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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기숙학교 19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도입 시범 사업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로봇고등학교에서 자가 검사를 마친 학생이 음성 반응을 보이는 테스트기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가 기숙학교 19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도입 시범 사업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로봇고등학교에서 자가 검사를 마친 학생이 음성 반응을 보이는 테스트기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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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단키트 사업이 시장님께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다보니까..." (서울시 안전총괄과장)

서울시가 예산 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시범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 13억원이 투입된 진단키트 공급 업체 선정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적 검사를 하겠다며 콜센터 및 물류센터 등에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 20만 개를 우선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브리핑에서 "자가진단키트는 10분에서 30분 내외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방역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예산 심사 전에 제품 납품... 절차 무시

서울시는 지난 5월 17일부터 콜센터와 물류센터 등에 검사키트 보급을 시작했다. 오 시장의 브리핑 이후 1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속도전으로 진행되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먼저 예산(재난관리기금) 승인 없이 진단 키트를 먼저 보급한 점이다. 진단키트 관련 예산은 재난관리기금 심사를 거쳐 확정된다. 원칙적으로 키트 보급은 예산 심사가 이뤄진 뒤에야 가능한데 서울시는 예산이 편성되기도 전에 키트 보급부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진단키트 보급을 시작한 다음 날인 5월 18일에서야 서울시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 관련 예산 13억여원의 승인을 요청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외부전문가와 시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에게 사전 설명도 하지 않았고, 심사 요청도 서면으로 했다. 재난기금 예산 집행은 예외적인 경우 사후 심의를 받도록 돼 있지만, 키트 사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진술 서울시의회 의원은 "홍수나 위급한 재난이 발생해서 급하게 집행할 경우 예외적으로 사후 심의를 받을 수 있지만, 진단키트는 사전 심의 대상이고 서울시도 이를 인정했다"며 "서울시가 예산 집행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시의회 상임위에 출석한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도 "(기금 예산 집행은) 사전심의원칙으로 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박진순 서울시 안전총괄과장은 "시장님 관심 사안"이라고 해명했다가 오히려 핀잔만 들어야 했다.

- 박진순 과장 "자가진단키트 사업이 시장님께서 관심 갖고 추진하다보니까 시민건강국에서 빠른 진행이 있었고 저희 심의가 늦어지다보니 그런 불부합이 있었습니다."
- 정진술 시의원 "시장 관심 사항은 절차 싹 다 무시해도 되겠네요?"
- 박진순 과장 "그런 의미는 아니고 키트 사업 관련 시간이 촉박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던 부분인데…"


계약 없이 진단키트부터 납품... "견적서 작성도 엉터리"

키트 공급 업체와의 계약도 예산이 편성된 뒤인 지난 5월 25일에서야 이뤄졌다. 정식 계약서도 없이 진단 키트 납품이 이뤄진 것이다. 진단키트 보급업체 선정 과정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초 진단키트 업체 2곳에 대한 자체 심사를 거쳐, '휴마시스'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업체 대면 심사에는 담당 팀장과 주무관이 참석했고, 실·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계약에 필요한 경쟁업체 견적서도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 

조상호 서울시의원은 "업체간 비교 견적서를 보면, 진단키트 생산업체가 아니라 유통업체가 작성했고, 세부적인 단가도 제대로 명시되지 않는 등 엉터리로 작성됐다"며 "기금심사도 진행하지 않고 물품을 납품받는 등 (이번 사업은) 감사원 감사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시급한 사안이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사업을 총괄한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21일 시의회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줄지 않는 상태에서 고위험 시설을 관리하고자 계획했고, (키트에 대한) 식약처의 조건부 승인이 나와 빨리 적용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태그:#서울시, #자가진단키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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