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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넷째 녀석은 운명적으로 나와 만나 새로운 세계에 들어오게 된 반려견 '초코'이다.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통방통하다.

나는 세 아이를 둔 직장맘이자 '꼼꼼깐깐완벽'(?)의 피곤한 성격으로, 무엇이든지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강아지까지 키운다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세 아이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강아지라니... 나의 조력자이신 어머니께서는 '미쳤구나!'라는 적확한 표현과 더불어 어이없어 하셨다.

초코와의 첫 만남 

우리 초코를 만난 것은 바야흐로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이다. 당시 나는 가을을 타는 오춘기 갬성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여 새벽 3시 눈을 떴다. 늘상 그렇듯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자주 들어가는 재테크 관련 카페에 들어가니 '강아지를 구해주세요'라는 특이한 제목의 최신글이 눈에 띄었다.

클릭해보니 '약 2살 정도로 보이는 미니핀인데, 동물 구조사분이 몇 주 전 늦은 밤 어느 나무 밑에 깔린 강아지를 보고 구출하여 동물병원(보호소)에 보냈음. 10월 27일 일요일 보호기간이 만료되어 이 강아지는 안락사 될 예정임. 따라서 키우실 분을 찾고 있음. 어리고 예쁜데 마음이 아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너무 귀엽고 예쁜 강아지 사진과 함께 대략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우리나라에 견주를 잃은 유기견들이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나는 평소 <동물농장>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유기견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펑펑 났다. 그렇다 한들, 나는 이효리처럼 발 벗고 나서서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 활동을 하거나 도움을 줄 만큼의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랬는데, 그 강아지가 있는 동물병원이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갑자기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모든 엄마들은 공감하겠지만, 어린 자녀들은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아지 키워요. 강아지 사줘요"를 연발하였는데, 마침 카페글을 보니 '한번 키워볼까' 하는 순간의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상황을 전달했다. 

그렇게 새벽을 지나 아침 8시 무렵, 첫째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어제 새벽에 휴대전화를 보다가 카페에서 우연히 유기견 관련 글을 봤는데, 오늘 오전에 안락사를 한대. 근처 동물병원이더라고... 우리가 한번 가볼까? 엄마도 괜히 그걸 봐서..."
"아 그래요? 한번 가볼까요?"


첫째 아이는 이렇게 대답하였고 곁에 있는 둘째와 셋째도 덩달아 가보자고 했다.

그 날은 남편도 지인의 결혼식을 간 터라, 우리는 그렇게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만나러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 병원은 사실 나와 인연이 있었다. 2008년 지금은 하늘에 간 다람이(유기견 시츄)를 키우던 중, 다람이가 한 차례 집을 나갔는데 그 아이를 찾아준 곳이었다.

걱정과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유기견 미니핀'을 언급하자, 직원분은 다 함께 2층으로 가자고 했다. 직원분은 2층 안쪽 큰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개들이 짖어댔다. 수많은 개들은 '안락사'라는 알 수도 없는 운명 앞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울까. 모든 개들이 제발 살려달라고, 꺼내 달라고 더 울부짖는 것만 같았다. 이 상황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 눈을 질끈 감고 그쪽을 쳐다보지 못했다.
 
2019년 10월 27일 입양 당일 초코의 모습
▲ 초코와의 첫 만남 2019년 10월 27일 입양 당일 초코의 모습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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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분은 검고 작은 미니핀을 가슴에 안고 나왔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미니핀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하얀 털의 통통한 강아지를 키웠던 나에게 미니핀은 확 끌리지 않았고 약간 무섭기도 했다. 

또한 오기 직전 동물구조사분께 메신저로 들은 이야기로, 미니핀이 입질이 있어서 어느 아기 엄마가 데려갔다가 어린 아기를 물어서 파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나도 솔직히 우리 아이들이 어리기에 사뭇 걱정스러웠다.

그 녀석은 나름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안한 것인지 주변을 살피며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앉아있는 직원분의 다리 위에 살포시 앉았다. 십여 분 정도 관찰하며 침묵을 하던 중, 매우 이성적인 첫째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나와는 달리 현명한 답을 주리라 믿었다.

