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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장
 김기영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장
ⓒ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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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 청주방송 소속 '프리랜서' 이재학 프로듀서(PD)는 2018년 4월 스태프의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다가 해고되었다. 그는 부당해고소송을 제기하였지만 패소하였고, 항소를 준비하던 2020년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만으로 13년이 되는 기간 동안 방송사에서 근무를 해온 베테랑 PD였지만, 그는 1심 판결에서 CJB의 정규직, 심지어는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많은 프로그램들의 뒤편에서, 스태프는 혹사당하고 있다. 부당한 방송노동 착취의 현실을 김기영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5월 14일 줌을 통해 화상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 방송계의 근무 환경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해주실 수 있나?
"방송사 정규직은 PD나 기자 또는 근속기간이 긴 일부 감독/스태프, 방송사 공채 시험을 응시하여 합격하신 분들이 포함이 된다. 비정규직은 상당히 다양하다. AD, FD, 외주 PD 등이 있고 '작가'는 어느 프로그램에서나 비정규직으로 존재한다. 외에도 그래픽, 자막, 송출, 촬영, 편집 등을 담당하는 기술직군들이 있다. 방송사 내부에서 근무를 하는 파견직이 상당히 많다. 이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정규직에 비해 급여나 대우면에서 차별을 받는 문제가 있다."

-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추가적인 문제점은 없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용역계약서를 작성한다. 일명 '프리랜서'로 고용되는 것인데, 이것부터 불공정한 계약이다. '프리랜서 계약'의 경우 피고용자는 고용자에게 완성품을 주기만 하면 되는 근무인데, 방송사와 맺는 업무위탁계약은 방송사가 업무 내용이나 결과 모두를 통제한다. 절대 프리랜서라고 볼 수 없는 근무 형태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 방송사에서 이러한 계약을 당연히 여기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 절감'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4대보험을 보장받는 정식관계로 고용된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평균 연봉이 1억 원 정도지만, 프리랜서 계약의 경우 한 달 내내 일해도 월 300만 원 받기가 쉽지 않다. 3500만 원 정도의 연봉에 그치게 된다."

- 왜 표준근로계약서 체결을 강제할 수 없는지?
"아직 우리 법원이 모든 방송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다. 노동자성 판단에는 노동 환경에서 지휘/명령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방송사 인력이 직접 일을 지시한다면, 방송사의 노동자로써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자격이 있다. 당연하게도 방송사의 모든 업무는 방송사가 지시를 하고, 방송에 나가는 말 그대로 1분 1초를 모두 관리감독하므로 당연히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관한 설명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관한 설명
ⓒ 방송작가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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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서 노동자성이 입증될 여지가 있나?
"그렇다. 4월부터 진행 중인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은 방송사 내에서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인력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이들은 업무 특성상 매번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업무직종이다보니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 2018년에 희망연대노동조합을 포함한 언론노조가 힘을 합쳐서 표준근로계약서의 도입을 추진하였고 성사되었다. '노동자성' 화두와 관련해서 시사점이 있을지?
"2018년에 논의된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결정은 드라마 관련 스태프들에 한해서만 논의가 된 상황이다. 방송업계를 드라마팀 / 비드라마팀으로 분류할 경우 드라마팀의 경우에는 감독의 아래에서 한 팀으로 3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노동자성이 입증될 여지가 크다. 조명/지미집/동시녹음 등의 기술직군과 미술팀/의상팀/제작지원부서 등 많은 인력이 감독과 도급계약을 맺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 '도급계약'이라고 한다면, 드라마 감독 위에 속하는 주체는 누가 되는 것인지?
"보통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 드라마 제작과정에는 당연히 방송사나 제작사와 노동계약을 하는 것이 맞지만 방송사나 제작사가 업무와 관련하여 생길 수 있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기존에는 본사에서 인력이 왔다면 자회사 인력으로 대체하고, 자회사 인력이 왔다면 감독이 하청계약을 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실정이다."

- 비드라마팀의 노동방식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비드라마팀은 교양, 예능, 보도국을 통틀어서 칭한다. VJ와 함께 일하는 작가, 조연출, 촬영감독 등 3~4인의 팀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PD 혼자 나가서 찍고 오는 경우가 많다. 방송업계가 도제(장인 공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관행이 되면서 선배가 업무에 필요한 후배를 부르고 '같이 하자, 얼마 줄게'식으로 일을 하다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서 나중에 정산해 줄게' 식으로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현장에서도 계약서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이외에도 중요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게 된 중요한 사건이 있다면?
"우선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을 맡았던 이한빛 PD 사망사건을 꼽을 것 같다. tvN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고,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부조리들을 직접 목격하고 심지어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현실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목숨을 끊었다. 그 유가족의 뜻을 이어 현재 방송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꿔 나가기 위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설립되어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EBS 박환성, 김광일 PD 사망사건을 꼽겠다. 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남아공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달리는 차량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제작비 부족 문제 때문이었는데, 외국에 나가게 되면 아무리 못해도 현지 코디네이터를 고용하고 차량을 렌트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교통법규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사를 함께 고용하는 경우가 기본이다.

이 경우에는 PD 두 분이서 직접 운전을 했고 현지 코디네이터도 없었다. 이들은 결국 시간과 제작비의 부족을 견디면서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열악한 상황에서 촬영을 해나가야만 했던 것이고 결국에는 목숨을 잃게 되었다."

- EBS의 경우 공영방송이고, 그런 곳에서 다큐멘터리 등을 만들 때는 정부에서 제작지원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정부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있고, 박환성 김광일 사건의 경우에도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 지원금마저 도급계약식으로 방송사에게서 많은 양을 빼앗긴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3억을 지원받으면 기본적으로 방송사에서 60%를 떼어간다. 그러고도 '방송을 송출해준다'는 명목으로 비용을 또 떼고. 결과적으로 제작진들이 방송사에 신청을 해서 지원금을 수령하게 되면 실제 지원비는 3천만 원 수준으로 나온다. PD들은 결국 3천만 원으로 3억 원짜리 질의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조리한 방식으로 방송 제작이 이뤄지고 있지만 방송사나 행정부(방통위, 과기정통부)에서 이런 부분을 제대로 시정하려고 하지 않아서 이와 같은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부조리를 알려야 하는 역할이 방송사임에도, 프리랜서를 착취해서 이익을 취하는 쪽마저 방송사이기 때문에 심지어는 관련한 내용이 적절한 시기에 보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기만적인 현실이다."

- 현재 희망연대노동조합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의제와 앞으로의 비전은?
"목표는 '모든 방송스태프가 노동자성/근로자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야만 모든 근로자가 개별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4대보험 등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개별근로계약서를 작성함에 따르는 근로기준법 준수 의무 또한 지켜지는지 모니터링 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주 52시간제까지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기영 지부장은 현재 희망연대노동조합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로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를 꼽았다. 스태프들이 지방 촬영을 위해 이동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이러한 대기시간 또한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여야 하나, 제작사는 업무위탁계약서를 맺는 방식으로 이에 대한 보장을 우회하고 주당 68시간 근무를 계약하여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2018년 근로기준법 특례조항에서 방송업이 제외된 이후 실질적인 추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노동현장에서의 착취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즐거움엔 끝이 없다'지만 방송스태프의 피와 눈물로 이루어진 즐거움은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

태그:#방송스태프, #노동인권,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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