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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미국 애리조나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기자말]
나는 중국에서 3년간 살았었다. 그때 중국 친구들은 나에게 담배를 수시로 권했다. 그들은 "담배는 우정의 다리"라고 말했다. 비흡연자인 나는 자주 비자발적인 간접흡연을 해야했다. 중국질병관리중심은 2018년 중국 성인 흡연율을 26.6%로 발표했다. 남성의 경우 50%를 훨씬 웃돈다.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생활했다. 중국과 비교해서 좋은 점 하나 꼽으라면 '담배 연기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간접흡연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미국 연방질병통제예상센터(아래 CDC)는 2018년 미국 성인 흡연율이 13.7%라고 발표했다. 흡연율을 조사한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은 본래부터 흡연율이 낮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1965년 당시 미국 성인의 흡연율은 무려 42%였다. 성인 2명 중 1명이 흡연자였다.

미국 담배의 역사
 
1971년까지 미국 비행기 안에서는 무제한 흡연이 허용됐다.
 1971년까지 미국 비행기 안에서는 무제한 흡연이 허용됐다.
ⓒ un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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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때 승무원이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흡연석을 원하시나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1971년까지 가능했다.

그때까지 비행기 안에서는 무제한 흡연이 허용됐다. 비행기 기내가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그 당시 비행기 여행 관련 광고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기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이 옆 부모가 해맑게 웃으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를 물고 있다.

그 당시 비행기 객실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아웃플로우 밸브(Outflow Valves)'가 자주 고장 났었다. 이유는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니코틴으로 배출구가 종종 막혔기 때문이다. 그 당시 기내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요즘 우리가 기내식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 정부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1960년대다. 담배가 유해하다는 경고문구를 모든 담뱃갑에 넣도록 했다. 1970년에야 비로소 TV와 라디오에서 모든 담배 광고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1970년대 초 미국 항공사 일부는 금연석과 흡연석을 구분했다. 금연석에 앉더라도 간접흡연은 계속됐다. 기내에 담배 연기가 자욱했기 때문이다.

1990년 미국 국내선과 장거리 버스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1990년 중반까지 미국 사회는 담배를 피워서 건강이 나빠진 건 순전히 흡연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는 흡연 피해자들이 담배회사에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배상금을 받기 시작했다. 대다수 미국인이 담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도 이때부터다.

담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관련 세금도 커졌다. 1969년에 이르러 모든 주(State)가 연방세와 별도로 주세를 담배에 부과했다. 물론 주마다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이 다르지만, 담배는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의 주요 세원으로 자리 잡았다. 세금이 많아질수록 담뱃값은 높아졌다. 미국의 흡연율 그래프는 연일 하향 선을 그려왔다.

추락하지 않은 미국 담배회사

인체에 해로운 담배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8년 미국 성인 흡연율은 역대 최저치다. 미국인들은 과거보다 건강해졌다.

CDC는 "미국은 금연정책으로 얻은 이익이 상당하고 앞으로 금연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미국 흡연율의 뚜렷한 감소는 우리 사회의 일관된 노력의 성과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연을 장려하는 환경 속에서 미국 담배회사들의 위상은 타격을 받았을까?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시가총액 기준 1위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미국, 1448억달러)이다. 다음으로 ▶알트리아 그룹(미국, 969억달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영국, 916억달러) ▶ICT(인도, 344억달러) ▶재팬 타카고(일본, 341억달러) 순이었다.

같은 해 매출액 기준 1위는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영국)로 매출액 331억에 달한다. 다음으로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미국, 287억달러) ▶임페리얼타바코 그룹(영국계 다국적, 212억달러) ▶알트리아 그룹(미국, 208억달러) ▶재팬 타카고(일본, 196억달러 순이었다.

오늘날 전 세계 담배회사 순위에서 미국회사들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회사가 상위 5곳 가운데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으로 각각 60.2%, 40.1%로 약 절반을 차지한다.

신흥국으로 수출하며 성장했지만...
 
씨티그룹은 2060년이면 신흥국에서도 흡연자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담배회사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씨티그룹은 2060년이면 신흥국에서도 흡연자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담배회사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 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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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그동안 '미국 내에서 담배를 덜 파는 대신, 다른 나라에서 많이 팔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 흡연율 하락에도 미국 담배 회사의 위상이 변함없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이 담배를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댄 퀘이 미국 전 부통령 연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은 담배 수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미국인들은 담배를 예전보다 덜 피우기 때문입니다.(Tobacco exports should be expanded aggressively because Americans are smoking less)"

1960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은 담배 수출을 위해 신흥국 문을 열도록 강요했다. 미국은 처음에 중남미 지역을 타깃으로 해서 수출을 했다. 1980년대부터는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한국 시장도 예외 없었다. 그 당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통상법 '슈퍼 301조'를 통한 무역 보복 협박을 받았다.

결국, 1987년 한국은 외국산 담배를 수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1년 이른 1986년에 백기를 들었다. 한국은 외국산 담배에 대한 기존 관세를 꾸준히 내려왔다. 당시 통상대표부(USTR) 대표였고 그 후 농무장관까지 지낸 야이터는 미국의 담배 수출을 "놀라운 성공 사례"로 꼽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은 미국 회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말보로는 세계 1위 담배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가진 알트리아는 2008년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을 분사했다. 알트리아는 미국에서, PMI는 그 외 지역에서 담배 판권을 가졌다. 사업 환경이 악화된 미국에서 벗어나 신흥국에서 시장 확대를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효할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씨티그룹은 2060년이면 신흥국에서도 흡연자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담배회사들이 식품, 의약품, 심지어 금연 보조제까지 생산하며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최근 고배당금을 꾸준히 받아온 미국 담배회사 주주들의 고심도 커지고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

태그:#담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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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경제학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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