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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에서 벼가 자라고 있는 논을 포클레인이 갈아엎고 있는 가운데 농민 한 명이 막아섰다.
 지난 12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에서 벼가 자라고 있는 논을 포클레인이 갈아엎고 있는 가운데 농민 한 명이 막아섰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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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를 벌인 농민들이 수갑까지 채워져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날 한전 측이 포클레인을 동원해 벼가 자라는 논을 갈아엎자 격분해 이를 막아섰다. 경찰이 밝힌 연행 사유는 공무집행및업무 방해다.

한국전력은 당진시와 아산시 탕정면을 잇는 송전탑을 추진 중이다. 그 중 당진시 우강면 일대와 삽교호 안에 있는 소들섬을 관통하는 철탑과 관련해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우강면 주민은 ▲ 송전탑이 예정된 삽교호 소들섬이 가창오리와 같은 주요 철새의 서직지라는 점 ▲ 당진시에 562기의 송전탑이 있지만 우강면은 그나마 송전탑이 없는 송전탑 청정 지역이란 점 등을 들어 철탑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대안으로 송전선로 지중화와 소들섬 주변 송전선의 수중 케이블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당진시 우강면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우강면 일대에 건설 중인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이 집회를 여는 사이 한국전력 측은 벼가 심어진 논을 포클레인을 동원해 갈아엎었다. 이에 여성 농민 2명이 포클레인을 가로막았고 경찰의 연행이 시작됐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은 "한 달 정도 후면 벼(쌀)이삭이 나온다. 농민들은 벼를 자식처럼 소중히 여긴다"며 "농민들이 보는 앞에서 벼를 짓밟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라고 성토했다. 

벼를 갈아엎은 것에 대해 한국전력 측 관계자는 "법과 절차대로 진행한 일이다"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농민들 수갑 채우고 연행... 과잉진압 논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도 불거졌다.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농민들에게 수갑을 채웠고 연행 과정에서 여성 농민의 신체 일부와 속옷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날 연행된 농민 중 남성 4명은 진압 과정에서, 여성 2명은 경찰 조사 시에 수갑을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희봉 농민회장은 "집회를 정리하고 끝내는 과정에서 여성 농민이 포클레인 앞으로 가서 막았다. 이후 경찰이 연행하기 시작했고, 농민들에게 수갑을 채웠다"며 "경찰 직무 집행법에 따르면 도주 우려나 또는 난동을 부릴 우려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관 직무집행법 10조 2의 1항에 따르면 "경찰이 직무 수행을 위해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경찰장구(수갑)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현행범이나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 또는 도주 방지' 목적에 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진경찰서 "수사 중인 사안, 의견 밝히기 어렵다"
 
연행되고 있는 여성농민
 연행되고 있는 여성농민
ⓒ 김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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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행된 여성 농민 A씨는 대략 6시간 정도 경찰조사를 받은 끝에 이날 오후 9씨께 풀려났다. A씨는 남편의 신원 보증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경찰서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는 경황이 없어서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도 몰랐다"며 "하지만 연행 과정에서 몸의 일부와 속옷이 보이는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으로서 수치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경찰에 항의를 할 것이다. 인권단체와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잉진압 논란과 관련해 해당 사건을 담당한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라며 연행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태그:#우강 송전탑 , #농민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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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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