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메이저리그에서 부정 투구 및 파인타르(이물질) 규제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구속을 향상시키고 회전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투수들이 이물질을 써 왔고, 사무국 차원에서 단속에 나서면서 최근에는 심판들이 일일이 투수들의 모자, 벨트 등을 체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KBO리그에서 투수의 이물질 사용이 적발된 사례가 나온 적은 없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비교했을 때 공인구도 조금 다르고,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국내 투수들이 로진(송진 가루)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물질에 손을 댈 이유가 없다.

그러나 투수들의 부정투구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경기 중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벌써 세 번이나 부정투구 여부를 놓고 확인을 받아야 했던 투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가 그랬다.
 
 올 시즌 세 차례나 부정투구 여부를 확인받아야 했던 롯데 프랑코

올 시즌 세 차례나 부정투구 여부를 확인받아야 했던 롯데 프랑코 ⓒ 롯데 자이언츠

 
묘하게 바뀐 경기의 흐름, 어필 이후 실점 기록한 프랑코

프랑코는 지난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1회와 2회 여섯 명의 타자를 루 상에 내보내지 않으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3회초 롯데의 공격이 끝난 이후 키움 벤치에서 홍원기 감독이 나와 이영재 주심에게 다가갔고, 곧이어 프랑코는 글러브 내부를 심판진에게 보여줘야 했다. 글러브에 이물질이 묻어있지 않은지 확인해달라는 어필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심판진이 확인을 거친 결과,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 장면을 기점으로 묘하게도 경기의 흐름에 변화가 발생했다. 전병우와 김재현을 나란히 땅볼로 돌려세웠지만 2사 이후 김휘집과 서건창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고, 뒤이어 김혜성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키움 입장에서는 답답했던 공격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반전시킬 수 있는 순간이었다.

롯데 최현 감독대행도 4회초 키움 선발 브리검에 대해 부정투구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심판진에 요구했으나 프랑코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브리검은 계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가면서 팀의 리드를 지켰고, 7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반면 프랑코는 6회말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놓고 세 타자 연속으로 출루를 허용하면서 끝내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어필 이후 바뀐 흐름이 경기 중반 이후에도 지속됐고, 불펜 투수들이 7회와 8회 각각 6실점, 5실점을 기록하면서 스스로 자멸한 롯데였다.
 
 올시즌 심판진에 프랑코의 부정투구 여부를 두 차례나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던 키움 홍원기 감독

올시즌 심판진에 프랑코의 부정투구 여부를 두 차례나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던 키움 홍원기 감독 ⓒ 키움 히어로즈

 
어필만 세 번째, 적발 사례는 0건... 난처해지는 프랑코

프랑코를 향한 부정투구 어필은 어제만의 일이 아니었다. 발단이 된 것은 지난 6월 2일, 그때도 상대는 키움이었다. 당시 홍원기 감독은 프랑코가 투구 이전에 반복적으로 손으로 유니폼을 만지자 심판진에 부정투구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6월 24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는 2회초 이동욱 감독의 어필이 있었다. 프랑코의 글러브 안에 이물질이 있다고 지적했고, 직접 확인한 최영주 주심은 이물질이 아닌 로진 가루라고 판단하면서도 프랑코에게 로진을 글러브에 묻히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롯데 측에서는 "프랑코가 로진을 글러브에 넣고 내려오는 과정에서 글러브에 로진이 묻었다"고 설명했다.

6월 2일 키움전과 24일 NC전, 7월 1일 키움전까지 올 시즌 들어 세 번째였다. 또 다시 프랑코는 부정투구 의혹의 중심에 서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정투구를 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경기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끊을 수 있다며 어필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1일 밤 <베이스볼 투나잇>에 출연한 MBC SPORTS+ 심재학 해설위원은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어필보다는 부정투구가 있다면 확실한 증거를 갖고 어필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정투구 논란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할 순 없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 다른 투수들보다도 훨씬 많은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편한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프랑코의 입장은 점점 난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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