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고등학교 박영현.

유신고등학교 박영현. ⓒ 박장식

 
10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전국대회 8강전 첫 날 경기에서 강릉고등학교가 인천고등학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같은 날 열린 유신고등학교와 서울고등학교의 싸움에서는 타선이 먼저 폭발한 유신고등학교가 승리를 거두었다.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8강 경기에서 승리한 뒤 "8강만 가도 잘 간 것이다. 목표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대만족"이라고 말하며 마음 비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인천고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지난해 황금사자기의 기운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유신고 역시 부상에서 복귀한 서울고의 이병헌에 맞서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펼쳤다. 투수조에서는 박영현이 경기 중반 이후 등판해 특유의 제구력을 바탕으로 8탈삼진, 이번 대회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는 등 선전을 펼쳤다. 결과는 9-2로 7회 콜드게임을 거뒀다.

초반 분위기가 경기 이끌었다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의 영광을 이어가려는 강릉고등학교, 그리고 1989년 이후 31년 만의 우승에 가까워지려는 인천고등학교가 만났다. 팽팽할 것만 같았던 경기의 무게추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기울어졌다. 강릉고에서 1회 말 공격이 시작하기 무섭게 상대 선발투수 이호성을 공략하며 석 점을 낸 것.

인천고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인천고는 2회 초 상대 선발 이전재를 상대로 '흔들기 작전'에 성공했다. 안타, 연속 번트 등의 작전에 정상훈의 2루타까지 곁들여지자 금세 다시 석 점을 되찾았다. 팽팽할 줄만 알았던 동점은 2회 말 다시 깨졌다. 강릉고가 다시 한 점을 달아나며 스코어는 4-3이 된 것.

그 이후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인천고는 강릉고가 다시 달아나자 에이스 옆구리 투수인 윤태현을 등판시켰다. 강릉고 역시 옆구리 투수 조경민을 호출해 '사이드암 대결'을 펼쳤다. 그렇게 3회부터 서로 한 점을 내주지 않는 투수전이 펼쳐졌다.

인천고는 6회 초 기회도 잡았다. 4번타자 유혁의 2루타에 이어 조국까지 볼넷을 얻어 출루하면서 1사 1,2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자 강릉고는 최지민을 등판시켜 이어 오른 두 타자를 연속으로 땅볼로 돌려보내 위기 상황을 마무리했다.

강릉고는 8회 말 쐐기타를 박아넣었다. 리드오프로 경기에 출전한 김영후가 상대를 흔들어 넣는 3루타를 친 데 이어, 홈까지 들어오는 데에도 성공했다. 스코어는 5-3. 인천고는 9회까지 반등을 이루지 못하며 결국 초반 분위기를 먼저 풀어나간 강릉고가 4강 진출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지난 경기까지 "칭찬할 선수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던 최재호 감독이지만, 오늘만큼은 칭찬할 선수가 적잖았다. "자신이 안타 치면 빠른 것을 아는 선수"라는 포수 차동영 선수는 4타수 2안타를 올리며 공수주 모두에서 활약했다. 최지민 선수 역시 3.2이닝을 끝까지 막아내며 승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박영현 잘 던지고, 타자들 빅이닝까지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웃지 못했던 서울고 이병헌 선수,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웃지 못했던 서울고 이병헌 선수, ⓒ 박장식

 
이어 열린 유신고등학교와 서울고등학교의 경기. 서울고등학교는 지난해부터 관심을 끌었던 에이스 이병헌의 등판을 예고했고, 유신고 역시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박영현의 등판을 예고했다. 그런 만큼 경기가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러가리라고 예상되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막상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하지만 경기 개시와 동시에 유신고가 치고 나갔다. 서울고 선발 투수 심규진을 상대로 선두 타자 조장현이 안타를 친 데 이어, 김병준의 볼넷과 이한의 희생번트로 단숨에 1사 주자 2,3루가 되었다. 문종윤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숨을 돌리나 싶었더니, 황준성이 안타를 쳐내며 두 선수를 홈으로 돌려보냈다.

3회에는 서울고의 에이스 이병헌이 올라왔지만, 이에 맞서 유신고가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이병헌을 흔들었다. 실전 공백이 길었던 탓에 이병헌의 구속과 구위가 떨어졌고, 유신고는 4연속 출루 등으로 상대를 흔들어놓으머 다섯 점을 올렸다. 결국 이병헌은 3분의 1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4실점(1자책)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스코어가 7-0으로 벌어진 3회 말에는 서울고도 비로소 두 점을 따라갔다. 권종원의 볼넷, 조세진의 안타에 이어 이재현이 적시타를 쳐낸 것. 그러자 유신고는 마운드를 교체했다. 2.2이닝을 책임진 최혜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는 박영현. 박영현은 올라오기가 무섭게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유신고 역시 4회 초 두 점을 올리며 7회 7점차 콜드 게임 요건을 충족해 박영현에게 힘을 보탰고, 4회 말부터는 박영현의 '원 맨 쇼'가 펼쳐졌다. 박영현은 4회 김무성에게 안타를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위력투를 과시했다.

결국 박영현은 7회 말 콜드 게임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4이닝과 3분의 1이닝을 투구 수 50개에 책임졌다. 볼, 스트라이크 비율 역시 스트라이크가 80%를 넘는 등 강력한 제구를 바탕으로 삼진까지 8개를 잡아냈다. 박영현이 7회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 점수는 9대 2. 그야말로 박영현이 마무리한 이번 승부였다.

"전원 잘 해줬기에 이겼죠"
 
 유신고등학교 이성열 감독(오른쪽)과 박영현 선수.

유신고등학교 이성열 감독(오른쪽)과 박영현 선수. ⓒ 박장식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유신고등학교 이성열 감독은 "접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빨리 무너졌다. 석 점만 내면 올라가리라고 생각했는데 박영현은 물론이고 모두가 시종일관 잘 해준 덕분에 콜드 게임으로 이겼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는 올해 못 던진 선수들도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향후 방침도 전했다.

강릉고와의 대결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몸 관리 잘했으면 한다"면서 "이제부터는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매 게임 집중해서 부상 없이 잘 치렀으면 하는 소망이다.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전력을 100%로 높여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활약한 박영현 선수는 "시합 끝날 때까지 평균자책점 0.00을 유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경기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에 대해서는 "중간중간 전광판에 나와 보곤 했는데,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했고, 결과가 잘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10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강릉고등학교와 유신고등학교는 12일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오전 9시 30분부터 목동야구장에서 거행되는 경기는 SPOTV를 통해서도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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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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