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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는 '정신승리'가 필요하다.
 주식에는 "정신승리"가 필요하다.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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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최저점과 최고점을 보고 한탄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면 저기서 사서 여기서 팔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자동반사적인 멘트를 읊조리게 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차트를 보면 그런 마음이 그냥 생겨난다.

바닥과 꼭지의 이유도 명확해 보이고 기술적 분석으로도 의미 있어 보이는 신호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걸 미리 알지 못한 나는, 나의 부족함을 한숨으로 메꿔 넣으며 다음에는 반드시 맞춰 보리라 마음먹는다.

그 바람은 종종 반대의 경우로 이뤄지곤 하는데, 하루 하루의 등락을 맞추려는 나의 시도가 그 경우를 기가 막히게 만들어 냈다. 최고점 부근에 사서 최저점, 정확히는 상장폐지까지. 그 기나긴 시간을 고스란히 만끽(?) 했다.

수익이 가져다 준 아쉬움

2017년 중순. 풍력과 태양광 투자로 수익을 거뒀다. 정치 테마에 허우적거리다 겨우 겨우 빠져나와 정신을 가다듬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역시, 근본이 있는 주식에 투자해야지' 하는 뿌듯함이 일었다. 장래성이 보장된 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상당히 매력 있어 보였고, 길고 묵직하게 투자해볼 요량이었다.

하루 걸러 하루 주가가 올랐다. 며칠 만에 10%~20% 수익이 잡히자 처음의 계획과는 다르게 고민이 시작됐다. 자꾸 손끝이 간질거리는 것이 수익을 확정 짓고 싶은 마음이 자꾸 나를 건드렸다. '어제 팔고 오늘 다시 샀으면...', '어제 더 사고 오늘 팔았어야 했는데...' 절대 불가능하다는 그 일을 '나만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밀려왔다.

잘 고른 주식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우상향 하는 가운데 결국 나의 홀짝 게임이 시작됐다. 매일의 등락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빠지는 날 사고 오르는 날 파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한 계획을 실행했다. 종종 맞아 들어가는 예측. 역시 완벽한 계획 앞에 장사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치 테마로 한껏 부풀었다 꺼져버린 어깨에 다시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역시 나의 종목 선정은 탁월했다. 해당 종목들이 대시세를 분출하며 매일 같이 신고가를 경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웃었다. 허탈하게. 매우 허탈하게. 지붕을 쳐다보는 닭 쫓던 개, 아니 개미가 되어서...

완벽한 계획 덕입니다만
  
주식이 본격적인 시세를 분출하는 시점에 내 계좌엔 해당 종목이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대시세를 분출하기 전, 꾸준히 오르던 주식을 계획대로 팔다 보니 어느새 모두 수익 실현을 한 탓이었다. 완벽한(?) 계획으로 얻어 낸 결과는 왠지 모르게 씁쓸했고 모처럼 이행한 실천이 못내 아쉬웠다.

이 멋진 종목을 이대로 떠나보낼 순 없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기다리면 다시 내려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증시의 격언은 이럴 때만 너무 잘 들어맞는다. 매일 같이 신고가를 써나가는 종목. 내 것이었던 내 것이 아닌 주식은 그렇게 멀어져만 갔다.

입이 마르고 속이 타들어 갔다. 그리고 며칠을 바라보다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산 나는, 며칠간의 뿌듯함 후에 몇 달 간의 후회를 맛봐야 했다. 얼마 후 다다른 고점엔 사나운 개가 있었고 나를 꽉 물고 긴 기간 놓지 않았다. 맞다. 물렸다. 입이 더 마르고 속이 더 타들어 갔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리기만 하는 주식. 여기가 바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팔 수 없게 된 나는 결국, '없는 셈 치고'라는 결단을 내려버렸다. 이는 체념 반 희망 반의 환상 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는 나의 실패를 묻어 버리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주식은 원래 장기 투자라며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며, 그렇게 불편한 마음을 주식과 함께 묻어 버렸다. 손실이 -30% 밖에(?)되지 않을 때였다.

그러던 중, 태양광 종목에서 예고 없던 상장 폐지 소식이 들려왔다. 2018년 3월 27일의 거래 정지 공시. 어디서 기업이 상장 폐지되어 망연자실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의아했는데, '없는 셈 치고'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선 주식. 그렇게 없는 셈 친 주식은 정말 없는 것이 되었고, 9200원대 고점과 220원의 저점을 경험하는 처절하게 경이로운 역사를 새기게 했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저점과 고점은 어디인가
 저점과 고점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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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 매수 고점 매도라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모든 것이 지나고 나서야 완성되는 '소설'이다. "여기서 사서 여기서 팔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차트에 수놓아진 이야기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비록 소설 속 주인공은 매번 내가 아니었지만.

바닥과 꼭지라는 것이 시계열을 줄이거나 늘려보면 제법 난해하다. 도대체 어디가 바닥이고 꼭지인가. 나는 어떤 바닥과 꼭지를 잡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로지 정해진 구간에서 지나고 나야만 뒤늦게 확인할 수 있다. 과연 현재의 역사적 고점이 영원히 최고점으로 남아 있을까. 이 또한 알 수 없는 일이다.

저 높은 고지에 올라 선 주식을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는 일은 이만하면 됐다. '사고 후회할까 봐', '사지 않고 후회할까 봐', 이런 마음의 고통이 싫었던 각자의 선택이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없는 셈 치고'는 이럴 때 하는 것인 줄 미처 몰랐다.

주체하지 못한 욕심은 나처럼 꼭대기에서 내달려 바닥에 처박히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당연하게도 아프다. 그리고 그 아픔의 시발점은 명백하게 욕심이었다. 이 녀석이 매번 투자를 위협하고 종종 아프게 한다. 아. 버리고 싶지만 너무 가깝다. 그래서 투자는 계속된다.

내 앞에 다음을 위한 또 다른 선택지가 놓여있다. 주식은 '잘 선택하는' 시험이 아니다. '어떤 선택이 되었든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험이다. 이번에야 말로 절반이 담긴 물을 보고 아쉬움보단 만족을 느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그림에세이, #투자의민낯, #주식투자, #저점매수고점매도, #소설이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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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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