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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농장에서 일했을 당시 모습
 포도농장에서 일했을 당시 모습
ⓒ 박하정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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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한국을 떠난 박하정(33)씨는 현재 호주 브리즈번 인근 농장에서 딸기 피킹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다. 오전 6시 30분 일을 시작해 오후 1시 30분이면 끝나는 작업, 그는 시간당 보통 40불(호주달러, 약 34000원)를 받고 있다. 주 단위로 환산했을 때 날마다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나흘에서 닷새 정도 일하고 900불 언저리를 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박씨는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영상통화에서 "2017년 (서울 소재) A대학 콘텐츠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스타트업 회사를 두세 군데 다녔지만 때마다 월급은 최저임금에 준하는 150만 원 수준이었다"면서 "동생이랑 월세 내고 겨우겨우 살아갈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 "가진 것이 많지 않으니 떠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면서 "솔직히 한국에서 먹고 살 걱정이 덜했다면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고생하겠냐"라고 반문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자립해 살기 너무 어렵다. 지역에는 일자리가 부족하니 서울로 와야 하고, 서울은 대기업 다니지 않는 이상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 물가도 월급 대비 너무 비싸서 최저임금 받으며 생활하기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 와서 최저임금 받아도 여유 있는 생활이 되니 고생할 각오로 오는 거다. 물론 오면서도 다들 '한국에서 먹고살 걱정 없으면 말 통하는 한국에 있지 왜 여기까지 오겠냐'고 하지만."

2022년 최저임금 고시 날짜가 오는 8월 5일로 정해진 가운데 노동계는 24일 최초요구안으로 1만 800원을 제시했다. 2021년 최저임금 8720원보다 2080원 인상된 금액으로 올해 대비 23.9% 상승한 액수다. 노동계의 최초요구안이 발표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소상공인 중소 영세 사업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호주, 코로나19 위기상황에도 최저임금 인상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이 2020년 6월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호주의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18.93불에서 19.84불 (약 17000원)로 인상됐다. 그러면서 주호주 대사관은 "코로나19로 경기 불황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공정근로청(Fair Work Ombudsman)이 1.75% 인상안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종별로 코로나19의 타격을 덜 받은 금융과 청소, 교육계 및 기타 필수 서비스 업종은 2020년 7월 1일부터 즉시 적용되는 반면 건설과 제조업 등은 2020년 11월부터, 관광업 및 요식, 숙박, 소매업 등은 2021년 2월부터 임금 인상안이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호주에 와서 중간에 최저임금이 올랐다"면서 "비즈니스 업계에서 경제 타격으로 임금 동결 요구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이번에 또 인상을 한 거다. 어려울수록 사회적 약자의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생각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중요한 건 생활 물가 아니냐"면서 "호주에서는 시드니에서 최저임금 받으며 생활하는 친구들도 한 달에 100~200만 원 정도는 저축을 한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월급 대비 물가가 너무 비싼 편"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체감 물가, 장 한 번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박하정씨가 일하는 딸기 농장 모습
 박하정씨가 일하는 딸기 농장 모습
ⓒ 박하정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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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인건비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외식은 확실히 비싸다. 그런데 장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생활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100불 정도로 식자재를 사면 서울에서는 한숨부터 쉬는데 여기서는 '와'하는 감탄사부터 나온다. 그만큼 다양하게 괜찮은 식자재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은 두 배 이상인데 물가는 우리보다 비슷하거나 저렴하다."

그래서일까. 박씨는 '한국보다 여유가 있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에 대해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선후배, 친구들 단톡방만 봐도 다들 퇴사하고 싶다는 말만 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하는 말이 오지 말라는 이야기뿐이다. 여기서는 나이 고려를 안 하고 사는데 돌아가면 현재의 나이가 갑자기 느껴져 막막한 면도 있기도 하고. 여기서는 무엇보다 생활면에서 여유가 생기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큰 게 사실이다."

박씨는 "한국에서 디자인 관련 일을 할 때는 생활에 치여 더 공부를 하거나 다른 기회를 엿볼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학비를 마련한 수준으로 자금적인 여유 생겼다"면서 "기본적으로 높은 최저임금과 안정적인 물가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씨는 이날 인터뷰 말미 "한국의 현재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분들에게도 타격이 큰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올리자는 주장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가게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등을 낮추고 정부 정책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라고 덧붙였다. 

"호주에서 2년 넘게 생활해 보니 노동자가 자신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용기와 기회가 생긴다. 청년으로서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비혼 단신의 경우 최소 생계비가 208만 4332만원에 달했다. 현재 최저임금 8720원 기준으로 했을 때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월 소정근로 209시간으로 적용할 경우 수령하는 월급 182만 2480원을 월등히 넘는 금액이다. 지난 3월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매물 월세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용면적 30㎡ 이하의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원룸 월세는 평균 51만 원을 기록했다. 

태그:#최저임금, #호주, #평균, #한국, #브리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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