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 "후배에게 막말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것이 저열한 정치인지는 제가 지적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나경원 : "이준석 후보의 재능을 아껴서 드리는 말씀인데, 앞으로 조심해줄 것을 촉구한다."

주호영 : "평론가로 나와서 이야기를 할 때와, 당의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았을 때는 말의 무게가 엄청나게 다르다." 
 
불꽃 튀는 '막말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이준석·나경원·주호영 세 후보 사이의 설전은 7일 오후 TV조선으로 방송된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도 계속됐다. 상대적으로 조경태·홍문표 후보가 점잖게 토론을 주고받은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MBC와 MBN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방송 맞대결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향한 공격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화두는 이준석 후보의 '입'이었다.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소위 '막말' 문제를 제기하며 이 후보의 표현 수위가 지나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그의 입이 당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이 후보는 도리어 '막말 프레임'을 씌우려고 한다며 거세게 반격했다.

[나경원] "이준석, 저격수로는 좋지만 참모총장으로는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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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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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거침없는 언변이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다"라며 "굉장한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씀이 좀 거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경선과정에서도 '탐욕을 심판하겠다', '지라시', '망상', '소 값을 제대로 쳐주겠다'라는 막말을 하는 당대표가 '과연 당을 화합시킬 수 있겠느냐? 이러한 막말이 당대표 자리에서 리스크가 되지 않겠느냐'하는 우려가 굉장히 크다"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정치 패널로 또는 시사 평론가로서 굉장히 국민들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발언이 있지만, 당대표로서 당을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서는 화합에 문제가 있고, 당대표 자리에 가서 말씀하실 경우에는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라며 "이준석 후보는 오히려 이러한 아주 좋은 재능이 있기 때문에 저격수로 좋을지 몰라도 참모총장이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당대표가 되신다면 막말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언행을 자제할 생각이 있으신가?"라고 나 후보가 물었고, 이준석 후보는 "막말 프레임에 규정하시려는 생각이실텐데 이준석이 막말 프레임에 걸려들었으면 몇 번을 걸려들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초창기 종편방송 출연자 중 현재까지 정치 패널로 출연하는 사람이 자신 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가장 안전한 사람이 나"라고 받아쳤다. 
 
특히 이날 오전 라디오를 통해 '망상' 공방을 이어갔던 점을 언급하며 "오늘 아침에 망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굉장히 격분하셨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매번 여야 대립구도 속에 상대 도발에 걸려들어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망상이라는 것이 어떻게 막말이며, 망상의 상위버전으로 과대망상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일상적인 상황에서 막말로 인식되는 표현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말꼬투리 잡아가지고 도발에 넘어가고, 이런 식으로 대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평정심을 가지시라"고 당부하면서 "후배에게 막말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것이 저열한 정치인지는 제가 지적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라고 반격했다. 나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이준석 후보의 재능을 아껴서 하는 것인데 말씀은 앞으로 조심해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나경원, 그러니까 상대 도발 걸려들어... 기사 제목만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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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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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후보는 '조심'하지 않았다. 다음 주도권 토론에서 그는 재차 "아까 망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이 상하신 것처럼 표현을 했는데, 나경원 전 원내대표께서 예전에 정치 초년생 시절에 대변인으로 당의 입장을 대변해서 말씀을 하실 때 논평 여러 곳에서 망상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라며 "당의 이름을 걸고 막말하신 건가?"라고 역공세를 시작했다. 
 
