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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선
▲ 디카시 윤곽선
ⓒ 양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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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퍼즐입니다.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가득한 퍼즐을 동생과 함께 맞추는 일은 어느새 아이들의 취미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퍼즐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일단 가장자리부터 맞추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가장 쉬운 조각은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지요. 우선 테두리부터 완성한 후, 그림 속 힌트를 찾아 퍼즐을 완성해갑니다. 스스로 퍼즐을 완성하는 기쁨을 방해하지 않으려, 뒤편에 멀찍이 앉아서 아이를 지켜봅니다. 그림 속에 푹 빠져 몰두한 아이의 모습은 사랑스럽습니다. 아이가 마침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운 후 즐거워하는 순간이란, 흐뭇하기도 하고 눈부시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도 어떤 의미에서는 퍼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생의 퍼즐은 아마도 삶을 다하고 마치는 생의 끝 무렵에야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어떤 삶을 완성하게 될지, 채색을 마친 내 생의 그림은 어떤 풍경일지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이냐란 질문은 모두에게 의미있는 생의 담론이자 오늘의 화두입니다.

그림을 그리고자 하면 먼저 연필을 들고 이리 저리 밑그림을 그려보아야 합니다. 밑그림의 윤곽을 머리 속으로라도 대충 정하고 선 하나라도 그어 본 이가 조금 더 빨리 그림의 윤곽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도 꿈꾸지 못하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받은 인생의 종이는 하얀 도화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종이 위에는 나의 국가와 성별, 혹은 종교와 사는 도시까지 이미 그려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내게 주어진 여러 가지 밑그림이 마음에 든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마음에 들지 않아 수정하고 싶어도 괜찮습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다가 가끔 지우개로 지워가며 가장 내 눈에 아름답고 내게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가는 게 바로 인생이니까요. 내게 주어진 숙명같은 밑그림과, 내가 맞서 싸워 바꾸고 싶은 밑그림, 여러가지 밑그림 중에 결국 내가 선택하게 되는 윤곽선, 그 길이 마침내 퍼즐을 완성할 것입니다.

시시하고 하찮은 작은 조각 속에도 퍼즐을 완성하는 작은 힌트들이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별 일 없는 오늘도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조각이겠지요. 그림을 완성해가는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처럼 우리의 그림을 응원하고 우리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잘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퍼즐을 뒤집어 처음부터 다시하고 싶어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줄 수 없는 퍼즐이 바로 우리들 각자의 인생일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에 쏙 드는 당신의 유일무이한 그림을 기대합니다. 수고스럽게 열심히 산 당신의 하루 하루가 쌓여 눈에 보이는 윤곽선을 그려내길 바랍니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담은 소중한 당신의 인생에 응원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에도 업로드 됩니다.


태그:#디카시, #문학, #에세이, #응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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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예술기획자/ 『오늘이라는 계절』 (2022.04, 새새벽출판사) 울산북구예술창작소 감성갱도2020 활동예술가 역임(2022)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2023.10, 학이사) 장생포 아트 스테이 문학 레지던시 작가(2024) (주)비커밍웨이브 대표, (사)담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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