"OO아, 어때? 저 강아지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무섭지 않니?"
"네, 귀여운데요. 하나도 안 무서운데요. 키워보는 게 좋겠어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첫째, 찬성한다는 둘째와 셋째. 나는 이제 결정을 해야했기에 미니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강아지의 눈빛이 나에게 뭔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나의 측은지심이 발동했다. 그래! 결정. "그럼 제가 키워볼게요."

이후 직원은 사료와 간식, 입양 지원금과 파양 시 과태료 등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고 의사 선생님께서 강아지 입양 시 견주의 정보를 담은 칩을 강아지에게 주입하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떠나기 직전, 다른 직원분이 미니핀과 처음 만난 날, 자신이 물려서 약간 상처가 났다면서 파양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했다. 

"이전에 입양하셨던 분은 아기가 너무 어린데, 가자마자 입질이 있어서 그분도 너무 죄송하다면서 데려오셨거든요. 근데 또 그러시면 저희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랬다. 입양과 파양을 쉽게 할 수 없고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현타가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그 역사적인 날, 동물구조사분의 말에 의하면 다른 유기견들은 짧은 시간 차로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입양 당시 초코는 몸이 엄청 쇠약하여 몸무게가 3.2kg(현재 4.3kg)밖에 나가지 않았고 방에서 거실로 나가지도 않았으며 콧물과 열을 동반한 폐렴을 앓았다. 꼬리가 바짝 엉덩이에 붙어서 산책을 할 때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입질은커녕, 성격이 너무 소심한 게 아닌가 걱정하였다. 우리 가족은 초코가 너무 안타깝고 산책하는 다른 개들이 몹시 부러웠다.

초코는 우리 집 방에서 거실로 나오기까지는 약 4일 정도 걸렸다. 입양 당시, 이 소심하고 아픈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하나 정말 고심이 컸다. 하지만, 꾸준한 치료를 받은 후 초코는 폐렴이 완치되었고, 엉덩이에 바싹 붙었던 꼬리도 아주 멋지게 하늘을 향해 말아올라갔으며, 그의 짖음은 세상 어느 개보다 날카롭고 우렁차기까지 했다. 게다가 너무 날쌔고 산만하여 지금은 자제가 필요할 때도 많다.

이제는 초코가 나를 구해주는 것 같다 
 
아이와 산책하며 뛰고 있는 초코의 모습
▲ 초코와의 산책 아이와 산책하며 뛰고 있는 초코의 모습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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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7일,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녀석이 들어왔다. 2021년 6월 현재 녀석은 건강하고 매우 발랄하다. 목청 소리가 크고 날카로우며, 벨벳 같은 반질반질한 검은 털이 매력적인 미니핀이다. 낯선 사람이 우리 집에 방문하거나 초인종 혹은 작은 소리만 들려도 크게 짖곤 한다.

미니핀은 지능이 높은 편이라더니, 초코는 다른 집에 데려가도 화장실에만 실례를 했다. 다른 강아지들도 그 정도는 하려나? 엄마들이 자기 아이가 유독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싶지만 남다르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나는 강아지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 키웠던 다람이(시츄)도 2005년 6월 내가 가장 힘들어하던 시기에 우연히 가족이 되어 늘 나와 함께 했었다. 2021년 4월 개인적인 일로 힘들었던 상황에서 초코는 늘 내 곁에서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내가 구했던 초코가 이제는 나를 구해주는 것 같았다.
 
2021년 5월 1일에 찍은 엄마의 품에 안겨있는 초코의 모습
▲ 초코의 최근 모습 2021년 5월 1일에 찍은 엄마의 품에 안겨있는 초코의 모습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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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기사에서 본, 팻유치원의 닥스훈트 '까꿍이' 사례가 잊히지 않는다.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까꿍이의 눈빛이 마치 초코와 닮아서인지 더 애잔했다. 우리 초코도 예전에 그랬겠지, 한번 더 버림받았을 때도 많이 힘들었겠지. 초코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리라.

우리 아이들은 초코가 부담을 느낄 만큼 예뻐하다 보니 쉬고 있는 초코의 심기를 건드릴 때가 종종 있다. 초코가 면봉 같이 촘촘한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대는 것이 우리 집의 일상이기도 하다.

"우리 넷째 녀석 초코, 넌 우리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있는 기적의 아이콘, 최고의 행운견이란다. 앞으로 꽃길만 걷자."

태그:#유기견, #반려견, #미니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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