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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유자은 학교법인 건국대 이사장
 유자은 학교법인 건국대 이사장
ⓒ 건국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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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 2020년 11월 유자은 학교법인 건국대 이사장과 최종문 더클래식500 대표에게 임원취임 취소와 해임, 검찰수사 의뢰 등의 처분을 내렸다. 사흘간의 현장조사를 통해 더클래식500(학교법인 부동산 수익업체)이 이사회의 심의·의결과 교육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에 120억 원을 투자한 것은 사립학교법(제28조 제1항) 위반이라고 판단한 결과였다.

교육부의 처분과는 별도로 건국대의 사모펀드 120억 투자 사실을 가장 처음 공개했던 건국대 충추병원노조(위원장 양승준)와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대표를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동부지검(담당검사 국양근)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 5월 27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불기소한 검찰 "임대보증금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검찰은 건국대의 사모펀드 120억 투자 고발사건을 불기소했다. 사진은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검찰은 건국대의 사모펀드 120억 투자 고발사건을 불기소했다. 사진은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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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대표의 진술, 교육부의 조사자료 등을 근거로 최 대표가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중 만기가 도래한 170억 원의 정기예금 가운데 120억 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실은 인정했다. 

최 대표가 만기가 도래한 170억 원의 투자방안을 고민하다가 NH투자증권 관계자들로부터 "낮은 위험의 상품"이고 "(원금 손실의 위험은) 공공기관이 망했을 때나 발생한다" 등의 설명을 듣고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120억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투자 과정을 최 대표가 주도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교육부 처분의 핵심인 사립학교법 위반문제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검찰은 먼저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임대보증금도 그 처분 등에 대해 수익용 기본재산의 처분 등에 필요한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라고 밝혔다.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법인 재산이 강제집행 대상 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사모펀드에 투자한 임대보증금을 '기본재산'으로 보지 않았다. 사립학교법이나 시행령에서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기본재산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5조(재산의 구분)에 따르면, 부동산과 매년도 세계임여금 중 적립금, 정관이나 이사회의 결의에 기본재산으로 규정된 재산 등을 기본재산으로 규정해놓았다.

검찰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5조가 기본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열거하고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이 이에 해당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고, 건국대의 정관에 임대보증금을 기본재산으로 편입하기로 하는 이사회 결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부동산의 변형물로 보아 이를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교육부의 사립대 기본재산관리 안내서에는 '수익용 기본재산 유형에는 토지, 건물, 유가증권, 예금 및 그 외 기타재산'과 '임대보증금은 기타 고정부채로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금액에 반영됨에 따라 별도 예금으로 예치하지 않고 임의사용될 경우 기본재산의 감소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임대료, 괸리비 등과 구분하여 별도 계좌로 관리하여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그렇게)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이는 어디까지나 교육부 내부 지침에 불과한 것으로 법령에 위임규정이 없는 이상 교육부 내부지침을 근거로 임대보증금을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으로 보기도 어렵다"라며 "결국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본건 투자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처분이나 용도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검찰의 판단은 유자은 이사장이나 최종문 대표의 주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반면 임대보증금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보고 이사회의 심의·의결과 교육부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교육부의 판단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항고한 노조 "사학비리에 검찰이 눈감아주는 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건국대 충주병원노조는 지난 22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국대 사모펀드 120억 원 투자 고발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을 규탄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건국대 충주병원노조는 지난 22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국대 사모펀드 120억 원 투자 고발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을 규탄했다.
ⓒ 건국대 충주병원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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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결정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건국대 충주병원노조와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 22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규탄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건국대 법인이 120억이라는 거액의 법인 재산을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실에 대하여 검찰은 '증거불충분'이라며 혐의가 없다고 한다"라며 "(이는) 불공정과 불평등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사학비리에 대하여 검찰이 눈감아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검찰은 반 년을 넘게 수사를 하더니 부동산 임대보증금 120억은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라며 "부동산 임대보증금이 수익용 기본재산이니 반드시 별도 계좌로 관리하여야 한다는 교육부의 지침에 대해서도 단지 '교육부의 내부 지침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하며 사립학교 운영에 대한 교육부의 권한을 완전히 무시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이번 건국대 법인의 배임,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건을 혐의없다고 결론 내린 검찰은 여전히 온갖 탈법, 위법을 자행하는 사학의 비리를 엄단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앞으로 발생하는 사학비리에 대해 적법한 길을 열어주고 검찰의 권력으로 비호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어떻게 학교의 발전과 인재양성에 사용되어야 할 법인의 재산을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소수 몇몇이 마음대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로 쓰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가?"라며 "또한 검찰은 무엇을 근거로 사립학교의 관할청인 교육부의 지침과 의견조차 무시하면서 건국대 법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건국대 충주병원노조는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검찰은 권력과 부를 탐하는 일부 사학의 편이 아니라 진정 국민들의 편에 서야 한다"라며 "더 이상 사립학교들이 학교의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검찰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라고 공정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부실한 수준을 넘어 엉망인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

법해석의 차이라는 점에서 사립학교법 위반 여부에 대한 교육부와 검찰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사립학교법 해석문제는 여기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다만 검찰의 불기소결정서가 공문서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부실하고, 엉망이라는 사실만은 꼭 짚고자 한다.

