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 <살람하는 남자들2>의 한 장면.

KBS 예능 <살람하는 남자들2>의 한 장면. ⓒ KBS

 
KBS 2TV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2>에는 가수 조영남이 첫 등장했다. 지난 5일에 방송된 <살림남>에서는 조영남이 자택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공개하며 지인들에게 처음으로 살림살이를 배워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70대의 조영남은 첫 등장부터 살림에 무지하다 못해 무관심한 '살못남(살림못하는 남자)'의 면모를 극명하게 드러났다.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느지막히 일어난 조영남은 신문을 보고 실내자전거를 타며 빈둥거릴 동안 온갖 집안 살림을 돌보는 것은 온전히 조카의 몫이었다. 조영남은 "큰 누나의 딸"이라고 조카를 소개하며 "어릴 때는 큰 누나가 엄마 대신 나를 키웠고, 지금은 조카가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빨래해주고 살림을 다해준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듯 조영남은 "역시 식구밖에 없다"며 마치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조카 역시 70대를 바라보는 고령이었고, "저도 힘들다. 삼촌은 내가 맨날 애들인줄 안다"며 버거워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조영남은 살림을 해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뜸 인상부터 찌푸리며 "취미도 없고, 정말 살림을 못한다"고 밝혔다. 조영남이 밝힌 살림에 대한 이해도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라면을 끓여먹고싶은데 가스불 켜는 것도 귀찮아서 배우지 못했다. 전자레인지도 사용할줄 모른다. 할줄 아는건 전기포트에 물을 부어서 끓이는 것 정도"라며 자신의 집안에 있는 가전기구도 이용할 줄 몰라서 방치하는 역대급 살림 무식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민폐와 생떼의 사이

오후에 조영남의 집에 절친인 이경실과 유인경이 찾아왔다. 유인경은 조영남의 <살림남> 출연에 대해 "살림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무슨 뻔뻔함으로 살림남에 나오는지 모르겠다"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이경실 역시 "살림남에 나온다고 해도 몇 주 못 갈 것 같다. 보여줄게 없어서"이라고 독설을 서슴치않았다.

지인들은 조영남을 타박하면서도 직접 이런저런 재료를 준비해 살림을 가르쳐주려고 했다. 만 조영남은 "(간편하게) 마트에 가서 고기를 사다가 구워먹자"고 요령을 부리거나 "살림을 내가 안하겠다는데 왜 가르쳐준다고 하냐. (방송에) 그냥 죽는거 보여주던지, 살림 안하고도 잘 산다는 것 보여주면 되지않냐"고 떼를 쓰기도 했다. 이경실은 "오빠 죽는걸 누가 궁금해냐"고 일축하며 가져온 재료들을 다시 쓸어담으며 조영남을 당황하게 했다.

이경실의 성화에 조영남은 마지못해 살림살이 교육에 나섰다. 하지만 이경실이 쌀을 씻고 밥짓는 법을 가르쳐주는데도 조영남은 딴청을 피우며 "즉석밥이 있는데 이런걸 왜 배워야하냐"며 볼멘소리를 멈추지않았다. 씻지도 않은 손을 쌀을 담근 물안에 넣으려고 하다가 도마위에서 서툰 칼질에 연이어 타박을 듣기도 했다. 조영남은 전기밥솥과 가스레인지를 키는 법조차도 이사를 오고난 후 처음으로 이경실한테 배웠다.

