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한 번 치겠습니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김학범 감독이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대회 최종 목표는 메달권 진입.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이후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 속에 역대급 최상의 조에 편성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오는 22일 오후 5시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의 이바리카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2020 도쿄 올림픽 B조 1차전을 시작으로 루마니아(25일), 온두라스(28일)과 차례로 맞대결을 벌인다.

#1 와일드카드
 
 19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앤틀러스 클럽하우스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19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앤틀러스 클럽하우스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은 당초 와일드카드 1순위로 손흥민을 고려했다. 실제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으로부터 차출을 허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년 내내 많은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을 최종적으로 제외하기로 했다. 김학범 감독은 "선발하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을 우리가 보호하고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와일드카드 3명으로 황의조, 권창훈, 김민재가 낙점받았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에 이르기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1명씩을 선발한 것은 좋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특히 김학범 감독은 예선에서 중용한 스트라이커 오세훈, 조규성을 과감하게 제외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그 대신 A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인 황의조가 가세하면서 오히려 파괴력은 급증했다.

무엇보다 김학범 감독과 황의조의 인연은 매우 각별하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주위의 비판을 무릅쓰고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하며 급기야 '인맥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황의조는 7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김학범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고, 결국 금메달로 이끄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김학범 감독은 최전방의 무게감을 높이기 위해 황의조를 점찍었다.

2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권창훈도 주목할 만 하다. 저돌적인 돌파와 예리한 왼발 킥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으며, 2선에서 창의성을 불어넣어주기에 최적이다. 그러나 도쿄행 하루를 앞두고 김민재의 차출은 끝내 불발됨에 따라 박지수를 선발했다.

와일드카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력 업그레이드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터라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황의조와 권창훈은 지난 13일과 16일 아르헨티나, 프랑스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단기간에 손발을 맞추고 조직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2 수비 불안

올림픽과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수비 강화가 필수다. 김학범 감독의 플랜 A는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포백 전술이었다. 김민재는 파주NFC에 소집돼 2주 이상 동료들과 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 진출을 추진 중인 김민재는 원 소속팀 베이징의 차출 거부마저 맞물리면서 중도하차했다.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은 아르헨티나, 프랑스와의 평가전이었다. 첫 경기는 정태욱-김재우, 두 번째 경기에서는 정태욱-이상민이 호흡을 맞췄지만 우승후보 팀들을 상대로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방에서 잦은 빌드업 실수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너무 많은 공간을 내줬다. 발 빠른 수비수 자원이 부족한 것도 눈에 띄었다. 믿었던 수문장 송범근 골키퍼마저 기초적인 실책성 실점으로 프랑스에 역전패를 당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가뜩이나 김민재 대신 소집된 박지수는 단 한 차례의 실전 경기 없이 올림픽 본선에 나서게 됐다. 공격에 비해 수비 전술은 많은 시간 공을 들여야만 완성될 수 있다. 늦은 시점에 합류한 박지수가 얼마나 팀 전술에 녹아들지는 미지수. 1차전부터 와일드 카드 박지수를 선발로 기용할지 아니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정태욱, 김재우, 이상민을 적절하게 혼용할지는 김학범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3 도쿄 무더위 & 경기 일정

한 경기 한 경기 100% 이상을 쏟아부어야 하는 단기 토너먼트에서 대회 기간 동안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도쿄올림픽 일정은 매우 타이트하다. 22일 뉴질랜드전부터 25일 루마니아, 28일 온두라스전까지 3일 간격으로 짜여져 있다. 8강 토너먼트에서도 쉴 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전후반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돌입하면 체력 소모는 더욱 극심할 수밖에 없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1월 올림픽 예선전을 겸해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매 경기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상대팀 전술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 주요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로테이션이 통할지 관건이다.

또, 고온다습한 도쿄의 무더위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다. 결국 이번 올림픽은 체력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학범 감독은 도쿄행을 앞두고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기동력과 활동량이 뒷받침된다면 승리에 가까울 수 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경기 일정
vs 뉴질랜드 (B조 1차전, 7월 22일)
vs 루마니아 (B조 2차전, 7월 25일)
vs 온두라스 (B조 3차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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