불기소결정서는 범죄 용의자를 수사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항을 통지하는 문서다. 불기소결정서는 사건번호, 고소인과 피의자 성명, 죄명, 처분검사, 처분년월일, 처분요지, 불기소 이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검찰의 공소장에 버금가는 중요한 공문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건국대의 사모펀드 120억 원 투자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결정서에서는 심하게 부실하고 엉망인 대목이 몇 군데 발견됐다. 먼저 '피의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 건국대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이 NH투자증권을 통해 (중략) 건국대 이사장의 승인이나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사실, 본건 투자 이후 옵티머스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투자금에 대한 손실 위험이 발생한 사실 구체적 사실관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 판단 부분에 기재
은 인정된다.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내용 중 일부.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내용 중 일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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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원래 "본건 투자 이후 옵티머스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투자금에 대한 손실 위험이 발생한 사실(구체적 사실관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 판단 부분에 기재)은 인정된다"라고 쓰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괄호를 넣어야 할 곳에 괄호를 넣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행갈이를 하는 바람에 문장이 꼬였다. 

이것보다 더 심하게 부실하고 엉망인 대목들이 있다. 우선 '사립학교법 위반'에 대한 검찰의 판단을 서술한 대목을 보자.
 
○ 사립학교법이 기본대산 처분 등에 대해 관할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것은 (중략) 임대차기간 만료시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그대로 반환하여야 하여야 하고, 반환하지 못할 경우 법인재산에 강제집행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은 그에 대해 압류명령을 발할 수 있고, 관할청의 허가가 있다면 추심명령도 발할 수 있으므로(2002마2209 결정) 강제집행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을 당할 염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임대보증금도 그 처분 등에 대해 수익용 기본재산의 처분 등에 필요한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내용 중 일부.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내용 중 일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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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하여야 하여야"에서 '하여야'라는 단어를 반복한 거야 단순실수라고 넘어가자. 하지만 이어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법인재산에 강제집행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이라고 하더라도"는 내용을 파악하기 불가능한 문장이다. "강제집행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에 이어진 "을 당할 염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라는 문장도 마찬가지다.

내용은 차치하고 문장 서술 자체가 심하게 부실하고 엉망이다. 아마도 검사는 "반환하지 못할 경우 법인재산에 강제집행을 당할 염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라고 쓰려고 했을 것이다.

이렇게 심하게 부실하고 엉망인 대목은 더 있다. '횡령 혐의' 가운데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서술한 대목이 그렇다.
 
○ 인정되는 사실 관계
- 피의자 유자은, 최종문의 각 진술 (중략) 2021. 5. 25 NH투자증권은 투자자들에 대해 투자금 전액 반환을 결정 다만 NH투자증권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사실, 한편 '더클래식500'과 같은 수익사업체인 '건국AMC 피의자 최종문은 '더클래식500' 사장과 '건국AMC'의 사장을 겸직하였다.
'는 본건 이전에 여러 차례 각종 펀드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이에 대하여도 (중략) 사실이 인정된다.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내용 중 일부.
 서울동부지검의 불기소 결정서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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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행갈이가 엉망이다. "계약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한 사실"로 이어지는 대목과 "건국AMC사장을 겸직하였다"라는 문장이 "'는 본건 이전에"로 이어진 대목이 그렇다. 행갈이가 엉망이고, 문장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아마도 검사는 "투자금 전액 반환을 결정한 사실", "피의자 최종문은 본건 이전에 여러 차례 각종 펀드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되는데"라고 서술하려고 한 것 같다.

기자는 그동안 취재활동을 하면서 여러 건의 불기소결정서를 봤다. 하지만 이번의 불기소결정서는 도저히 검사가 쓴 문서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부실하고 엉망이었다. 어느 자료에선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불기소결정서에 가져다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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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건국대 사모펀드 120억 원 투자, #서울동부지검, #옵티머스자산운용, #유자은, #최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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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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