우여곡절 끝에 식사가 완성됐다. 이경실은 식사를 하며 조영남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경실은 "<체험 삶의 현장>을 했는데 그때 임신을 해서 예민한 상태였다. 제작진에게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제작진이 안된다고 하더라. 그때 오빠가 나를 보더니 '너 진짜 배 많이 나왔다'라고 놀렸다. 울고싶은데 빰때려준 격이었다. 그때 서러워서 울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다음 주에 꽃다발을 가져왔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뭐긴 뭐야, 네가 지난주에 울어서 주는 거지'라고 호통을 쳤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유인경은 조영남의 노후를 걱정했다. "조카분도 60대가 넘었고, 따님도 언제 결혼할지 모르지 않나"라고 현실을 일깨워줬다. 유인경은 <살림남>의 전 멤버이자 조영남과 동기동창이기도 한 백일섭을 언급하며 "그분은 혼자서 조금씩 배워서 살림꾼이 됐다"고 일깨워주면서 비교가 되기도 했다. 조영남은 식사를 마치고 생애 첫 설거지를 완수해냈고 딸에게 전화해서 자랑하며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다.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조영남이 가래떡을 가스레인지에 구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험난한 살림 적응기를 예고했다.

조영남의 <살림남> 출연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조영남은 지난 몇 년간 '그림 대작 논란'으로 큰 곤욕을 치른바 있다. 약 5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6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방송활동을 재개하면서 당시의 이야기를 토크의 소재로 자주 써먹기도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고 여전히 '창작자로서의 의무와 상식'이라는 측면에서 조영남의 언행을 비판하는 반응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조영남은 유명 배우로 활동 중인 전 아내 에 대하여 경솔한 언급이나 젊은 여성 후배 연에인들을 대하는 부적절한 태도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어서 대중적인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다.

의문이 드는 출연

무엇보다 <살림남>은 그동안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집안살림'이라는 역할을 남성들이 잘해낼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컨셉트의 프로그램이었다. 단순히 말그대로의 기능적 살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통하여 주부인 아내의 입장이나 고충, 가족들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성찰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기혼 출연자들이 대다수였지만 백일섭이나 김일우처럼 '나홀로 살림살이'를 통하여 중장년의 성숙한 싱글라이프 성장기를 보여준 출연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조영남이 첫 등장부터 보여준 모습은 단순히 살림에 무지한 차원을 넘어서 기본적인 자기관리나 변화의 의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않았다. 조영남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살림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간병처럼 보였다. 누가 챙겨주는데만 익숙한 조영남은 생활패턴이 불규칙하고 무절제한 모습이었다.

조영남은 첫 등장부터 "살림에 관심이 없고 잘할 자신도 없다"고 너무나 당당하게 선언하며 손사래를 쳤다. 자신이 과연 무슨 프로그램에 출연하는지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운 장면이었다.

조카가 이날의 첫 끼니를 차려주는 장면, 조영남은 식탁을 두고 굳이 소파에 앉아서 불편한 자세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그림 그리는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조영남은 국수를 한술 뜰때마다 불편한 자세로 허리를 돌려야했다. 정작 조영남은 아랑곳하지않고 "상관없다. 그냥 일찍 죽겠다이거야, 허리가 삐뚤어져서"라며 막무가내인 모습이었다. 조영남은 식사후 약을 챙겨먹으며 뇌경색 증세가 있었음을 밝히며 건강 상태에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인들과의 대화 역시 고구마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이들어가는 조카와 딸이 언제까지 조영남을 돌봐줄수 없다는 유인경의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정작 조영남의 대책이라는 것은, "너네(조카와 딸)이 나가는건 좋은데, 대체할 사람을 마련해놓고 가라고 이야기했다"는 경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어쩌면 이 한 마디로 조영남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 아닐수 없었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서는 스스로 어떤 일도 하려는 의지가 없는 조영남을 보면서 시청자들에게는 그의 과거 결혼사나 그림 대작 논란같은 불편한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것을 피할수 없었다.

과연 조영남이 이제와서 살림을 배운다고 해도 얼마나 달라질수 있을까. 스스로 변화할 의지도 적극성을 보이지않는다는 인물을 방송에 억지로 나와서 하기싫은 일을 조금 시킨다고 해서 사람이 바뀐다는 진정성이 있을까. <살림남>이 과연 무슨 이유로 이 프로그램에 나와야만할 공감대도, 예능적인 재미도 느낄수 없었던 조영남을 등장시켜야만 했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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