두 2층 계단 좌석에 머물렀고, 관객들은 1층에 촘촘히 서서 감격에 겨운 분위기 속에서 콘서트를 즐겼다.

리드 싱어 니콜라 시르키스는 "오늘 여기 와주신 모든 분들, 여기 오지 못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우리 모두는 더 강하게 함께 살아낼 것이다"라는 말로 90분간의 공연을 마무리 했다.

봄부터 이어진 유럽의 콘서트 실험  
 

마스크를 쓰고도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공연에 참여한 관객들을 향해 감사를 전하는 앵도쉰 멤버들 ⓒ 프랑스24 동영상 캡쳐

 
유럽에서는 올 2월부터 이 같은 형태의 콘서트 실험이 이어져 왔고 그 결과는 예외 없이 긍정적이었다.  

3월 27일 바르셀로나에서 5000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실내 콘서트 이후 우려할 만한 그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아 실내공연 재개에 청신호를 보냈다. 5월 7일 벨기에서 열린 콘서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네델란드는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500명의 관객을 5개 그룹으로 나눠 다양한 조건(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움직임, 노래 혹은 소리 지르기 등에 대한 부분적 제한)속에서 일렉트로 뮤직 축제를 진행했다.

네델란드 정부는 두 번의 실험을 통해 "음악계의 여름 시즌을 방해할 그 어떤 문제점도 이 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6월 30일부터 각 공연장의 수용 관객을 50% 정도에서 맞이하고 환기 시설을 충분히 가동한 상태에서 모든 음악 축제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5월 27일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가 140만 유로(약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촘촘히 준비한 이번 파리 콘서트-실험도 무리 없이 진행돼 지난 1년여간 큰 고통을 감내해왔던 공연계는 긍정적 결과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비판론

한편 이번 실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적잖이 제기되었다.

이미 미국 텍사스에선 수만 명의 관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 경기를 관람해 오고 있고 그것이 집단 감염을 일으킨 바 없는데, 왜 우린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고, 카메라로 감시까지 하면서 이런 실험을 하는가에 대한 지적과 의문이 SNS를 통해 다수 제기되었다. 이들은 '이 실험이 성공하면 앞으로 모든 콘서트는 이런 식으로 진행한단 말인가?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정상으로의 회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CNEWS 진행자 파스칼 프로드는 5월 31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의 시간'에서 "젊고 건강하고, 테스트에서 2차례 음성판정 받은 사람들만 데려다가 마스크 씌워서 콘서트 관람하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나? 당연히 아무도 감염되지 않을 것이다. 거기서 우린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나? 대체 이런 뻔한 실험을 왜 하는 건가?"라며 지나치게 제한적인 실험 조건을 비판했다. 

우파 정치인 플로리안 필리포는 "이날의 실험은 앞으로 우리가 돌아가게 될 소위 정상 사회에서 작동하게 될 프로토콜을 시험하는 정치·과학적 실험장"이었으며 "콘서트에  참가한 시민들은 관객이기보다 실험 대상이었다"라고 자신의 유튜브(5월 30일)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의 비판적인 의견은 콘서트 당일 BFM-TV 인터뷰에서 보건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이 한 말과는 대조적이었다.

"매우 감동적이었다. 5000명이 함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일 년간 잃어버린 흔적의 하나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미소 짓고 있었으며 집단적인 안도감이 전체에 흘렀다… 프랑스를 위해, 프랑스의 문화를 위해 매우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

"뭉클하다. 거기엔 환희나 구원 같은 것이 있었다"
- 로즐린 바슐로 문화부 장관

 

파리 아레나 앵도쉰 콘서트-실험 일제히 마스크를 쓰고 공연에 열광하는 5천 관객들 ⓒ 프랑스24 동영상 캡처

 
보건 위기를 이유로 권력이 시민에게서 거두어간 자유를 시민들은 싸우지 않고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조금만 더 인내하면 다다를 수 있을 듯한 자유에 대한 갈망과 함께 시민들의 가슴에 공존한다. 

콘서트의 흥분된 열기 속에서도 카메라의 감시 아래 마스크를 던져버리지 않고 온전히 유지하던 5000명의 프랑스인들. 그들의 모습을 보며 격하게 감동한 두 장관의 모습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바이러스와 싸우던 시민들에겐 바이러스를 이유로 통제와 감시에 맛 들인 권력과 맞서야 하는 또다른 과제가 점점 더 명백하게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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