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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아내는 '웬만하면 집에서 밥을 해 먹자'는 주의라 결혼하고 나서 주로 음식을 해서 먹었다. 하지만 출산 후에는 사정이 달랐다. 항상 음식을 해 둘 수가 없고 재료를 상비해 놓을 수 없는 등 많은 이유로 배달 시켜 먹을 때가 많았다.

코로나로 배달 음식이 다양해진 것도 배달을 시키는 횟수가 많아진 하나의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포장 주문을 하고 받으러 간다. '배달을 오는 오토바이 소음'에 관련한 안 좋은 추억이 많아서다. 

어느 주말 새벽에 있었던 일이다. 굉음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는 질색을 하며 일어났다. 아내는 한숨을 쉬며 놀라 아이를 안았고, 그렇게 이른 아침이 원치 않는 새벽에 시작되었다.
 
어느 주말 새벽에 굉음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어느 주말 새벽에 굉음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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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는 달리 기분이 상한 채 일어난 아기는 자신의 패턴을 망치며 일찍 하루를 시작해서인지 온종일 힘들어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여느 날과는 달랐다. 아기도 부부도 힘들었던 그 날은 우리 부부에게 역대급의 하루로 회자되곤 한다. 

아기가 자고 노는 곳이니 방음에 대한 조치를 물론 해두었던 터. 문제는 오토바이였다. 아기가 울고 깨어났을 때 뛰쳐나가서 오토바이를 보았는데 딱 봐도 이상한(?) 오토바이들이었다. 오토바이를 잘 모르는 본인의 눈에도 '아 손 좀 댔구나' 하는 느낌이 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힘겹게 요동친 마음을 달래고 그날 오후, 마침 오토바이 대리점을 운영하는 지인이 계셔서 연락을 했다. 그리고 오늘 일을 설명하고 오토바이 소리에 관해 여쭈었다. 

"아 그거 거의 다 불법이에요. 지금 단속 기준이 105 데시벨인데 지하철 소리 정도 돼요. 그것도 시끄러운 편인데 비행기 날 때 소리가 120 데시벨 정도 되거든요. 원하면 그만큼까지 소리가 나게 개조가 가능해요."

돌아온 대답이 엄청난 충격이었다(환경부령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치는 배기소음 105㏈이다. - 편집자말). '120 데시벨이라니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는 소리라니 성인도 힘든데 아기는 오죽이나 힘들까?'

창문도 못 여는 여름... 하다 하다 국민청원까지

새벽에 배달을 시키는 건 뭐 그렇다 치자. 하지만 평일 새벽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부아가 치밀었다. 게다가 배달을 시켜 놓고 바로 찾아가지 않는지 기사님이 애타게 물건 주인을 부를 때면 더욱 그랬다.

언급했듯, 아기가 찾아온 후 우리 부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포장 주문을 하고 직접 음식을 찾으러 간다. 특히 주말이나 밤늦은 시간에 무엇을 먹고 싶은 하는 경우엔 필히 찾으러 간다. 예전에는 배달을 시키면서 포장 주문이 왜 있을까 의아했는데 주문하시는 분들이 우리 같은 부부들이 아닐까 생각하니 괜스레 서글퍼졌다.

밖을 좋아하는 아기는 문을 열고 바람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특히 아기가 잠을 잘 때 아기는 자연의 바람을 느낄 수가 없다. 아기 엄마가 창문을 닫기 때문이다. 배달 오토바이의 소음이나 택배 배달 소리로 아기가 잠을 깰까 봐 조심하려는 차원에서다.

아기 엄마는 맘 카페에 접속해 관련된 내용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비단 우리 가정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양한 사연을 담은 많은 글들이 있었다. 날이 더워지는데 창문을 열지 못하자 그 불만들이 더 폭발하는 듯했다. 하다 하다 한 엄마는 지난 21일, 국민청원까지 했나 보다. 오토바이로 인한 소음을 토로하는 많은 글 중에는 자신의 청원에 동참해 달라 호소하는 글까지 보였다.

부부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맞대고 맘 카페 등을 검색하다가 요새 아기들에게 엄마들이 많이 들려준다는 이른바, '백색소음'이라는 것을 찾았다. 일정한 형식으로 반복되는 '화이트 노이즈'라고도 하는 소리들이었다. 틀어주면 소음 등에 익숙해질 수 있고, 수면을 유도하기도 한다는 신기한 소리였다. 많은 엄마들이 이 방법을 택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아기가 자기 전에 혹은 일상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을 때 이 백색소음을 크게 틀어 주는 식이었다. 배달 외에도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폭증한 층간 소음 갈등들 때문에 이 백색소음을 들려주게 되었다는 엄마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휴대전화로 소리를 재생하는 것이 아기에게 좋지 않을 듯하고, 엄마들에게 상시적으로 휴대전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CD플레이어로 재생해 주는 방법들을 이용하는 듯했다. 다른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이 방법이 그나마 아기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내용까지 본 부부는 고민 끝에 CD 플레이어와 '소음'이 담긴 CD를 구매했다.

'하다 하다 이제 소음을 사서 들려줘야 한다니...'
 
아기가 실제 듣는 자연 백색 소음 사진
▲ 백색소음 cd 사진 아기가 실제 듣는 자연 백색 소음 사진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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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에 익숙해져야 하는 코로나 시대의 아기들 

얼마 전, 퇴근길에 집에 돌아온 필자에게 아내는 요 며칠 직접 경험한 체험기를 전했다. 저 많은 '백색소음' 중 아내의 선택은 '빗소리 소음'이었다. 정신 사나운 듯해도 아기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선택했단다. 게다가 (실제 효능은 모르겠으나)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단다. 이 소음을 듣다가 자면 그래도 외부의 소리에 덜 민감하더라며 아기가 잠을 자기 직전에 칭얼거릴 때 앞으로도 이 자연 백색소음을 틀어 재울 거라고 했다. 

이후 겪어 본 백색소음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낮밤으로 아기가 이 소음을 듣고 자는데 아기가 외부 소리에 깨는 참사는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기가 앞으로 소음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잠자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화가 나고 슬펐다. 게다가 외부 소음을 견딜 소리를 들려줘야 하니 아기가 들어야 하는 소리도 꽤나 컸다. 
 
▲ 아기가 실제 듣는 소리 아기가 잠을 잘 때 실제 듣고 있는 소리를 녹화 했습니다. 거실 식탁에서 틀어 놓은 것이고 가까이에서 찍어 소리가 좀 크게 나왔습니다. 아기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과는 좀 거리가 있어 저렇게 크게 들리진 않겠지만 아기에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요?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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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자연 바람을 느끼지 못하게 창문을 닫고 백색소음을 크게 듣고 자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코로나 시대, 그 단면을 본다. 층간 소음이 심해져서 혹은 오토바이의 굉음을 피해서 굳이 백색소음을 들어야만 하는 아기들, 그리고 그 백색소음을 들려줘야 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애잔한 마음이 인다.

저마다의 이유로 '백색소음'을 틀어두고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의 양육에 진심으로 임하고 계실 이 시대 모든 아기와 부모님들께 응원과 격려 그리고 존경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아기, #백색소음, #택배, #배달, #배달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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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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