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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0.6.25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0.6.2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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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사람·집단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볼 수 없다."

4일 보도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의 판결 내용 중 일부입니다.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처를 놓고 불공정하다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비난의 핵심은 좋은 대학 나오고 갖은 스펙을 쌓아도 들어가기 어려운 '꿈의 직장' 정규직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차지했다는 것이었습니다(이에 대해 좋은 대학과 스펙만 실력이고 비정규직으로 일한 노동 경력은 실력이 아니냐는 비판 역시 거셌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조처를 비난하는 글이 각종 게시판에 올라오는 와중에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조처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환된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 간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인권위는 사준모가 주장한 평등권 침해가 피해자와 피해를 특정할 수 없어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했습니다. 그러자 사준모는 인권위가 진정을 각하한 것을 취소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앞에 나온 판결문은 이 소송에서 나온 법원의 판단입니다. 법원은 "직접고용으로 피해를 본 자와 그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특정되는지, 비교 대상 집단 간 다른 취급으로 인해 어떤 평등권 침해가 발생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라며 인권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차별을 없애기 위해 특정 사람과 집단을 잠정 우대하는 행위는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못박았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이 한창인 지난해 6월 29일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들이 청년문제 대응을 위해 만든 연구 모임인 '요즘것들 연구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인국공 로또취업 성토대회'에 참석해 "젊은 세대는 정의롭지 않은 결과들에 분노한다. 공부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가재·게로 살아도 된다는 민주당의 가짜 평등과 맞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에는 SBS 라디오에 나와 '나는 국대다, 국민의 힘 대변인 선발 토론 베틀'과 관련해 "이번에 토론 배틀만 본다 하더라도 4명을 저희가 대변인단을 뽑았는데요, 김연주 전 아나운서 빼고는 3명이 전부 다 2030이에요"라며 "그것(할당제) 없이도 다 이렇게 된다는 거는 결국에는 룰의 문제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공정한 경쟁 규칙이 있고 실력만 있으면 할당제와 같이 '특정 사람과 집단을 잠정 우대'하는 행위는 필요없다는 취지의 말을 몇 차례 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능력주의보다 나은 어떤 방법은 뭐냐에 대해 가지고는 사회학자들이 이야기를 못하고 있어요"라며 능력주의에 대한 확신을 비치기도 했습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능력주의 현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결과를 나누는 규칙으로서의 공정성 담론이 기세를 높이"고 "지금 가진 것을 나누는 방법에 대한 더 예리한 규칙을 찾고"(<나는 당신의 공정성이 불안하다> 한겨레, 2021.6.15) 있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능력주의 바람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 주요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태그:#인천국제공항공사, #국가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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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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