나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가장 큰 단점 중에 하나가 이런 논박이 되면 거기에 대해서 대답을 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말꼬투리를 잡는 것"이라며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후보의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발언을 짚으며 "결국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윤석열을 (보수·야권의 대선 후보에서) 배제할 것이냐에 대해서 어제 질문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거기에 대해서 대답은 안하고 음모론이라 하시더니, 오늘 아침에는 망상이라는 표현까지 했다"라며 "본질을 꼭 돌린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제가 '배제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저는 모든 사람이 들어와서 공정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거기에 왜 꼬투리를 잡으신다고 하시는지 모르겠다"라며 "망상이라는 표현에 불쾌해 하시면서 기사를 내신 것은 나경원 대표이기 때문에 저는 재반박을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어 "왜 (기사) 제목만 읽으시고 저한테 그렇게 하시는 것인지, 기사에서 내용을 못 보셔서 그러느냐?"라며 "상당히 의도가 왜곡되어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나 후보는 "아무리 경선이라도 서로 지켜야 될 예의와 품위가 있다"며 "앞으로 정치를 하시고 어떤 자리에 가면 그 자리에 맞는 언어가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너무 자신만만해하지 마라...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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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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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자 주호영 후보도 말을 보탰다. 주 후보는 "이 후보가 많이 배우고 똑똑하고 토론 잘하는 것은 좋은데, 이게 야당의 대변인으로 여당을 상대할 때 하고 당내에서 토론할 때 하고는 조금 다른 것 아니겠느냐?"라며 "같은 말이라도 야당 대변인이 여당을 공격할 때 쓸 수 있는 말하고, 우리 당에서 동료·선배와 쓸 수 있는 말은 다르니까 그런 점에서 나 후보의 말을 경청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나 후보 편을 들었다. 
 
그는 이준석 후보를 비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불안하다'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런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서 강풍이나 태풍이 되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평론가로 나와서 이야기를 할 때와 당의 책임있는 자리를 맡았을 때는 말의 무게가 엄청나게 다르다"라며 "당의 책임 있는 자리를 맡으면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집중하고 뒤집어 공격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점에 관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가 이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 워낙 나이차도 나고 그래서 안 하는 것이지, 토론을 본인이 잘하고 토론으로 누구든지 제압할 수 있다? 그런 것은 사실 아니다"라며 "그 점을 명심해 주기를 바라고, 맡았을 때 이런 저런 일로 사고 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보수라는 것이 전통이나 기존질서라든지 이런 것을 존중하는 가운데 변화하는 것인데, 자칫 잘못해서 변화의 정도를 넘어서면 어느 의원이 그럽디다. '자칫하면 망할 수 있다'라고"라면서 견제구를 날린 주 후보는 "내년 대선이라는 큰 승부를 앞두고 단합하고 조직해야 되는데, 이준석 변수로 인해서 변화가 오는 것은 좋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이 간단치 않고 정당도 간단치 않기 때문에 너무 자신만만하지 마라.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라"라는 조언이었다.
 
이 후보는 "항상 그 말씀 마음에 새기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준석·주호영 "그때로 돌아가도 탄핵 찬성"... 나경원 "탄핵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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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왼쪽부터), 홍문표, 나경원, 조경태, 이준석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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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주최측이 준비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없어도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라는 명제에 모든 후보가 가위표를 들었다. 이준석 후보는 "대선후보는 맞는 전장에 맞는 후보가 나와야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겪고 있는 부도덕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는 누구보다 반부패 영역에서 적합한 후보"라고 평했다. "반부패라는 전쟁이 펼쳐졌을 때 윤석열 후보가 우리 당과 함께 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라는 것.
 
또한 진행자가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의한다"라는 문장을 던지자, 이준석·주호영 후보만 동그라미를 골랐다. 나머지 세 후보는 가위표를 선택했다.
 
이준석 후보는 "보수가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세워야한다"라며 "온 마음을 모아서 만든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통치불능사태에 빠졌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라고 말했다. 주호영 후보 또한 "탄핵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거친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라며 "당시로 돌아가서 한다면 같은 당이지만 국가적으로 큰 위기였고 탄핵이라는 절차를 통해서 이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우리 당 출신 대통령보다는 나라 걱정이 훨씬 더 컸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지금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보면 저희가 탄핵하는 것이 옳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사실 문재인 정권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탄핵을 당해도 정말 여러 번 당했을만한 그런 엄청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엄격한 기준도 중요하겠지만, 저희가 정치라는 것을 크게 본다면 지금의 문재인 정권에 비추어 봐서 안 하는 것이 맞다"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