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5 07:14최종 업데이트 21.06.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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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0년 6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또는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가운데, 회견장 입구에서 일부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자료 사진) ⓒ 권우성

 
차별금지법 입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14일 목표 인원인 10만 명을 달성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평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평등법)을 대표 발의하자, 이번엔 평등법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와 지난 22일 1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같은 차별금지법 반대 여론 가운데는 허위 정보나 과장·왜곡된 주장이 뒤섞여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보 두 가지를 검증했다.

[검증사실 ①] 성소수자 비난만 해도 처벌 받는다? 
 

18일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평등에 관한 법률안' 반대에 관한 청원 일부 ⓒ 청원인

 
일부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애 반대 처벌설'을 반복하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평등법 반대 청원인도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행위 자체를 비판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며 "(법안이) 동성애에 대한 반대, 비난, 부동의가 동성애자 인권침해라고 규정하여 처벌 및 법적 제재를 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평등법이 통과되면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하는 모든 이들이 처벌을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먼저 청원인이 언급한 평등법(이상민 대표 발의)에는 처벌 조항 자체가 없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도 차별 피해를 진정하는 당사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처벌 조항(제56조)을 포함했지만, 차별 행위를 한 쪽에서 차별 피해를 진정한 당사자 혹은 진정을 도운 제3자에게 진정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두 법안 모두 형사 처벌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명기했다. 손해배상 책임도 차별 행위의 '악의성'이 인정돼야 한다. 법원은 ▲행위의 고의성 ▲행위의 지속성 및 반복성 ▲차별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를 고려해 악의성을 판단한다. 이상민 의원 안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행위가 인정된 후 법원이 내린 차별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제35조)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5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권인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상민 의원안은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범위를 모든 영역으로 확대했지만 행위가 사회상규에 따라 법원에서 인정해야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사회상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윤리적 수준을 의미한다.

장혜영 의원안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하더라도 공적영역에서 하지 않는다면 제재 대상이 아니다. 성별, 장애, 나이 등 23가지 차별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이용 ▲행정 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 등 4가지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 행위로 한정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4가지 영역을 "정말로 필수불가결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설사 공적 영역에서 차별 행위를 하더라도 바로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차별행위가 우선 인권위에 진정돼야 한다. 진정이 접수되면 인권위는 '인권위법'에 따라 차별행위 여부를 판단한다. 차별행위로 판단할 경우, 인권위는 먼저 '시정권고'를 내린다. 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시정명령'을 받는다. 시정명령을 내리기 전, 인권위는 시정권고를 받은 자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준다.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만으로 차별 행위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나 차별 당했어'라고 주장하면 다 제재 받는 것처럼 오해하지만, 어느 정도 사건화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구체적인 것들이 증명이 돼야 한다"며 "말만으로 피해자 이야기가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평등법 관련 팩트체크' 설명자료를 통해 "평등법은 개인이 어떠한 생각을 갖거나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의원도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설교 중에 동성애를 비판하면 교도소 간다'는 식으로) 극단적인 예를 들어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설교 중에 사회 상규에 맞게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고 종교의 자유다, 다만 그것을 넘어서는 혐오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사실 ②] 인구 증가 방해한다? 
 

지난 2018년 7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하는 시민들이 동성애는 창조질서와 가정을 파괴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일부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은 차별금지법이 인구 증가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현용수 쉐마교육연구원 원장은 지난 5월 14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린 포럼 '저출산(아래 '저출생'으로 표기... 기자 주)에 대한 기독교적 대책'에서 "국회가 인구 증가를 방해하는 쪽으로 법을 많이 만들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차별금지법과 낙태죄 폐지 법안을 언급했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도 지난해 6월 11일 최영애 인권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법(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우리 사회 건강한 가치관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며 "저출생 문제로 인구 감소를 고민하는 대한민국 인구 정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부추겨 인구 증가를 방해하고, 한국 사회의 저출생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 살펴봤다.

1972년 차별금지법 도입 프랑스, 비혼 출산율 증가로 저출생 극복

우리보다 앞서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차별금지법이 출산율을 떨어뜨렸다는 직접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이주민과 비혼 출산율 증가 등 저출생 문제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되는 사례도 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인권위에서 열린 '주한 외국 대사관 초청 차별금지법 인권 컨퍼런스'에 참석한 패트릭 해버 주한캐나다대사관 참사관은 "근로 환경에 차별이 존재하면 생산성이 저하되고 GDP가 떨어진다. 이주민 차별이 있으면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다"면서 "G7 국가 중 캐나다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이유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함 넬슨 주한영국대사관 참사관도 당시 "(2010년 영국 평등법 제정 이후)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았다. 다수 집단에 악영향이 가지 않았다. 결혼 제도가 붕괴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정반대로 영국 사회가 더 긍정적·포용적·낙관적인 사회가 됐다. 다양한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과 OECD 자료에 따르면, 1972년 차별금지를 형법에 명문화한 프랑스는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 1.88명(평균 1.6명)으로 한국의 합계출산율 0.98명보다 두배 가량 높다. 그 비결은 높은 비혼 출산율 때문인데, 프랑스의 비혼 출산율 비중은 60.4%에 달해 OECD 평균 40.2%보다 훨씬 높다. 한국의 경우는 불과 2.2%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저출생은 사회구조적 문제... 차별금지법과 관련 없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프랑스는 전체 출산율의 60%를 차지하는 비혼(혼외) 출산율을 빼면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초저출산 국가"라면서 "(프랑스 비혼 출산율이 높은 건) 우리나라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과 제도가 있어,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보수 기독교계가 주장하는 '차별금지법의 인구 증가 방해론'에 대해 "동성애가 늘어나서 인구가 감소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런 삶의 형태를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인정하게 되면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부계 혈통주의에 입각한 전근대 가족 제도에 따른 여성의 성차별 경험, 반드시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전통적 가족관이 오히려 아이를 낳는 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20년간 출산율 감소는 경제적, 문화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장기적인 흐름이지, 가족 가치관 약화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차별금지법이 통과 되든, 되지 않든, 장기적인 흐름에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생 현상은 사회 구조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지 차별금지법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 기독교계 내부에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형묵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장(목사)은 22일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인 근거보다는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일 뿐이며 그 저변에는 (교회의 영향력 감소에 따른) 불안 심리가 깔려 있다"면서 "일반 시민사회의 인권 의식과 공공 의식은 높아지는데 교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동성애 비판 처벌"은 '거짓'... "인구 증가 방해" 주장은 '새빨간 거짓'

평등법에 반대하는 청원인은 동성애 비난 발언만 해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상민 의원안에는 형사 처벌 조항이 아예 없고, 장혜영 의원 안에도 일부 보복 행위에 국한된다. 따라서 평등법이 제정돼 '성소수자를 비난하면 처벌 받는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또한 일부 기독교계 인사들은 차별금지법이 인구 증가를 방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외국에선 차별금지법 도입 이후 전체 출산율이 증가한 반대 사례가 있다. 더구나 이런 주장은 계속 반복될 뿐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새빨간 거짓'으로 판정한다.

차별금지법이 인구 증가를 방해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새빨간 거짓
  • 주장일
    2021.05.14
  • 출처
    다수 언론 보도출처링크
  • 근거자료
    국가인권위, '주한 외국 대사관 초청 차별금지법 인권 컨퍼런스' 발표 내용자료링크 통계청 통계개발원, '한국의 사회동향 2020'자료링크 OECD, 혼외 출산율 비교 데이터자료링크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자료링크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자료링크 최형묵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장 인터뷰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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