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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7.3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된다'는 소식은 집회 개시 1시간 전인 3일 오후 1시까지도 이어졌다. 경찰도 이날 오전 7시부터 경찰버스 500여 대를 동원해 차벽을 세우며 여의도 일대를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경찰의 원천봉쇄에 충돌을 우려해 급히 장소를 변경했고, 서울 여의도 일대에 모인 기자들과 노동자들도 부랴부랴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급히 종로3가역으로 이동했다.

비밀작전을 방불케 했지만, 연락을 받고 종로3가역에 모인 8000여 명의 노동자들은 13시 50분이 되자 민주노총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종로3가역 2번 출구 앞에 모인 뒤 기습적으로 도로를 점거했다. 그리곤 종로3가에서 종로2가로 약 300m 가량을 행진한 뒤 14시께 탑골공원 앞에 자리를 잡았다. 7.3 전국노동자대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종로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도로는 완전히 차단됐고, 반대 차선 역시 본집회가 진행되자 경찰에 의해 통제됐다.

본집회가 시작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8000여 명(주최측 추산)의 노동자들은 개의치 않고 마스크를 쓴 채 집회를 이어나갔다. 경찰은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집시법, 도로교통법 위반 등을 근거로 해산명령을 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경찰 사이에 대치가 이어지긴 했지만 우려했던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민주노총은 탑골공원 앞에서 45분 동안 본집회를 진행한 뒤 다시 몸을 틀어 종로5가 광장시장 방향으로 행진했다. 그리곤 청계천 배오개다리에서 마무리 집회를 진행한 뒤 15시 45분께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애초에 민주노총은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시청 방향으로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저지로 배오개다리에서 노동자대회가 종료됐다.

민주노총 "이대로 죽을 수 없어서 모인 것"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 유성호
 
민주노총의 집회를 두고 정치권을 비롯해 현장을 지나는 일반 시민들도 강하게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로 집회 참가자들을 제외하곤 동조하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적인 목소리가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현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울시민 신정철(50대)씨도 그중 하나다. 신씨는 탑골공원 문 앞에서 노동자대회를 유심히 지켜본 뒤 "심정적으로 노동자들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하루에 코로나 확진자가 수백 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이렇게 도로를 막고 밀착해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794명 늘어 누적 15만 9342명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누구도 코로나19의 대규모 유행으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 사회의 공존을 위해 민주노총의 집회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서 노동법 전면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유통산업발전법 전면 개정과 대형마트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를, 장소까지 바꿔가며 기습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대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대로 죽을 수 없어서, 이대로 무너질 수 없어서 이렇게 다들 어려움을 뚫고 모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약속했던 것만이라도 지켰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올 필요가 없었을 거다. 하지만 대통령이 노동자 생명 지킨다는 약속 포함해 이 정부가 어떤 약속 하나라도 제대로 지킨 게 있나?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대재해 근본대책 만들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며,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어 양 위원장은 "하반기 총파업 투쟁도 제대로 준비해 노동자의 분노로 이 세상을 바로 잡자"라고 말했다. 11월 총파업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현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산재사망 방지 대책 마련 ▲비정규직 철폐·차별 시정 ▲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 금지 ▲최저임금 인상 ▲노조할 권리 보장 등 5가지 요구사항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경찰 "서울청 특별수사본부 편성, 집회 주최자 수사 착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에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자, 경찰이 코로나19 방역조치에 위배 된다며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에서 경찰이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에서 경찰이 차벽을 세워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에도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에서 경찰이 차벽을 세워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경찰청은 노동자대회가 끝난 뒤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금지에도 불구하고 집회 및 행진을 강행해 국민 불편을 초래한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 52명 규모의 서울청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도심 집회와 10인 이상 장외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서울시도 주최 측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213개 부대를 동원해 서울 여의도 및 광화문 일대를 통제하고 한강 다리 등에서 임시 검문소 59곳을 운영하며 등 강도높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전날인 2일 민주노총 사무실을 예고 없이 방문해 집회 자제를 당부했던 김부겸 국무총리는 같은 날 담화문을 통해 "지금 수도권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확산되는 코로나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만약 집회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말한 바 있다.
태그:#민주노총, #여의도, #노동자대회, #종로, #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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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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