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다문화 가정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이중 국어를 하게 되리라는 것 아닐까. 지난 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삼남매(여덟 살 첫째 딸, 여섯살 둘째 아들, 세 살 막내 딸)를 키우고 있는 국제 부부가 고민을 갖고 찾아왔다. 한국인 아빠와 캐나다인 엄마는 아이들에게 각자 작은 문제들이 있고, 자신들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살이 9년 차의 엄마는 막내의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좋은 하루 보냈어?(Did you have good day?)"라는 엄마의 질문에 막내는 입을 꾹 닫았다. 유치원을 마치고 합류한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아이들과 아파트 내 텃밭에 들렀다. 상추를 뜯다가 "엄마 도와줄래?"라고 요청했지만, 둘째는 고개만 저었다. 엄마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첫째가 친구들을 데리고 하교했다. 역시 엄마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영어로 말을 건넸기 때문일까? 금쪽이는 학원에서 친 시험에서 30점을 맞았다며 울상을 했다. 그러자 엄마는 슬퍼하지 말라며 다독이며,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나쁘게 느낄 필요 없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정작 금쪽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엄마는 첫째에게 책가방 정리를 하라고 지시했다. 금쪽이는 엄마가 대신 해달라고 칭얼댔지만, 엄마는 "그건 너의 책임이야"라고 선을 그었다. 오은영은 이 장면들을 어떻게 봤을까. 우선, 시험을 망치고 속상한 아이에게 엄마가 건넨 위로가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또 책가방 정리를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임지도록 기다리는 서양식 육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현희가 엄마의 단호한 말이 약간 냉정하게 들리기도 한다고 말하자, 오은영은 한국에서 책임이 '의무'의 영역이라면 영어의 책임(Responsibility)은 배워서 익혀야 할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엄마가 자주 사용하는 책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도 오은영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었다. 

엄마가 식사를 준비하던 중, 첫째와 둘째는 거실에서 장난감 쟁탈전을 벌였다. 엄마가 말렸지만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엄마는 둘을 분리한 후 훈육을 시도했다. 첫째는 많이 서운했던지 한국어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한국어가 서툰 엄마는 그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다. 영어로 설명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첫째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이었다. 서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나도 영어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던 첫째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 품에 안겼다. 속상해 하는 딸을 안으며 엄마도 눈물을 쏟았다. 캐나다에서 아이들을 키웠다면 혹은 한국어를 좀 더 유창하게 했다면 겪지 않았어도 될 문제였을 것이다. 가장 가까워야 할 사이지만, 언어의 장벽은 높기만 했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엄마들과는 전혀 다른 고민이었다. 과연 명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오은영은 엄마의 경우 지시하고 훈육하는 언어들을 사용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단순 지시적인 대화를 넘어 감정이 담긴 언어를 구사하는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첫째와 둘째의 경우 '왜'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이런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입장에서 모국어가 0개인 느낌을 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아이들이 답변을 거부했던 까닭은 엄마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영어로 말하려니 어떻게 말할지 몰라 주저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엄마가 하는 영어를 100% 알아듣지 못하니 답변을 거부하게 됐다. 또, 아이들이 느낄 때 엄마의 한국어 실력이 자시들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마의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언어의 장벽은 정말 큰 문제였다. 

한편, 아빠의 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아빠는 엄마에게 개인 시간을 주기 위해 아이들과 외출했다. 당구장에 가서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하고(많은 시간을 유튜브 영상을 보게 하긴 했지만), 뽑기 놀이도 함께 했고, 달고나 만들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서로 때리며 다투자 매섭게 훈육했다. 아빠가 호통을 치자 아이들은 겁을 잔뜩 먹었다.

오은영은 금쪽이네의 경우 아빠가 집안의 질서를 잡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훈육할 때 너무 무서워지는 것이라 지적했다. 사람을 때리는 건 공격적인 행동이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 규칙을 가르치기 위해 소리르 버럭 지르고 호통을 치는 건 어떨까. 그 역시 공격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모순을 범하는 것이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앞으로 훈육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아빠가 먼저 나서서 무섭지 않게 분명하고 차분히 설명해주고, 다음에 엄마가 영어로 다시 말해주라고 조언했다. 한국어와 영어의 컬래버레이션 훈육법이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상황을 이해한 다음에 영어를 듣기 때문에 훨씬 이해하기 좋을 것이고, 엄마의 입장에서는 가르침도 주면서 엄마의 권위도 높일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었다.

"엄마 보면 어떤 생각해?"
"태어난 캐나다로 떠날 것 같아... 무서워."


첫째의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첫째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엄마가 캐나다로 떠나버릴 것 같아 두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 두려움이 몰려왔는지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 얘기를 들은 엄마와 아빠는 충격에 빠졌다. 엄마랑 말을 많이 하고 싶은데, 자신과 엄마는 거리가 살짝 먼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소통을 원하지만 언어 한계가 소통을 가로막고 있었다. 반복된 소통 실패로 관계의 틈이 생겨버린 것이다. 첫째의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아빠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는 엄마가 잠깐 집을 비울 때, 아이들이 "엄마 어디 갔어?"라고 물으면 "엄마 캐나다 갔어"라고 농담을 했던 게 아이들에게 진담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며 자책했다. 아빠는 후회와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오은영의 금쪽 처방을 확인할 차례이다. 그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패밀리십 다지는 소통법을 제시했다. 1단계는 가족 모두 엄마의 감정을 우선 공감해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가장 힘든 사람은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엄마가 아니었을까. 가족 및 친구들과 떨어져서 언어와 문화가 낯선 곳에 정착해 9년째 살고 있는 엄마의 어려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가족들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2단계는 온 가족이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남편 및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오은영은 언어 공부의 기초는 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기에 초등 1학년 교과서를 구해서 익혀볼 것을 권했다. 반대로 아빠와 3남매는 영어를 배워야 한다. 다문화 가정에서 배우자이 모국에를 학습하는 건 언어와 문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3단계는 아빠 효과로 질서를 잡는 것이었다. 오은영은 아빠가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며 엄마와의 소통에 있어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어를 매일 배우려고 애쓰고 (엄마의 모국인) 캐나다 문화를 공부하는 자세를 보여주면 아이들도 아빠의 노력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엄마에 대한 존중은 '아빠의 노력'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의 금쪽처방을 받아든 '영어 왕초보' 아빠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또, 엄마의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캐나다에 있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영어로 영상 편지를 보내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영어로 말하는 게 어려워 입을 꾹 닫고 외면했던 과거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앞으로는 꼭 영어가 아니더라도 대화를 많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Better late than never! (안 하는 것보단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

아빠의 진심에 감동한 엄마는 무한한 응원을 보냈다. 이제 금쪽이들의 차례였다. 처음에는 영어로 말하기를 거부했던 아이들은 엄마가 게임을 통해 영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눈높이 영어 교육을 성공적이었다. 엄마의 한국어 공부는 아빠가 리드했다. 금쪽이네 가족들은 서로의 모국어를 익혀나감으로써 한층 더 가까워졌다. 또, 존중의 태도를 갖춰나갔다. 

그리고 아빠는 훈육할 때 이전처럼 화내지 않고 채분히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위험한 행동을 해도 부드럽게 통제함으로써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배워나갈 수 있도록 했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앞으로 금쪽이네가 다문화가정의 어려움, 언어의 벽을 허물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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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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